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휴면 으레히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한다.
평소 주말에 토요일 하루의 라이딩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터에
삼일간의 휴식이 주어지면 당연히 이틀은 자전거에 할애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되어버렸다.
카풀을 하기로 한 유진복 선생님과 인천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심야우등버스에 잔차와 몸을 실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가방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번거로워
잔차를 소지할때는 꼭 버스를 이용한다.
윗지방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도착시간을 예상할 수 없다는 기사님의 엄살과 달리
버스는 도착예정시간에서 단지 10분만을 넘겨
4시간 30분만에 인천터미널에 나를 내려준다.
서부군의 유진복, 장은미선생님 부부와 이종화박사님을 만나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영동고속도로에 올랐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는 있었으나 우리의 든든한 알샵 전사들
이정도 비쯤이야…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과연….? ㅡㅡ;;
7시도 채 되기전에 진부에 도착하여 맛있는 산채정식으로 아침을 먹고
용평 이희영선생님 콘도에서 어제밤에 미리 도착하신 이희영선생님과
뒤이어 도착한 배준철, 손건석님과 조우한다.
비는 계속 약하게, 강하게를 반복하며 내리고 있고
전투적인 배-손 조와 달리 나와 이희영 선생님은
수영장을 갈까, 해수욕장으로 유람을 갈까 하면서 빗줄기를 관망한다.
유진복선생님은 혼자 남아계실 장선생님(성현어머님)이 아무래도 맘에 걸리시나보다.
이종화박사님은 겉으로는 “저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요”라고 말로만 하시지만
사실은 그 빗속을 뚫고 잔차질을 하고 싶어 근질근질 하셨을게다. 틀림없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용평까지 달려온 걸 생각해서 꼭 라이딩을 해야 한다는
혈기왕성 열혈라이더 손건석 선생님의 주장이 귓가를 때린다.
난….부산서 심야버스 타고 왔다…..ㅜㅜ
결국 풀라이딩 삼인조와 (이종화, 배준철, 손건석)
내일의 진정한 라이딩을 위하여 오늘을 가볍게 몸풀기로 도암땜 회귀조(이희영, 유진복, 강명성)로 전열을 정비후 콘도 주차장을 출발.
빗속에서 라운딩 중인 골퍼들은 이빗속에 저게 뭔 짓인가 하는 눈빛으로 우리 일행을 훑어보고
우리 역시 같은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똑같은 것들끼리……
군데군데 패이고 낙석으로 다소 가로막힌 도로를 달려나간다.
길가에 폭포가 장관이다.
뉴질랜드 온거 같다. 길가 암벽들이 죄다 폭포로 변신했다.
약 10킬로 정도를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달려
두 개조가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하니 조금 비가 개이는 듯하다.
여기서 돌아가기가 조금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사람마음은 역시 간사하다.
이희영선생님을 마구마구 꼬셔서 능선까지만 갔다가 돌아오기로 한다.
그러나 오르막을 오르려는 순간 다시 또 퍼붓는 장대비.
그냥 원안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삼인조를 격려속에 떠나보낸다.
남은 회귀조는 약 2~3킬로를 더 도로로 달려 도암댐에 도착한다.
도암댐도 이미 수위가 상당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다시 콘도로 되돌아가는 길.
아까와 달리 길가 하천의 수량이 더 늘어있다.
차량도 거의 없고 유유자적 세사람의 즐거운 페달링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폭포에서 올라오는 천연에어컨 바람의 냉기를 몸으로 쏘이기도 하고
곳곳의 계곡물의 지류를 구경하기도 하면서 콘도에 거의 다 도착하니 아쉽기 그지 없어
쭉 용산리 방향으로 해서 레인보우 리프트하차장을 다녀오기로 한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지금까지의 양상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앞이 안보일 지경이다.
급히 콘도로 진입하는 도로로 접어든다. 더 이상 라이딩은 무리다.
물폭탄이라는 말이 정확할만큼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빗물이 쏟아붓는다.
걱정이 되어 전투조 3인방에게 돌아가며 셀폰을 넣어보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그쪽에서도 비를 피해 회귀하겠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걱정을 조금 던 후에 콘도의 4인은 횡계시내로 점심을 하기 위해 나선다.
그런데….이럴 수가,
리조트에서 나가는 다리가 완전히 넘쳐 길이 끊겨있다.
길이 모두 물에 잠기고 다리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걸쳐있는가하면
이미 교량위로 허리까지 잠길만큼 하천물이 점령중이다.
벤츠한대가 번호판이 뜯겨진채로 우리의 진행방향 맞은편에 버려져있는 지경이다.
전투조에게 용평의 상황을 전화로 전달하고 조심조심을 각별히 당부한 후
콘도로 돌아와 수퍼마켓으로 향하였다.
그야말로 라면이며 김치가 바닥이 난 상황.
얼마 남지 않았던 라면을 바구니에 쓸어담았다. 좀 더 늦었더라면 이나마도….
우리가 용평리조트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창밖으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모습을 계속 조망한다.
용평콘도 주차장에 서있던 흰색 승용차의 바퀴가 차츰 물에 잠기는가 싶더니
차체가 흔적도 없이 꼴랑 물에 잠겨버렸다.
콘도 체크인센터는 빨간지붕만이 물위에 동동 떠있다.
