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말 10/6일 R# 토요라이딩은 홍천군의 가리산이다.
일기예보가 비 옴으로 되어 있지만 혹시 예보가 맞아 비가 조금내리면 도토리코스를 돌기로 하고 그나마 10mm 이상이면 자동 폭파한다는 공고도 이틀 전부터 게시판에 올랐다.
일기예보가 맞을 경우에 대비한 예비책이다.
금년에는 주말마다 비가 와서 7기생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선배들도 우중 라이딩을 지겨워 한다. 어쩌다 한 두 번은 재미있지만 매번 진흙탕속의 라이딩이 반가울 리가 없다.
9월 들어 예보는 안온다고 했지만 주말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쏟아지곤 하였다.
이번에도 예보가 틀리기를 모두들 기대하는 것이다.
비 온다고 했으니 안 올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이 보통이 아니다.
이튿날은 미시령 힐 클라이밍대회가 예정되어 이종화, 배준철, 정원식선수 세 명은 답사 차 그리로 간다.
응원조도 출동한다.
일기예보까지 도와주질 않으니 가리산 참가 신청자가 많지 않다.
이 주전 7기 졸업 라이딩 때 하루 종일 가을비를 맞으며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몸에 너무 생생해서 나도 우중 라이딩은 사양하기로 했다.
금요일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어릴 적 친구들과의 원거리 여행이었다.
대다수 친구들이 은퇴하여 행사는 주중에 한다.
몇 안 되는 현역은 참석이 쉽지 않다.
이번에도 빠지면 제명한다는 협박에 밀려 연일 제치고 어울려 놀다 22시 넘어 거나하게 돌아왔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게시판에 들러보니 일기예보가 맑음으로 바뀌어 가리산행을 한다는 것이다.
한 밤에 가라방에 카풀을 신청했다.
06시에 동북고 앞에 도착하니 정윤희커플과 이건찬씨가 잔차를 타고 도착한다.
박준수님은 라이딩에 참석하지 않지만 정윤희님을 카풀까지 데려다 주러 꼭두새벽에 동반라이딩을 하며 온 것이다.
대단한 내조다.
온다는 한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잔차를 캐리어에 올리는 중 김영무소장에게 전화가 온다.
장수연씨가 택시에서 내렸는데 아무리 찾아도 동북고 정문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아파트단지 반대편 입구에 내려준 것이다.
새벽부터 헤매는 일이 생겼다.
가는 길목의 전주 콩나물 국밥집에서 두 팀을 만난다.
정운양, 양영준님과 배운님이다.
김소장님이 김치를 싸달라고 부탁한다.
오랜 단골인지라 큰 봉지에 가득 담아준다.
가락재휴게소에 08시에 도착하니 교장샘 내외와 몇 분이 이미 와 계셨다.
08:30분 까지 17명이 도착한다.
미천골라이딩에 대비하여 하이랜드 전사장님도 동참하셨다.
오기로 한 두 분이 길을 잘못 들어 중앙고속도로에서 되돌아 나오는 중이란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나폴레온의 조짐이 보인다.
전에 가리산 라이딩에 참여한 적이 있는 고참들이라 뒤 따라 오라하고 08:40 출발한다.
가락재 정상쪽으로 56국도를 오르다 우측 임도로 진입하여 가리산임도를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하였다.
예정은 58km이지만 오늘 코스는 간명하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만 좌측 길로 들어서고 그 이후의 모든 갈림길에서는 무조건 우측 길을 택하면 된다.
청명한 가을날이다.
한마디로 끝내주는 날씨다.
모두들 신난다.
그간의 우중 라이딩의 고행을 보상이라도 해주시려는 듯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힘겹게 한 고비 돌아 나오면 소슬한 바람까지 인다.
코스는 또 어떠한가.
5~9부의 산허리를 돌아가는 임도인지라 탁 트인 조망에 겹겹의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곡을 타는 라이딩에서는 전혀 볼 수없는 장엄한 자연의 풍광이다.
거의 전 코스가 이렇게 대범하게 깊은 산의 속내를 한 눈에 드러낸다.
다녀 봤지만 이렇게 숲이 울창하고 조망이 좋은 코스도 흔치 않다.
주로 소나무와 잣나무의 숲속 가득한 향기에, 아득한 조망에 이중으로 취한다.
내가 잔차를 통하여 교감하는 대지의 노면은 어떠한가?
비온 후 사흘 쯤의 산길.
한마디로 비단길이다.
산자갈이 흙속에 박혀 안정을 취하는 그런 때이다
구비마다 나타나는 진흙탕 웅덩이는 적당한 긴장감까지 유지시켜 준다.
웅덩이를 치고 빠져나가는 재미는 어떠한가.
튀어오르는 흙탕을 앞뒤로 뒤집어 쓰는 묘미는 또 어떠한가.
비온후 다음날을 최고로 치는 라이더를 나는 알고 있다.
누구나 기대하는 점심식사는 시간과 장소가 결정한다.
작년의 그 자리는 수해복구 공사 팀이 선점한지라 조금 더 나아간다.
R# 라이딩의 점심은 매번 색다르다.
