[후기] 자전거 언제 타요?

봉미산 개척 순환
2008.08.09일의 R# 라이딩 공지다.

홍천군 단월면 소리산 일원에 둥지를 틀고 주로 강원도 일원을 타는 사람들이다.
금년도 280랠리에 4명이 나란히 4등으로 결승선에 들어와 잔차타는 사람들은 알만큼 안다.
빡세게 타는 사람들이다.

누가 공지를 올렸든가?
배사부? 이 교장샘?
아니다.

투사처럼 타는 이종화박사다.
이 분은 잔차에 오르면 엄숙해 지는 분이다.
280랠리를 비롯한 경기 때마다 R#팀을 이끄는 장형이다.

누가 참여하겠다고 제일 먼저 리플을 달았는가?
배준철, 정원식
280랠리에 나란히 들어온 정예 멤버들이다.

라이딩 목표 또한 대단하다.
‘280랠리 코스 개척’

당연히 쫄을 수 밖에 없다.
널조반장 동희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 주에는 산에 못가겠구나. -_-

새벽 일찍 문형산이나 한바퀴 돌아야지.
마음을 다독인다.

박계수씨가 널조없느냐고 리플로 묻는다.
잘 모르는 최승윤씨도 참여하겠단다.
내가 모르면 초짜겠지.
내 맘대로 생각한다.
이 한 몸 바쳐 널조를 만들겠다고 잽싸게 리플을 단다.

그리고 유군에게 메시지를 날린다.
산에 가자고.

‘자전거 안타요?’
지난봄부터 젊은 유군에게서 때때로 듣는 말이다.
강원도 산에서 타야 잔차타는 제 맛이 난다고 폼 잡은 결과다.  

어제가 말복이었다.
금년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오늘도 쨍한 날이다.
어제의 복사열까지 감안하면 가장 더운 날이 되지 않을까?
홍천으로 가는 길은 동해안으로 가는 피서객들로 넘쳐난다.

가는 길에 콩나물국밥집에서 의외의 세 사람을 만난다.
내가 간다고 리플을 다니까 용기를 얻어 참여한다나.
비슬고개 정상에서 자칭 널조 여섯이 먼저 출발한다.

이 분들도 만만한 분들이 아니다.
빡세게 타는 280랠리 사냥꾼에 비하여 널조라는 얘기다.
김수환, 전준열, 김영수, 김형섭
그리고 나와 유정헌군
280랠리에 빛나는 이종화, 배준철, 정원식 세 고수는 용두를 넘어오고 있단다.

예상보다 빨리 한 시간 남짓 만에 빡조에 붙잡힌다.
세 분과 함께 최승윤군이 달려왔다.
오늘 라이딩 멤버 중 가장 젊다.
인라인 스케이팅으로 다진 몸매가 예사롭지 않다.
이때만 해도 최군이 나의 흑기사인줄 눈치채지 못했다.

봉미산은 유명산, 소리산과 함께 인근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오늘 라이딩코스는 봉미산을 가운데 두고 순환하는 코스다.
산음자연휴양림 임도를 돌고 유명산으로 오르는 싱글로 접어들다 우측으로 빠진다.
휴양림 임도를 돌때만 해도 내가 데려 간 유군 입에서 탄성이 연방 터진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울창한 숲으로 가려진 촉촉한 임도.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열시 좀 지나 개척 싱글로 접어든다.
아무도 널조 얘기는 안한다.
널조 코스 따로 하자는 얘기를 차마 꺼내지 못한다.

싱글입구에서 만난 양계장 주인 부부가 적극 말린다.
할머니까지 나서서 만류한다.
걸어서도 도저히 갈 수 없단다.
길이 유실되어 찾을 수도 없단다.

우리가 누군가.
배사부가 맵과 사진을 각각 두개의 GPS에 올려 길잡이 하지 않는가?
한번이라도 낙오자를 버려두고 간 적이 있는가?

