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디데이를 하루 앞두고 마음이 마냥 들떠있는데 지점에 같이 근무하시다 7월에 서울로 돌아가신 팀장님께서 모친상을 당하셨다는 전갈이 왔다.
잠시 고민한다.
빈소는 대전이다. 부산서 대전까지의 거리도 무시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15일부터 빡빡한 일정을 감안할 때 문상이 좀 힘들지 않겠나….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마음을 바꿔 먹는다. 내친김에 다른 직원들까지 실어나르는 기사로도 자청했다.
늘 경사보다는 애사에 찾아다녀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라 결국 5시 반에 부산에서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대전을 향해 출발한다.
문상을 하고 부산시내를 돌며 직원들을 집에 내려주고 귀환하니 새벽 두시가 되어간다.
아직 여행 짐도 못쌌는데…..걱정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진료예약한 치과부터 찾았다. 일주일동안 꿰매둔 실밥을 뽑는 날이다.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대충 4박5일동안의 짐을 꾸린다. 아주 바리바리 나온다.
원래 예정은 치과에 갈 때 차를 가지고 바로 가서 진료후 고속도로로 올라 거제에 정오쯤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이제야 짐을 싸기 시작하니 결국은 집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게 되었다.
12시 반, 차위에 또 차를 얹고 길을 떠난다. 마음이 저만치 부우웅 앞서간다.
오랜만에 작동시킨 네비게이션이 말썽이다. 자기혼자 전국을 다 돌아다닌다.
결국 네비를 끄고 고속도로 안내만 보고 가기로 한다.
부산에서 한참 가다보니 진주방면과 마산, 창원방향이 갈린다.
으아, 생각지 못했던 난관이다. 결국 순식간에 직진방향인 진주방향으로 들어서버렸다.
모르겠다 그냥 가기로한다.
진주 거의 다가니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안내가 보인다. 일단 가는 길인가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거리상으로 좀 돌긴 했어도 가장 편하게 통영까지 가는 길이란다.
통영까지는 거의 차들이 없는 길을 전세내듯이 달린다.
통영 아이씨를 빠져나오자 마자 눈에 띄는 짙푸른 쪽빛바다.
거제방면으로 길은 계속 연결되어 있고 안내만 따라 곧장 가니 바로 신거제대교로 이어진다.
세시 즈음, 민수씨 집에 도착하니 상금씨가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이제 곧 태어날 셋째가 눈에 띈다.
엄마, 아빠가 자전거 타러 강원도까지 가느라 할머니에게 맡겨졌던 주하, 서하 두 따님은 생각보다 무척 의젓했다. 일곱 살 다섯 살이라는데. 이제 막내가 태어나면 누나 노릇은 톡톡히 할 듯.
민수씨는 내 생각을 해서 대뜸 오늘 자전거 탈 코스를 조합하기 시작한다.
헉, 생각지 못했던 스케줄이다. ^^;;
폐를 끼치는 듯싶어 좀 미안했는데 본인도 운동하고 좋다며 나가자기에 따라나선다.
아기자기한 싱글을 넘어 파쇄석이 잔뜩 깔린 임도로 들어선다. 집앞 산이라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왔는데 사실 가볍지가 않다. 평이하게 능선을 따라 도는 거리는 거의 없고 계속 이어지는 업, 그리고 이후로는 또 무작정 달려내려가는 다운이다.
신나게 달려내려갈 때는 좋은 한편, 여길 다시 되돌아 올라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시 또 1:3의 낮은 기어비로 천천히 올라오다보니 언제 가나 싶었던 길들이 금새 끝나버린다.
힘드니까 천천히 가자는 말을 해놓고는 민수씨는 종종 앞에서 쌩하니 사라져버린다. 쳇.
약 두시간여의 몸풀기 라이딩을 마치고 다시 민수씨 집으로 돌아와서 상금씨가 준비해둔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직접 시장에 나가 떠온 광어와 전어가 입맛을 당긴다. 싱싱함이 말도 못하다.
철인 3종을 취미로 한다는 민수씨 친구분도 동석을 했다. 최강의 동안인 민수씨 못지않은 동안에 얼핏 배준철님을 연상케 하는 잘생긴 분이었다.
내심 상금씨가 나이 꽉찬 노처녀, 노총각을 연결을 시켜 보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조직한 급만남이었던 셈이다. ㅋㅋㅋ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거제도의 길들은 또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며 잠자리에 든다.
피곤했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태어날 셋째라는 말이 무슨말인지.. 한참을 읽어야 했습니다. 놀라운 센스..^^
그리고 나 닮아서 잘생겼다는 말에 한표.. 이것은 더욱 놀라운 센스…
무시무시한 짐승인 민수님하고 낯선 거제도에서 라이딩에 광어.. 전어.. 부럽구요..
재미있었겠습니다..^^
ㅎㅎㅎ 출산예정일까지 약 8주정도 남았답니다. 아드님이라네요. 막강 가족구성되겠습니다. 2녀1남.
그리고 진짜로 민수씨 친구분 미남에 호남형이었는데 준철씨 닮았다고 민수씨네 집에서도 이야기 했다는.
허~아주 뿅 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