오늘의 특징은 단연 김치이다.
홍어회무우채무침, 깍두기, 총각김치, 묵은 김치, 전주콩나물국밥집의 겉저리 배추김치.
모두 큼직한 봉지에 푸짐하게 담아왔다.
한국인의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빡센 산행에서 실감한다
산중의 한 끼 오찬을 위하여 배낭 무게의 압박을 이겨낸 여러분의 마음이 아름답다.
집에서 보다 풍성하다고 누가 감탄한다.
단연 김소장님의 홍어회무침과 토하젓이 인기다.
오늘따라 점심 후 이종화박사님이 따라 주시곤 하던 따끈한 산상 커피가 더욱 그립다.
점심이 끝나도록 두 사람은 오지 않는다.
김수환, 이승상님의 체력과 경과시간으로 보아 지금쯤은 도착할 때인데,
어디에선가 빡센 엎힐을 하고 계신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에 빨래판은 없었는데,
이승상님이 가져오시곤 하는 멍게젓 김치는 오늘 맛보지 못한다.
점심 후는 바로 다운힐이다.
통상 식사직후 엎힐이 많은데 오늘은 다운힐이라 더욱 즐겁다.
나는 휴식 후 조금 먼저 출발하여 다음 도착지에 같이 들어가는 식으로 라이딩한다.
빡세게 치고 나가 무리하면 회복이 늦어 장거리 산행에서는 잘못하면 민폐를 끼칠 수 있어 페달링으로 자제한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오늘은 길잡이 배준철사부 마저 미시령에 가 있다.
상당한 다운힐 후 업힐인 것으로 코스를 알고 있어 마음 놓고 나간다.
신나게 쏜다.
이렇게 긴 다운힐이 있었던가 싶다.
마을이 보이는 삼거리에 와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이 나타날 리가 없는 라이딩 중반의 산중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기다려 보기로 한다.
얼마 후 송상준씨가 총알같이 내려오더니 멀리서 돌아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되돌아 올라간다.
오르는 고난은 내리쏘는 기쁨에 비례한다.
비탈길의 기울기에 비례하는 것이다.
잘못 든 길을 되돌아야 하는 아픔까지 얹혀진다.
오르며 보니 빡센 콘크리트 빨래판이 두 곳이나 있다.
한참 후 앞서간 송선생이 계곡 건너편에서 ‘여기요’하고는 사라진다.
갈림길을 알려주고 불이나케 치고 나간다.
갈림길에 도착해보니 내리막 중간에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 있는데 그 길 입구에 공사관계자의 찦이 주차되어 있다.
다운힐 때 주차된 자동차는 본 기억이 있는데 가리고 있는 것이 갈림길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앞서서 다운힐을 하면 가능한 한 속도를 유지하고 싶어진다.
즐거움을 키우려 든다.
전방의 구비와 노면에만 집중하게 된다.
코스를 안다는 자만이 겹쳐 갈림길을 놓쳤던 것이다.
교훈을 또 배우게 된다.
한참을 달려 후미를 따라 잡았다.
송선생이 제일 뒤에서 7기 장수연씨를 맡고 있었던 것이다.
선두와 후미는 아무나 맡는 것이 아니다.
코스에도 익숙하고 뛰어난 체력과 기술을 가진 라이더가 맡는다.
앞서 나가며 자기 기량 껏 신나게 탈 수 있는 실력자인 송선생이 후배를 위하여 기술 강습과 독전을 겸해 힘겨운 후미를 맡은 것이다.
치고 나가려는 유혹을 억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빡센업힐구간이나 다운힐구간에서 더욱 드러난다.
그러다 딴 길로 사라진 나까지 찾아 나선 것이었다.
후미를 따라 본대에 도착하니 모두들 박수로 맞아준다.
오늘의 나폴레옹으로 환영한다.
내일의 미시령 힐클라이밍 대회에 대비하여 과외 좀 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송선생에게 내일 대회 나가자고 흰소리도 해 본다.
제일 뒤에 오는 라이더는 기쁨조이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다보면 초보자들은 일행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내심 염려하게 되고 뒤처지는 라이더가 나오게 마련이다.
몸도 맘도 지쳐갈 때 내 뒤에 누구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자폴레옹에게도 후미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본대를 많이 기다리게 하지 않고 따라잡았다는 안도를 하게 해 준다.
이번 라이딩에서는 장수연씨가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졸업 직후의 장거리 라이딩을 완주한 장수연씨에게서 훌륭한 여성라이더 탄생을 본다.
산악 라이딩의 묘미는 막판의 다운힐이다.
가리산 코스도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길고 긴 다운힐에서 숨 막힐 듯 강하게 밀려오는 산의 신령한 기운에 지친 몸을 맡기면 몸은 어느덧 새로운 에너지로 충만하게 된다.
56국도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500m 쯤 오르면 다시 가락재 휴게소에 이른다.
뒤 따르는 두 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국도를 따라 올라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이봉우 교장샘이 이스타나로 지원을 나간다.
얼마 후 장수연씨가 송상준선생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환한 미소로 언덕을 올라온다.