폐허로 변한 양계장을 지나 내 키만큼 자란 억새 길을 지나 계곡으로 접어든다.
갈 만 하다.
계곡을 건너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계곡 상류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가파른 능선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월둔리보다 더 하네요’
평소 라이딩코스에 대하여 말이 없는 이종화박사의 한마디 코멘트다.
2006년 추석때, 오대산 3일간 라이딩 이후 월둔리는 고난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아침가리로 넘어가는 날카로운 잡석과 바위 계곡길이었다.

끌바는 애시 불가능하다.
들바 구간도 별로 없다.
몽땅 멜바 구간이다

길,
흔적도 없다.
몸채만한 바위길의 연속이다.
길아닌 길을 간다.
내가 간 궤적을 길이라고 표현할 뿐이다.

사방 어디에도 사람 다닌 흔적이 없다.
지쳐서 한 발자욱도 옮기기 어려울 때
정찰조가 나선다.
없단다.
나폴레옹이 되는 순간이다.

배사부가 잔차를 둘러멘다.
앞서 올라가 보겠다고.
앞의 가파른 숲속으로 나아간다.
능선을 찾아 무조건 올라간다.

모두들 배낭위에 잔차를 둘러메고 따라 나선다.
그러나 나는 멜바가 안 된다.
작년 봄의 다운힐 사고로 왼쪽 회전근개가 파열된 후 아직 완전히 복구가 안 된 상태다.
다들 멜바로 오를 때 오른팔하나의 들바로 여기까지 버텨 온 것이다.

한 발 오르면 두 발자욱 미끄러진다.
잔차를 눞혀 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잡목이 엉긴 숲이다.
맨몸으로도 오르기 어려운 낙옆 쌓인 급경사지이다.

아! 왜 널조를 만들어 진작 탈출하지 않았던가?
자괴감이 온 몸을 누른다.
나의 자만에 치를 떤다.

뒤쳐져 삼분의 일도 오르지 못한 지점에 홀연히 흑기사가 나타났다.
최승윤군이다.
능선에 오른 후 되돌아 온 것이다.
말없이 둘러메더니 앞장선다.
맨 몸으로도 그를 쫒아갈 수 없다.
나에게도 한 때 저런 때가 있었던가?

능선에서 위치를 확인해 보니 예상 코스에서 상당히 벗어났다.
능선을 따라 또 다른 형태의 고난이 시작된다.
이제는 끌바, 들바이다.
여기선 멜바가 안 된다.
능선따라 빽빽한 나무사이로 좁은 공간을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능선길 중간에서 다 함께 휴식을 취한다.
‘자전거 언제 타요?’
R# 라이딩에 처음 참여한 유정헌군이 느닷없이 진지한 낯으로 질문을 던진다.

모두 말없이 서로를 쳐다 본다.

‘자전거는 타는게 아니고 드는 거여’
김솬샘이 특유의 톤으로 길이 남을 명언을 내 뱉는다.

고난은 이후에도 한 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빡조에게는 그렇지도 않았겠지만,
봉황의 꼬리잡기가 이다지 힘들단 말인가?

오늘의 라이딩은 반 이상이 멜바, 들바였다.
묻지마 개척라이딩에 다시 끼나 봐라.
속으로 다짐한다.

금년에 참여한 두 번의 산행이 모두 개척 라이딩이었다.
오월의 오서산, 팔월의 봉미산

그러나,
하루 밤 자고 난 지금 나는 느낀다.
나의 라이딩은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을,
끼워주지 않을 때까지

왜?

쉽지 않기 때문에?
싱그러운 젊음과 어울리고 싶어서?

좋다.

10 thoughts on “[후기] 자전거 언제 타요?

  1. 강박사님~ 정말 오랜만에 오셨는데…왜?? 하필???
    빡조에~ 개척에~ 싱글에~ 오시지 말라는 힌트가 그렇게많이 들어있었는데여..

    저도 어제 라이딩을 했거든여~
    널널널조끼리 모여 새벽6시30분 출발해서 11시 못되서 종료^^ 34km…
    상쾌한 새벽공기 마시며 이것저것 챙겨먹구, 널널하게요~
    얼굴 뵐려구 비솔고개로 열심히 달렸는데~ 간발의 차이로 출발하신거 같더라구요~
    10분만 일찍 도착했어두 화이팅!~ 해드릴수 있었는데…..

