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랠리 지원조 참여 후기 제 3부 (최종회)

제 3부

6/29/08 일 새벽 4시 (누적거리: 214 KM, 랠리 포인트 34 와 35 사이 운학리 소재 제5 지원 포인트 날씨: 계속 비)

새벽 4시가 다 되어간다. 이젠 비몽사몽의 지경이다. 지원조가 이 정도인데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까? 다시금 랠리에 참가한 선수들의 정신력과 체력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모두 서둘러 제 4 지원 포인트에서 민박집으로 철수한다. 거울을 보니 개기름 끼고 꼬질꼬질 한 행색 하며 거지가 따로 없다. 잠시 씻고 서둘러 베개도 없이 잠시 잠을 청한다. 눈은 감았지만 귀는 휑하니 열려있고 몸은 공중에 떠있다.

갑자기 현관에 인기척이 있다. 백운산 공략에 성공한 선두조가 예상시간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5시경 도착한다. 심봉사가 인당수 갔다 살아 돌아온 심청이를 보는 것보다 더 반갑다. 잠이고 뭐고 냅다 뛰어 나간다. 3시간의 야간 싱글 끌바가 포함된 죽음의 구간을 통과한 선수들의 형형한 눈빛과 시원한 미소사이로 새하얀 이가 눈부시다. 다시금 선녀님들이 부산하시다. 서둘러 식사를 하고 잠시나마 쉬게 한다.

이제는 또 백운산 코스에 도전한 이승상, 권미래씨가 별일 없는지 궁금하다. 전화를 아무리 돌려보아도 음영지역에 있는지 통화가 안 된다. 9시까지는 하산하여야 시간에 맞출 수 있는데. 한 집에 자식이 여러 명이면 걱정이 끊일 때가 없다는데 지원대장님을 비롯한 우리가 바로 그 경우가 아닌가 싶다. 선두조가 들어오면 나머지가 걱정. 후미조가 들어오면 선두조가 잘 가는지 또 걱정.

7시에 선두조는 보급 후 출발한다. 나머지 코스는 난이도가 비교적 수월한데다 도로 구간도 많다. 4명은 어려운 과정을 모두 통과 이제 완주만 남겨 두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지원조가 잠시 긴장을 늦추어도 된다. 자리에 가서 잠시 쓰러진다.  

두어 시간 후 일어나 보니 이승상, 권미래씨가 결국은 악전고투 끝에 체력고갈로 백운산에서 철수해서 캠프에 돌아와 있다. 겸연쩍어하는 모습에 우리가 오히려 미안해   진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200킬로미터를 돌파한 그 의지와 완주 못지않은 성취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제 본격적인 철수 준비. 선수들이 벗어놓은 양말이며 옷가지들을 대충 헹구어 흙물을 빼고 짐을 바리바리 다시 차에 싣는다. 그런데 어라 지원대장님이 안 보이신다. 우리가 자는 사이 벌써 피재로 단독지원 나가셨단다. 정말 못 말리는 멋진 분이시다.

모두 모산 비행장으로 이동한다. 비가 갠 제천 산하의 모습은 때 마침 걷히는 운무와 어우러져 그 운치가 대단하다. 우리의 산하가 이렇게 아름다웠단 말인가! 내가 어려서 자란 곳이 백운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모습이 더욱 뭉클하다.

자연보호, 고향사랑이라는 것이 아주 특별 한 것일까? 우리가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서 가슴에서 우러나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자연보호와 고향사랑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

280랠리의 의미도 한번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난이도 있는 코스를 계획적이고 기술적, 체력적으로 극복하고 인간의 의지 한계를 시험해 본다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랠리를 통하여 본디 자연의 일부였던 원초적이고 겸허한 인간으로 돌아가 더불어 존재하는 자연 속의 인간임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면 그 또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6/29/08 일 아침 11시 (누적거리: 280 KM, 골인지점 모산 비행장, 날씨: 약간 흐림)

행사장에 도착하니 벌써 선두 세 분이나 골인했다는 소식이다. 31시간 8분.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는 대단한 기록이다.  인간승리의 스토리는 항상 감동적이지 않은가?
우리 선수들의 기록이 벌써 궁금해진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좀 속되긴 해도 이 또한 인간적이지 않은가.              