콘도내 프론트 등에는 전화를 안받는다.
그야말로 전직원들이 난리가 난 듯하다.
전투조와 전화통화가 너무 힘들다. 간신히 한두마디 듣다가도 끊어진다.
문자로라도 계속 전송을 해본다.
횡계로 돌아오는 길도, 강릉으로 향하는 길도 모두 끊겨 고립중이란다.
다행히 착한 트럭 한 대를 만나 잔차를 짐칸에 싣고 차안에서 비를 피하는 중이란다.
콘도에는 티비마저 끊겼다. 인터넷도 끊겼다. 국선도 불통이다.
그냥 하염없이 일행들을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낸다.
티비도 수신이 안되니 뉴스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내리 영화와 자전거, 스키 디비디를 돌려본다.
한참후 저녁때가 되어서야 전투조가 살아돌아온다.
바로 배낭을 비워내고 식량을 조달하러 잔차부대가 횡계로 나선다.
차량은 통행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외부러부터 차량 진입이 안되고 있다.
잔차로 김치와 햇반, 김 등을 조달하여 저녁식사를 한다.
비록 평창한우가 햇반으로 둔갑했지만 점심에 비하면 호사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티비수신이 재개되었다.
우리가 재난의 핵속에 있음을 뉴스화면으로 실감한다.
평창으로 들어오는 사방의 모든 도로가 끊겼다.
점심때 친구로부터 고속도로 폐쇄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뭔소린가 했더니
원주부터 횡계까지의 고속도로가 아예 진출입을 막았다. 영동고속도는 그야말로 폐허다.
남편들을 새벽에 먼저 보내고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을 데리고 용평으로 오고 계신 김소화반장님과 손건석님의 가족들.
일곱명의 휴대전화중 간신히 한 대정도만 창가에 매달리다시피하여 통화가 가능하다.
전화로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댁으로 돌아가시라고 말씀드렸지만
김반장님은 명랑한 목소리로 “알아서 할께”라고 하신단다.
이때가 용인조금 못미친 지점이었으니 이때만 돌아가셨어도 이후 비극은 안일어났을 것을 ^^;;
결국 김소화반장님 일행은 용평을 향하여 오다, 오다
원주톨도 아닌 중앙고속도로의 남원주톨로 우회하여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여관을 찾으러 헤매야만 할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게 되었다.
용평의 일곱사람은 저녁식사 후 한동안 티비뉴스를 지켜보다
냉장고에 가득한 맥주와 와인, 양주를 따기 시작했다.
도란도란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그래도 비가 조금 가늘어졌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지고
클릿신발을 모두 거실에 타월을 깔고 쪼로록 엎어놓는다.
내일이면 비가 멈춰있을거야….대관령에 올라가야지….하는 헛된 꿈을 꾸면서.
지름신께서 너는 다리가 아프니 쉬어라하는 계시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소리나는 잔차도 처박아뒀습니다. 지름신이시여 존경하옵니다^^
비록 그자리에는 없었으나 부모님으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는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계시다가 결국 숙소인 용평빌리지(용평 입구 수위실에서 한국콘도쪽으로 가다보면 있는 아파트)에 못들어가시고 가스, 수도, 전기가 끊긴 타원콘도에서 밤을 보내시고 다음날 걸어서 겨우겨우 아파트에 진입, 짐을 챙기셔 빠져나오셨다고 하더군요.
일요일 아침의 식사는 콘도에서 제공한 초코파이 2개와 생수 한병으로 해결하시고 아파트에 고립되어 있던 아버지 친구분은 차를 놓고 결국 저의 부모님과 상경을 하셨더랬죠. 아무튼 용평을 20년 넘게 다니셨지만 그런 비와 물난리는 처음이라고 하셨으니…
방금 용평 홈페이지에 가니 8월 10일까지 모든 영업장이 폐쇄를 한다는 공지가 떠있네요.
아무튼 여름 피크시즌에 피해가 이만저만 아닌듯 싶습니다. 여름의 아름다운 용평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네요.
그런 우중에 아무런 피해없이 잘 다녀오셔 참 다행입니다.^^
엄청나군요. 정말 리얼한 중계..네요. 여러분 모두 큰 피해가 없었다는 안도감에.. 이젠 명성 님의 중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
다시한번 모두 아무 피해가 없다는 말에 안심이 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무지 재미있었어요. 빗소리와 함께하는 라이딩, 글고 맥주맛이 기막혔구요, 체크아웃하시고 빨리 서울가라는 콘도직원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데가 없다면서 월요일 아침까지 버티면서 소설책 한권도 독파했고요. 소화 반장님, 쟁태백선생님, 그 자녀들에게 참으로 죄송했구요. 수재를 입으신 분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셨으면 하네요.
평창 한우땜시 필 받아 갔는데 예상치 못한 폭우로
콘도라는 느낌보다는 집 같은 분위기에서 라면 + 햇반 먹고 ㅎㅎ
그리고 맛난 멸치 안주와 술, 특히 단월낭자 땜시 와인 혼자 다 먹느라 ㅠㅠ
개인적으로는 좋은 구경과 잊지 못할 추억이었는데
아쉽게도 홍수 피해로 잔차를 캐리어에다 싣지 못하고 트렁크에 3대 분해해서 조립하고….
이변호사님!!!!
덕분에 잘~~~먹고, 구경 잘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