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라이딩의 태클

어제 저녁 안양천을 따라서 집으로 귀가..
평상시 처럼 지방연소모드로 천천히 페달질을 시작했다.
맛바람이 심하게 분다..
이런날은 기어비 2:7정도에서 20~23Km정도가 정신건강에 좋다..

느긋하게 페달질하며 맛바람을 경사라고 생각하고 업힐연습을 하고 있자니.. 앞에 가는 라이더분의 페달링이 마냥 경쾌해 보인다.

그 리듬에 맞춰서 멀찍이 떨어져서 따라가는데..
퇴근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헌데.. 어디선가 두사람의 라이더가 중간에 끼어든다. 이분들 힘이 좀 되는지 맛바람과 맛짱을 뜨고 계신다. 보기에도 안스러울 정도로 찍어누르는 페달질을 하며 기를 쓰고 앞서가는 경쾌 라이더분을 추월한다.

보통 경쾌 라이더분들의 특성상 누군가 불을 땡겨주기를 라이딩하면서 간절히 원하는데.. 두분의 맛짱 라이더분들이 불을 땡긴 것..

앞에서 보니 역동적인 라이더 세분의 경합이 벌어지고.. 거기에 더하여 헬멧안쓴 기운 넘치는 자출라이더 분도 나를 휘릭 추월하여 순식간에 네명의 라이더가 내앞에서 얼키고 뒤섞인다.

이분들 어디 숨었다 갑자기 나타나셨는지.. 경쾌 라이더가 표적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감정이 잔뜩 나 있는 분들처럼 추월에 추월을 거듭한다.

국회의사당을 지나면.. 선유도직전에 고수부지가 두갈래로 갈라진다. 이곳에 이르자 난 평상시 처럼 우측으로 가는데 4명의 엉킨 라이더분들은 왼쪽으로 약속이나 한듯이 질주하고.. 난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혼자 달려간다.

혼자 달리고 있자니.. 야릇한 감정이 몸속에서 꿈틀 거린다. 앞서간 라이더분들이 일으킨 스파크가 나한테도 전이되는 순간이다.. 갑자기 기어단수를 한단 올리고 페달링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왼쪽 멀리서 달리는 네명을 보면서 나도 동시에 같은 속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맛바람은 말그대로 극악이다. 다리가 터져나가라 달리니 왼쪽에 달리던 분들이 어느새 저 멀리 뒤에 보인다. 흠.. 그대로 성산대교 밑에서 길은 다시 합류..

혼자 열심히 달리고 있는 나.. 뒤에 일행분들은 보이지 않는다.. ㅋㅋ 이제 여유잡고 페달링을 하고 있는데..

나의 백밀러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린다. 로드바이크다..컥..  품세를 보니 무진장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듯 싶다. 헌데 내 뒤에서 속도를 줄이더니 피빨이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맛바람이 원망스러워 겨우 가고 있는데 내 뒤에 바짝 붙에서 피를 빨고 있다니.. 왠지 울컥한다. 왼손을 펼쳐서 추월하라고 사인하니.. 이양반이 추월은 안하고 뒤로 멀찍이 떨어진다.

흠.. 뭐하자는 건지.. 가던 속도 그대로 달리는데 영 기분이 찜찜..

갑자기 뒤에서 라이트 불빛 여러개가 아우성 치듯이 내앞에 어른 거린다. 아.. 미치겠다. 백밀러로 확인하는 순간.. 아까 미친듯이 뒤엉켜 달려갔던 네명의 라이더에다가 피빨이 로드바이크까지 다섯대가 내 뒤에 포진한 것..

이거야 말로.. 전혀 내가 원치 않던 극악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에서 최선은 내가 뒤로 빠지던가 아님.. 치고 나가던가 하는 수밖에 없다. 믿을 건 힘밖에 없는지라..

다시 기어한단올리고 평상시 하지도 않던 다리를 쥐어짜는 페달링을 한다. 드디어.. 안양천과 한강이 갈라지는 곳에 도착.. 나는 오던 속도 그대로 좌회전하여 안양천으로 내달린다.

거짓말같이 다섯명과 나는 방향이 달랐다. 나홀로 뚜욱 안양천으로 떨어지고 나니 뒤에서 아우성치던 라이더분들이 목표를 잃어 버린셈. 염창동방향으로 아직도 뒤엉켜 달리고 계실 다섯명의 라이더분들께 조의를 표하며.. 안양천을 부드럽게 달리려던 순간..

앞에 천천히 달리는 로드바이크 분을 추월한다. 이제 한숨 돌리고 나도 여유를 가지고 달려볼까 하고 허리를 풀고 있는데..

백미러에 좀전에 추월한 로드바이크 분이 피를 빨고 계셨다.. 아으,.. 미쳐..

내 성격상 피빨고 계신 분들을 용납할 수 없는지라.. (이건 아마 내가 인간이 덜 되어서 일 것이다.) 다시 부하를 걸고 게거품물고 달린다.

안양천에 들어서도 여전히 맛바람.. 이넘의 바람은 온사방으로 몰아치는지 방향도 다른 안양천도 맛바람이라니.. 아예 업힐이라고 생각하고 근지구력 테스트 할겸 높은 기어로 빡빡 거리며 바람을 뚫었다. 최근 자출을 자주한 탓인지 안양근처에 접어들어도 체력부담이 없다. 연습좀 했다고 배기량이 좀 늘었나 보다.

마지막 석수에 접어들기전 고수부지에서 뚝방으로 오르는 길 끝에 있는 자동차 출입 방지 기둥에 왼발이 걸려 잔차와 몸은 앞으로 가고 왼발은 뒤에 둔채 그대로 옆으로 철퍼덕.. 아직도 그때 디딘 오른손이 시큰..

집에 들어와 샤워하고 나니 나른하다..

열혈 라이더, 맛바람, 오기, 방지기둥.. 아..
이모든 내 라이딩의 태클에 겸허해 질때가 언제쯤 오려나.. 아직 득도 하려면 맘부터 비워야 할 듯 싶다.

7 thoughts on “내 라이딩의 태클

  1. 배 사부님 그래도 크게 다치신 것이 아닌 것 같아 천만다행입니다. 알샵 원칙인 가늘고 길게 오래 타려면 안 다쳐야죠 ㅋ
    어린 놈이 종종 무릎이 삐끗하다보니 누군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득도를 바라신다면…
    출퇴근 하드테일 처분하시고 로드 바이크 하나 마련하십사 지름신을 질러 드리겠습니다.

  2. 아니 가늘고 길게 지도자이신 배사부님께 이러한 태클이 있었다니…

    한강에 몇 번 가보니 예전에는 모르던 배사부님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작년 추석 즈음에는 별의 별 잔차들이 소리지르고 비키라고 난리 부르스더군요.

    시골에서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ㅎㅎ
    큰 부상이 아니시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다치면 쫓겨날까봐 온갖 잡생각이 머리에 한 가득인데… ^^;..

  3. 내 인생의 태클…

    얼마전 양영준님께 “자긴 내꾜야~~~”하고 문짜보냈는데
    바로 씹혔씁니당 -.-

  4. 통반장님의 문자를 받고 잠시 경끼를…..쿨럭!
    저 준철이형하구 친하게 지내구 싶어요. 맘 속에 죄책감을 갖고 살 순 없잖아요.
    근데 제번호는 어케 아셨을까???

  5.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저도 슬슬 자출을 해야겠는데 겨울동안 쉬어서 인지 엄두가 안 나네요.
    자출 시작하면 가끔 번개쳐서 잠실방향이든 안양천방향이든 퇴근 같이 하시지요^^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