골인 지점엔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께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주최측에서 ‘국수’를 대접한다는 방송 공지에 귀가 번쩍, 이내 쭈삣쭈삣 한 그릇 받아 든다. 소복하게 썰어 올린 김치와 어우러진 물국수 맛이 일품이다. 또 삽겹살 한 점과 탁주 한 사발! 다시 한 번 그 넉넉한 인심에 감동 감사한다.

간간이 골인하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잔차 동호인의 한 사람으로서 극한의 시험을 통과 한 선수들 너 나 할 것 없이 너무나 반갑고 자랑스럽다. 어언 정오 12시가 경과한다. 마중 나갔던 지원조로부터 우리 팀 선수 4명이 골인 지점으로 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하나 – 둘 – 셋 – 넷. 활주로를 따라 이어진 노오란 유채꽃밭 너머로 반가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길 사이를 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풍경화 속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행복하고 경쾌하다.

피니쉬 라인에 횡대로 나란히 들어오는 그 순수하고 환한 미소에 할 말을 잊는다. 다만 모두 한마음으로 힘껏 박수를 보낸다. 꿈을 꾸는 듯 축하와 환호성 소리가 다만 아련하다. 제천의 흐리고 낮았던 하늘은 어느새 저 멀리 높아져 있었다.

<에필로그>

홍천 R#에서 모두 11명이 금년 280랠리에 도전하여 4명의 선수가 32시간 23분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였습니다. 완주하신 네 분과 내년으로 완주를 미루신 일곱 분들의 값진 노력과 감투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지원조, 후원조 그리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꿈같던 랠리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선수로 뛴 것보다도 지원조 활동이 훨씬 더 의미가 있고 배운 것이 많았다고 자평해 봅니다. ‘나’에서 벗어나 ‘우리’를 생각할 때 그 만족이 유한하지 않다는 평범한 이치를 이번 기회를 빌려 조금은 깨달은 듯합니다. 아마도 랠리 지원하면서 제 자신도 조금은 사람이 되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R# 선수, 지원조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280 대회를 잘 준비해 주시고 진행시켜 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특히 자원 봉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거듭 감사합니다.

18 thoughts on “280랠리 지원조 참여 후기 제 3부 (최종회)

  1.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합니다.
    마지막 피니쉬 라인에 나란히 들어오는 그 모습이 상상이되면서 말이죠.
    다시 한 번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냅니다. ^^

  2. ”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 자연을 느끼고 더불어 존재하는 자연 속의 인간 임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면 그 또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말씀, 감동적입니다.
    제가 늘 주위 사람들에게 제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라고 말해놓고도 막상 280랠리라는 명제 앞에서는 그 부분을 잊고 있었네요.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인간은 결국 자연속에 있음을….^^

  3. 두고 두고 읽어도 향기가 끊이지 않고 여운이 남아 랠리를 줄곧 생각나게 해주는 글..
    지원만으로도 황송하고 감사한데..
    주옥같은 3부작 지원후기까지 감동입니다.

    멋진글 감사드립니다..
    랠리 게시판에 올리시면 입상감인데..^^

  4. 배사부님 극찬에 오히려 겸연쩍어집니다.^^

    알샵분들의 이야기와 성명 등등이 후기에 많이 포함된 연유로 280랠리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5. 수고 하셨습니다.
    함께한 시간,,너무 좋았습니다.

