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6주간의 R# 스쿨을 졸업하며…

아마도 재작년부터 자전거에 눈을 돌리고 있었나보다.
하지만 말처럼 쉽게 시작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고 작년 1기 MTB 스쿨이 열렸던 것도
겨울이 되서야 알았다. 봄에 시작되는 2기 스쿨은 내심 기다렸던 것이 사실이고 시즌에 있었던
무릎부상이 결정적인 계기를 준 것도 사실이다.

1주차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달렸다.
길도 모르고 요령도 모르고 그저 초등학교때 반포와 여의도를 친구들과 5단짜리 기어 자전거로
오갔던 기억만을 살려보며 무식한 페달링과 끌바로 일관한다.

익숙하지 않은 안장에서 오는 아픔과 멋모르고 달렸던 산길에서의 느낌은 그 날 저녁 서울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가 과연 이 스포츠를 해야하는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왠지 모를 개운함과 아무도 날 봐주지 않는 자연속에서 혼자 달려나가는 나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리며 흥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바로 산뽕이었다. 단 한방에 난 중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2주차엔 엉덩이가 조금 나아지고 기어를 변속하는 요령도 좀 생겼다.
하지만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날씨로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다시 회의감이 라이딩 중간중간에 엄습한다. 후반부엔 6주만 잘 타고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봐야 겠다는 극단적인 결말로 어느새 빠져들고 있었다.

하지만 1주보다 효과가 좀 더 일찍 찾아왔다.
내려와 마시는 딤채맥주는 더 산뽕의 효력을 배가시킨다.
아주 확 빠져버렸다.

3주차엔 풀샥을 타본다. 확실히 버겁다. 또한 이상하게도 나의 몸과 맞지 않는듯한 느낌이다.
서울에서의 약속이 있어 2/3만을 돌고 먼저 내려왔는데도 졸업을 한 지금,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자전거를 경험해 봤다는 그 느낌이 참 좋다.

수강기간이 봄인지라 정말 2주동안 산두릅을 참 많이 따고 많이 먹었다.

4주차…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딩이다.
토요일에 도착하여 토요라이딩 회식에만 참석하고 일요일에 교장선생님과 단둘이 라이딩을 했다.
사실 이제와서 이야기를 하지만 좀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장선생님께서도 좀 피곤해 보이셨고
나역시 회사 산행이 여파로 피로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라이딩은 시작되었고 짧고 굵은 휴식으로 그 뻘쭘한 선생과 제자의 일대일 라이딩은
후다닥 끝나버렸다.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죽어라 페달링만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날 미소짓게 만든다.

5주차는 적은 인원과 평이한 코스, 긴 포장도로 딴힐, 아름다운 계곡, 먼저 너무 겁먹었던 마지막
깔닥고개의 허탈함… 모든 라이딩이 즐거웠지만 그 어느때보다 더 즐거웠던 라이딩이 아니었나싶다.
날씨도 도와주고 점심시간을 이용한 정비법 강습은 아마도 나의 MTB 인생에 계속 자리잡고 날
도와줄 것이다.

마지막 졸업 라이딩. 가히 졸업코스라 불리만 했다. 은근히 또 지루하게 놓여있는 여러번의 업힐은
귓가에 신나는 음악이라도 있다면 좀 낫겠다 싶을 정도로 인내심을 요하게 했다.
물론 이런 코스는 사전에 충분한 후기와 지도탐색으로 체력안배에 대한 준비를 요한다.

졸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미친듯이 페달을 밟고 달렸더니 다음날에 여느때와는 달리 근육에
무리가 오고 더 많은 휴식을 필요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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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6주가 모두 지나갔다.

6주의 모든 코스와 그때그때의 에피소드가 하나도 빠짐없이 머리속에서 영화처럼 지나간다.
결국 심한 중독으로 다음달 미국방문때 초보자에게 부담스러운 장비를 구입할 예정이다.
스키시즌에 늘 이야기하는 장비데몬의 탄생이 바로 다음달이 되는 것이다.

6주동안 함께 해주신 선배님들, 형님들의 성함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하지만
버릇없는 막내 단체 인사로 대신하겠사옵나이다.

대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늘 베푸는 맘과 함께 모든 행사 자체를 즐거움으로 이끄신
교장선생님께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늘 뒤에서 챙겨주시고 출발하는 저희에게 또 복귀하는 저희에게 천만불짜리 미소를 보내주신
사모님, 시원한 맥주와 맛난 점심, 뒷풀이를 위해 수고 많으셨고 감사드립니다.

이제 시작이겠지요?

3기 스쿨에선 저역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위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모든 분들이 저로 인해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즐거우실 수 있도록 늘 곁에 있는 막내가 되겠습니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7 thoughts on “[후기] 6주간의 R# 스쿨을 졸업하며…

  1. 살아 있는 생생한 역사 잘 읽었다. 매주가 더해갈 수록 새로워지는 자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도 큰 수확이었지.. 천규도 나와 체급이 비슷한지라 경험담을 읽을 수록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 아마 잔차 장만하고 누적거리가 더해가면 더해갈수록 중독의 깊이는 끝이 없으리라 생각하네.. 내년 280랠리반에 같이 입소해서 성대한 졸업식을 맞이해 보자구..^^

  2. 졸업축하드립니다. 사실 처음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이야길 들었을 땐 적잖이 걱정이 되었었는데 그건 기우였어요 ^^ 앞으로 날렵하게 산을 헤집고 다닐 천규씨의 날들도 곧 올것 같다는….이제 새차 장만하시고 배준철님 말씀처럼 마일리지가 쌓여가면 선배짐승들처럼 반열에 오르실 수 있을걸로 사료되옵니다. ㅋㅋㅋ 요즘은 잔차 덕에 스키생각이 별로 안나죠?

  3. ㅋㅋ 수석으로 졸업한거 츄카츄카 그동안 짧은 만남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자구요

  4. 김 소장님의 대를 잇는 뽐뿌마왕님.. ^^;
    손수 온몸으로 강림하시는 지름신을 받들어 장비데몬의 길을 걸으시려 하시는군요. ^^;
    6주 간의 스쿨링을 마치신 그대.. 산뽕의 세계에 함께 흠뻑 빠져봅시다~~

  5. 졸업 추카^^* 이제는 더이상 산뽕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음을 깨닭았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그 안을 누비고 다니라구^^*

  6. 삶은 표현이라 하던가요…. 새콤달콤 살아가면서 역경을 알맞게 자극해주는 모습…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죽여주는군요!!!!
    제 수준에서는 열반주(!)라 하겠지만… 조만간 광야를헤집으며 야생마처럼 백두대간을 누벼볼 님을 생각해봅니다. 우리 같이 살아 봅시다. 아자! 아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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