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개령 투어의 감상
독백(?) 비슷한 감상문인지라 평어체를 사용하겠습니다. 혹여 읽기 불편하시더라도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 발단 —
배 사부님의 전화 한 통.
“준수. 오개령 투어 어때? 대관령에서 시작해서 미시령에서 끝나는 건데.”
“할 만 하겠지요? 포장 도로이니 일단 로드 바이크 가져갈 생각인데, 연습 좀 해야해요. 5월 중순은 시간이 없고요.”
“좋아. 일단 5월 중순은 아닌 걸로 하고 가긴 가는거다?”
“네.”
로드 바이크의 기어비는 무겁다. 포장도로에서 속도를 겨루기 위해 만들어진 전투기.
현재 내 바이크의 최저단 기어 비율은 MTB로 비교하면 2:5 정도의 기어비를 보여준다. 이건 토크를 낼 수 없다면 돌릴 수도 없다는 이야기.
토크 형이 아니라 회전 형인 나에게는 적응되지 않는 로드 바이크의 기어비가 버겁다. 그러나 이젠 포장도로에서 MTB를 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4월 26일. 알샵 8기 3주차 라이딩.
이 박사님께서 약간은 흥분된 표정으로 오개령 투어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신다. 남아일언 중천금. 당연히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 박사님께서 5월 4일을 D-Day로 결정하신 걸 알고는 너무 시기가 이름에 반 쯤은 좌절했다. (까마득한 힐 클라이밍 눈에 선했다.)
그러나 이미 던져진 주사위. 강은 건너버렸고 돌아갈 길은 없다.
분원리 코스로 서로를 맞추어 본 후 약간의 자신감과 함께 돌아올 일요일을 기대한다.
— 전개 —
5월 3일. 정신 없이 8기 졸업라이딩
라이딩 후 차를 운전해줄 친구 커플을 픽업한 후 알샵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투어 출발은 새벽 3시.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고, 출발지인 대관령 박물관을 향해 달린다. 지원 팀은 차량으로 투어 팀은 자전거로 각자의 길을 간다.
5월 4일. 오개령 투어 시작
1. 대관령
여긴 대회 때 달려본 코스. 횡계에서 대관령을 넘어와서 다시 횡계까지 왕복해 본 적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언덕이란 그리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 법이다.
우선은 1:1 기어비로 오르기 시작.
그러나 기어비의 차이로 우리 팀원들과 페이스를 맞출 여력이 없다.
자신의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아야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생각하니 팀과 떨어져 독주하기로 마음 먹는다.
배 사부님께 정상에서 볼 것을 이야기 하고 페달을 밟아 올라간다.
출발 때 지나간 MTB 동호인 들이 저 앞에 보이고 생각보다는 간단하게 대관령 정상에 도착했다.
바람에 얼어죽을 것 같은 의외의 날씨다.
어제와 같이 쨍할 것을 예상하고 보온 장비는 모두 차에 두고 출발했는데…후회된다. (이 후회는 라이딩 내내 계속된다.)
정상에서 팀과 합류하여 횡계를 지나 진부로 간다. 약간의 휴식과 함께 에너지를 보충하고 원식형님의 방풍 재킷을 슬쩍해서 입는다. ^^;
2. 속사재(?) 그리고 운두령
운두령으로 가려면 속사재를 거쳐야 한다고 하신다. 페이스 때문에 계속 독주 모드로 주행하여 속사재를 넘고 운두령을 향해 달린다.
여긴 모르는 언덕이다. 모르는 언덕만큼 두려운 곳은 없다. 어떤 페이스를 가져갈 지, 물은 언제 마셔야 할 지, 파워 젤은 언제 먹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언덕 시작에서 파워젤로 보충하고 물은 15분에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조정했다.
중간에 반대편 창촌 방향에서 넘어오신 수환 선생님을 잠시 만나 반갑게 인사한 후 다시 독주.
후반부에 이르자 투르 드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영상에서 보던 언덕이 보인다. 헤어핀 커브를 지나 층층이 이어지는 바로 그 언덕 들.
그 풍경에 흥분되어 탄성이 나올 뿐 그 곳을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신나서 소리 지르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차들이 이상하게 본다. ^^;
정상에서 팀과 합류하여 휴식을 취하고 점심 식사 위치를 잡아 본다. 7기 반장이신 인상 형님께서 조금 피곤해 하시는 듯하다.