    쌩,,,잘까는(^^)사람들이…
    한 문필 한다는것…..다시 느낍니다~~

  6. 평생 ‘쌩’이라는 것은 모르던 제가 아무래도 물들었나 봅니다. 쉽게 물든 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ㅠ.ㅜ

  7. 다시 280랠리가 생각납니다
    정말 주옥같은 후기 즐감했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280랠리였습니다

  8. 랠리 게시판에 올리시고 상받으시면
    소재를 제공한 알샵 식구들에게 한턱을 쏘심이 어떨지…

    우리만 보기 아까운 후기네요.
    한갑진선생님, 안오시는 바람에 한사모모임 결성이 취소되었습니다.^^

  9. 글이라는 게 어렵네요. 길쭉한 풍선을 동그랗게 만드는 것이 어렵듯이 글도 여기를 누르면 저기가 튀어나오고…무언가 “썰”로 매듭지어야 하는 최종회가 특히 어렵습니다. 무식이 하늘을 찌릅니다.ㅠ..ㅠ

    부족함을 넉넉함으로 채워 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R# 속에서 저는 항상 해피합니다.^^

    (박계수님, 입학식 때 한 번 뵈었는데 인상이 좋으셨습니다. 한사모 대신 박사모 결성하시죠. 일단 회원은 저 한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10. 저… 갑순인데요… ^^
    이 글 280랠리후기에 꼭 올리면 안될까여?
    올렸다하면 틀림없이 입상인데..
    혹여,
    선물이 부담스럽다면 제가 받아와도 되는데….
    오늘이 등록 마감이니 꼬옥,꼬오옥 올려주세요.
    경품자전거 진짜루 좋던데.. 제가 꼬옥 갖고시퍼서 이러는건 아닙니다.. 쩝..

    *아, 나는 누구일까용~~~

  11. 모예여~
    그럼, 두분이서 한사모, 박사모 서로 한명씩 회원인거예여?ㅋㅋ~

    세심한 지원후기 너무너무 잘봤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던거 같아여…

    몸도 성치 않으신데~
    하루 일정으로 오셨다가~ 결국 이틀동안 쉬지도 못하시고…
    너무너무 고생하셨습니다^^

  12. 그러게말에요, 동희씨. ㅋㅋ

    한사모 모임이면 몰라도 박사모는 절대 통반장님이 윤허를 안하실 겁니다.
    김사모모임 외에 막강한 파워의 형수사모모임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하실 텐데
    또 다른 사모임을 허락하시겠에요? 내 말이 맞지요, 통반장님?

    한갑진님, 어쨌든 말만으로도 고맙구요.
    라이딩때 자주 뵜으면 합니다.

  13. 한갑진님은 다르셔도 모가 다르셔, 그 어려운걸 어찌 맟히셨을까~~~

    한사모모임과 박사모모임은 김사모모임과는 다르네요. ㅠㅠ
    두 모임은 자발적 참여회원이 각각 1명씩은 되잖아여.
    김사모모임은 몽둥이(?)없인 되지도 않는 모임이랍니다… 흑흑..

    형수사모모임은…
    아…..
    ………………… 부럽다가도 짱나~~ 3=3=33333 ^^

  14. 정성스런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후기 읽어보니 280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새벽의 강천사업힐, 명암저수지에서의 아침밥, 고요한 베론성지, 시원했던 충주호반, 동량역근처 원두막에서 먹던 돼지불고기, 길고도 긴 천등산 임도, 다릿재 너머에서 먹던 뜨거운 육계장, 너무나 힘들었던 녹재 로드업힐, 안개에 쌓인 화당임도, 백운산 공략을 위해 충분히 쉬어 갔던 덕동 삼거리, 너무나 치열했던 백운산 싱글 끌바, 펜션에서의 달콤한 단잠, 후반부 축복같던 거문골,석동 임도 다운힐, 요부골 싱글 입구에서 먹던 도시락, 콘보이를 받으며 올가갔던 피재 업힐, 모산비행장에 들어설때 울리던 알샵지원조의 목소리, 눈물이 핑돌던 벅찬 감격….
    다시 생각해도 감동이네요.^^
    감사드립니다.

  15. 주옥같은 후기 잘 보았습이다.
    저도 그날의 감동들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한데.. 이렇게 글로 풀어 내시다니요
    정말 대단하시고 좋은소식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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