먼저 도착한 라이더들이 모두 박수로 맞이한다.
끝까지 해낸 것이다.
오늘은 끔찍했을지라도 이러한 완주의 경험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라이딩에 자신감을 심어 줄 것이다.
곧이어 두 분의 자폴레옹이 도착한다.
시간은 어느덧 17:40분이다.
갯가에 발 담그고 놀다 오지 않았냐고 놀린다.
새로운 코스를 개척했다고 기염을 토한다.
모두가 즐겁다.
들어보니 내가 지나친 갈림길을 그들도 놓친 것 같다.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같은 산의 품안에서 모두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이다.
18:00시경 홍천으로 향한다.
터미널 앞 홍천장작곰탕에서 하루의 회포를 풀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청명한 가을날의 가리산 라이딩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술잔에 잠긴다.
가리산은 임도 라이딩의 명산으로 자리매김해도 좋을 듯하다.
처음으로 자폴레옹이 되는 즐거운 추억을 만든 것도 좋다.
‘나를 따르라’ 고 일행을 끌다 ‘여기가 아닌가벼’ 하며 뒤돌아서면 나폴레옹.
‘자신만 따른다’ 고 혼자 딴 길로 갔다 돌아오면 자폴레옹.
오늘은 세 명의 자폴레옹이 탄생한 셈이다.
내가 그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열아홉은 푸른 하늘아래 빛나는 하루를 즐겁게 마감한다.
사진은 이창선님이 수고해주셨다.
다음이 더욱 기대된다.
ㅎㅎ 박사님 “자폴레옹”이 그뜻이였군요^^
전 오타인 줄 알았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어제의 일이 영상처럼 스처갑니다^^
항상 라이딩이 끝나면 누군가의 후기가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강박사님의 후기가 올라오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후기라기 보다는 한편의 서사시라는 표현이 옳을 듯 싶습니다.
“청명한 가을날의 가리산 라이딩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술잔에 잠긴다.” 이부분이 예술입니다.
박사님과 함께 라이딩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강박사님께서도 나홀로 라이딩 하셨었군요..ㅎㅎ
식당에서 나폴레옹 이야기 하셨을때는 무슨말인 줄 잘 이해를 못했었는데..
부상서 많이 회복 되신것 같아 다행입니다.^^
가족 모임때문에…어쩔수없이 불참했는데..
그 아쉬움을 박사님 후기로 만족 합니다..~
사진 한장 없이도 이리 눈에 쎤한 라이딩 모습이 그려지는군요.
후기 감사드리고,많이 회복하신것 같아 기쁩니다…
정말 멋진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합니다.
가리산의 정경이 다시 한번 눈 앞에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까지 6번의 산악자전거를 경험해 보았는데 이번 가리산이 최고 였습니다.
앞으로 더 멋진 산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요…..
멋진 날씨에, 환상적인 코스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딴힐도 쉬운게 아니네요.. 마지막 긴 다운힐덕에 아직도 손이 떨리는거 같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강 박사님!!!
더 늦기전에 알프스 투어 한번 가셔야지요….^^*
해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가리산 숲길을 함께 달린 듯합니다.
아름다운 청년의 후기에 취했습니다.
부상으로 부터 복귀하셔서 기쁩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박사님의 글을 접하니 웹이라는 것을 사용한 1세대에 속하며 하는 일 자체가 그렇다보니 익숙해진 인터넷 약어와 통신체 그리고 가볍게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보던 환타지 소설, 무협지로 인한 언어의 망가짐이 갑자기 와 닿습니다. 별 기대 없이 읽었던 피천득, 정채봉 님의 수필을 접하면서 느꼈던 웬지 모를 따뜻함이 강 박사님의 글에서도 묻어납니다.
소싯적에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읽고 잊어버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아……….
가리산을 갔어야했는데..
아…………….
가리산을 목메이게 불러봅니다~~~
가을이라 라이딩후기에 여유와 풍성함이 묻어 납니다.
박사님은 완전히 라이딩 예찬론자가 되셨네요..^^
전화로 자폴레옹과 나폴레옹 소식을 들었지요..
왕복 10키로 였다고 하는데 힘많이 드셨겠습니다.
하지만 이젠 업힐도 강박사님께는 별 장애가 되지 않나 보네요.. 대단하세요.
뒤에서 챙겨주신 송상준님도 대단하구요..
바로 미시령으로 오시지 그러셨어요..^^
즐거움이 넘치는 후기 잘 봤습니다.
아무 사고없이 모두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라이딩 내내 팀원들이 뭔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이거 너무 학구적(?)으로 타는거 아닌가???
3반장님, BMW님, 이동희님이 계셨어야 분위기 업 된다고 모두 입을 모았습니다. 왁자지껄, 대략 산만, 화기애매…
튑니다 =3=3=3
강박사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신것 같아서 너무 다행입니다. 후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번 가리산 라이딩에서 알샵에 큰 소득이 있었다. 바로 장군 3분 탄생! 자폴레옹 장군들 만세!
멋진 후기 잘 감상했습니다.^^
강박사님 후기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복귀하셔서 기쁩니다.
올해 미천골도 같이 가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