창촌까지 다운힐 후 점심식사, 그리고 구룡령을 넘는 것으로 한다.
3. 구룡령, 양양, 타이어 파손
후한 인심에 배불리 점심 식사를 하고 구룔령을 향해 달린다.
오전 보다는 태양도 비치고 기온이 올라가서 몸이 좀 풀린 듯 하여 기분 좋게 페달을 돌린다.
팀으로 왔다는 의미가 무색하게 오전 내내 독주하다시피 달려서 팀에 묻혀보았으나 도무지 기어비가 맞지 않아 페이스를 맞출 수가 없다.
오히려 피로가 오려는 느낌이다. 별 수 없이 다시 앞으로 나선다.
이승복 기념관(?) 앞. 파워젤을 하나 꺼내 문다. 한 번에 먹지 않고 입에 물고 조금씩 빨아 먹으며 간다.
밝은 햇빛과 약간은 따뜻해진 바람. 그리고 발 아래 펼쳐지는 절경.
장거리 자전거 투어 – 예를 들며 280랠리, 속초 투어 – 를 하면서 늘 느껴지던 그 기분. 금수강산이란 단어를 온 몸으로 실감하며 하늘을 찌를 듯한 기분이 다시 느껴진다.
이전 언덕들 보다 높은 기어를 사용하며 댄싱과 시팅을 끝없이 반복해간다.
인간의 적응 능력은 참 무섭다. 좀 전까지 힘들게 느껴졌던 7%, 8%의 경사도는 이제 여유있는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상태로 변했다.
옆에 지나는 자동차에서 들리는 응원 소리에 기운을 찾고 다시 하늘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꼭 환각제 같은 것 같다.
floating around in ecstasy!!
퀸의 Don’t stop me now 를 목청껏 부르며 올라가고 싶었는데 클라이막스 부분을 빼고는 가사를 모르겠다.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려한다. ㅋㅋ
저 멀리 보이는 구룡령 정상의 모습. 좀 더 힘을 내서 가속한다.
정상에서 팀과 합류하여 한계령에 진입하기 전에 물 보충을 위해 동네 가게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출발하려는 순간 내 자전거의 앝 타이어가 주저 앉는다.
과다한 공기압인가 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앞 타이어가 조금 찢어졌고 튜브가 삐져나오며 터진 것이었다.
만약 다운힐에서 펑크가 났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속 60~80km 를 넘나들며 내려왔는데 그 와 중에 펑크가 났다면 못해도 중상이다.
그것도 앞 쪽.
맥가이버 이박사님의 도움으로 타이어를 패치하고 새 튜브를 사용하여 수리 후에 최대의 고비라는 한계령으로 내 달린다.
— 절정 —
4. 한계령, 10%의 연속.
한계령 방향으로 진입하여 한참을 주행해도 언제쯤 본격적으로 한계령이 시작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한계령을 자동차로도 지나본 적이 없다.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좀 급하다 싶은 언덕을 조금 오르면 다시 내려가고 조금 오르면 다시 내려가는 낙타 등 같은 길이 반복되면서 점점 지치게 한다.
그리고 한계령 XX Km 라고 씌인 표지판을 보며 맘은 급해진다. 한계령 입구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오색약수를 지나 본격적인 한계령 힐 클라이밍.
왜 한계령을 최대의 고비라고 부르는 것인지 알 것 같다.
회전이 안 되어 간신히 해머링으로 가속하고 시팅으로 유지하다가 다시 해머링 하는 방법 뿐이다.
더 이상 회전이 아닌 토크로 밟아 내리는 것 밖에는 자전거가 앞으로 나갈 방법이 없다.
그저 바닥만 보면 꾹꾹 밟아 나아갈 뿐.
정상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에 씌여진 거리는 왜 그리 줄어들지 않는 것인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몇 번이고 페달에서 발을 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발을 떼고 쉬어가더라도 아무도 모른다. 쉬다가 가더라도 팀 보다 먼저 올라갈 듯 하다.
하지만 웬지 발을 떼면 안될 것 같은 이 기분은 뭔가. 그랬다가는 어쩐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될 지 모른다는 그런 느낌.
이제는 속도 쓰려오고 허리도 아프다. 좀 전의 구롱령에서의 나는 대체 뭐였던 걸까.