    안그래두 빡조라이딩에~
    강박사님하구 오랜만에 나온 김영수님이 쪼매 걸렸었는데…
    너무 일찍 출발이라 오시기 힘들까 싶어 연락못드렸어요~ 박계수님 한테만 살짝^^
    담엔 꼬옥 연락드릴께요~ 널조라이딩은 무지 여유롭답니다^^

    그리구, 어제 같은 더위에 계획대로 개척라이딩 진행하신 대단한 분들!!~
    역쉬!!~ 자랑스런 R#의 빡조예여…짝짝짝…..

  2. 그래도 강박사님 널조로 가시지 않은 덕분에 좋은 경험했습니다. 계곡 물에 몸을 담글때 모든 힘든 것들이 다 잊혀지던데요. 이박사님의 다져진 환상적인 누드도 보고 ㅋㅋㅋ 글고 Mr. 유의 질문에 솬샘의 진지한 표정으로 낮은 톤으로 “잔차는 타는게 아니예요”*_* 알샵의 어록집에 기록바람.

  3. 왠지 이박사님의 공지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보였는데…
    고생 하셨습니다. ^^
    글읽는 저마저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기분 입니다.

  4. 김형섭님의 댓글 보고 뒤집어집니다. 김솬샘의 답변하시는 모습이 자동 재생되고 있는 중입니다.

  5. 제가 먼저 올라가서 강 박사님 잔차를 올려드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뒤에서 제 잔차를 밀어 주셔서…
    맘만 그렇다는 것만 알아 주십셔.
    몸은… -.-

  6. 골반뼈가 완전치 않은 상태로 갔었으면 죽을 뻔 했겠네요 ㅎㅎ
    마눌과 휴가 마지막을 즐긴 것이 탁월한 선택이였습니다 ^^

  7. 개척라이딩 안쫓아가길 정말 잘했네요.
    이박사님이 웬만하면 비온다고 안가실분이 아닌데
    비온다고 공지 취소할 때부터 심상치않더니…

    널조 공지가 없어 포기하려다가
    널반장님과 통화하고 토욜 새벽에 널조에 합류했지요.
    비솔고개에서 쉬다 출발하면서 배낭을 김영수님 차 뒤에 놓고
    그냥 라이딩 출발. 배낭 안메니 몸이 무척 가볍고 좋던데요.
    밭배고개 다와서야 기억이 나니 원…
    알샵 도착해서 차량으로 비솔고개까지 가서 배낭 찾아주신 신정건님과 송상준님 감사.

    가리산에서 부상당하신 김혜란님과 이선용님도 잔차 찾으러 오셨더군요.
    김혜란님은 이가 하나 빠졌어도 특유의 입담은 여전하셔서
    덕분에 한참 웃었습니다.

  8. 잔차 메고 다니는 내내 강박사님 걱정많이 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를 다시금 알려주신..
    그 놀라운 체력에 감탄했습니다.
    모두에게 무덥고 모진 개척라이딩이었는데 아무 사고 없이 잘끝나서 다행입니다.

    “직진-이박사님”과 “멜바-김솬님”덕에 체력들이 모두 한등급씩 업글되었을 것 같습니다..^^

  9. 등급 분류 코드가 하나 더 늘어나야되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오늘 생각하니 월둔리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월둔리는 그대로 두어야 하겠습니다. ^^
    끼워 주지 않을 때까지 개척라이딩 참가는 계속 됩니다. 나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0. 안녕하세요. 강박사님과 동행했던 유 정헌입니다.
    처음 따라나선 R# 라이딩~ 즐거운 마음으로 룰루랄라로 시작하여 울기직전에 끝났습니다.
    정말 자전거에 애정이 많으신 분이라는걸 알았고, 더 노력해서 한발 한발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바지 여름 더위에 조심하시고, 다음번에 뵙게되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시구요.

    유 정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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