정상 3km 전 지점.
지원팀이 보고 싶다. 전화해보니 양양 방향에서 출발하여 내 후방에서 올라오고 있단다.
토할 것 같은 상태로 3km를 간신히 올라 후방에서 오는 지원팀을 맞는다.
와플과 통감자로 빈 속을 달래고 물과 파워젤 하나를 마지막으로 보급받고는 몇 가지 이유로 팀과 떨어져서 미시령까지 독주하기로 마음 먹는다.
1. 체력 고갈로 더 이상 쉬면 완전히 퍼질 것 같았다.
2. 어두워지는데 라이트도 가져오지 않았다. 사실 오후 5시에는 라이딩이 끝날 것으로 내심 계산하고 있던 점도 있다.
3. 서포트 차량이 후방을 막아줄 상태도 아니고 노면의 상태에 민감한 로드바이크로 어두운 도로를 갓길도 없이 달리기에는 아무래도 위험하다.
(인제 한계 삼거리에서 미시령 입구까지는 갓길이 없는 편도 1차선 도로이기 때문)
— 결말 —
사실 한계령에서 내려오면 바로 미시령일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한계령이 아닌 진부령.
한계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속초 방향으로 달리니 백담사, 십이선녀탕 같은 익숙한 명칭이 보인다.
아직도 여기란 말인가? 미시령이 이렇게 멀었나?
지루한 길을 있는 힘껏 달려 미시령 옛 길 입구에 도착하여 지원팀에게 잠시 쉬다가자고 이야기 한다.
아까 먹던 와플, 물 등등을 섭취하고 충분히 휴식한 후 마지막 언덕을 오른다.
5. 미시령, 여기도 힘든 코스였던가?
속초 투어 때 엠티비로 넘었던 길이다. 한계령에 비해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 여기도 만만치 않다.
회전이고 뭐고 꾹꾹 밟아서 마지막 3km 를 오르자 저 멀리 정상 근처에서 부르는 지원팀이 보인다.
이제 정말 마지막인것 같다. 정상을 향하는 직선 업힐코스에 오르고는 마지막까지 해머링으로 가본다.
여기까지 온 것이 꿈만 같다.
이제 다른 팀원들이 속속 올라오는 모습이 보이고 정상에서 우리들은 어린애가 될 수 밖에 없었다. ^^
주행거리: 약 190 km
주행시간: 약 7시간 30분
다운힐 최고속도: 약 80km/h
평지 최고속도: 약 50Km/h
평균속도: 약 25km/h
이 정도의 고 강도 라이딩에서 잘못 아픈 곳 (특히 무릎)없이 의외의 기록으로 완주하게 되어서 스스로 매우 놀라고 기뻤다,
게다가 포장도로에서 로드 바이크의 위력을 새삼 체감했다. 무게, 공기 저항, 주행 저항, 기어 비율의 차이는 예상보다 매우 큰 차이였다.
MTB를 타고 주행했다면 나는 아마도 완주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코스. 이것을 해내신 우리 팀원들 모두가 정말 자랑스럽고 한 가족이 된 듯한 뿌듯함이 있다.
거시기… 준수샘…
나 그 도로차 함 타봐도 될까나요???
안되겄죠??? 라이더의 중량 제한이 있응께… ^^;,,,
후기 보니까 디따시 타보고 싶으네요. ^^
수고 많으셨어요.
이승복기념관은 나랑 처음 만났던 곳 조금 못미쳐에 있습니다.
그리고 담부턴 이런 투어라이딩엔 MTB로 갖고와 보조 좀 맞춥시다.
도무지 볼수가 없으니…ㅎㅎㅎ
로드바이크의 위력도 대단하지만..
로드타이어의 위력도 대단합니다.
업힐도 슝슝.. 딴힐도 씽씽..
로드를 넘 편하게 다녀왔다는 생각을 아직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담에는 MTB타이어 꽂고 7개령투어 갑시다..^^
퍽!..윽!.. 악!..@#$%%
로드바이크의 위력을 직접 보지 못했는데 궁금하네^^
다음엔 로드 바이크에 MTB 타이어 끼우면 어떻게 되나 하고
갔다 왔던 길 다시 한 번 가봐 ㅋㅋㅋ
후기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