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늦게까지 경주문화유산 답사에 체력을 소진한 터라
(사실은 하루를 더 경주에 머물까를 심각하게 고려하다
남산 다운힐에 너무 기운을 소진한 나머지 일요일 답사는 곤란하다고 판단하여 철수함)
일요일은 오전내내 딩굴딩굴 집안에서 굴러다녔습죠.
토요일도 날씨가 너무 쌀쌀하고 먹구름이 잔뜩 끼인것이
그러지 않아도 감기로 고생한 저를 완전 주눅들게 한 경주의 날씨였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 일요일도 꽤 기온이 낮다고 하여
오전내내 집에서 시간을 보낸 이후 밖으로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죠.
두시가 좀 넘어서면서 부산시내 한번 나가보자….는 생각에
가벼운 옷차림과 토마토 하나, 펌프 이렇게 챙겨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서면(부산의 가장 번화한 곳입니다. 서울의 시청부근 쯤으로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까지 매우 가까운 거리인데 막상 나가보니 역시 왕복 10차선의 대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도가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야말고 자동차와 레이스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ㅡㅡ;;
이 대로 사거리에서 맨 좌측 2차선까지 붙어야 사무실이 있는 동래방면으로 좌회전이 되는데
도저히 끼어들 엄두가 안나 동래행을 포기하고 우회전하여 부산역 방향으로 길을 잡았습니다.
아까같은 로터리만 아니면 다닐만 합니다.
일요일이라 통행량도 많지 않고 무엇보다 맨 가의 차선으로 붙으면
버스 전용차로라 차량의 위협도 받지 않고 길가 불법주차 차량 덕분에 ^^
어느정도 주행폭도 보장되니까요.
자동차매연을 많이 느끼며^^; 부산역에 어렵지 않게 도착하니
어~~조금만 더 가면 남포동이네?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밤을 샜던 기억이 있는 동네입니다.
가보기로 합니다.
남포동 도착해보니 어 또 조금만 더 가면 영도라네요.
또 조금 더 가보기로 합니다. 유명한 영도다리도 건너봅니다.
부산시내에서 바다를 보는게 처음입니다. ㅋㅋ
사무실이 있는 동네인 동래와 금정구 쪽이 해안쪽이 아니라서 늘 산만 보았답니다.
이정표에 그 유명한 태종대가 보이는겁니다.
어라? 내친김에 다녀올까?
계속 이정표만 보고 태종대를 향해 달려갑니다.
언덕하나 올라가고, 또 언덕하나 올라가고, 그렇게 언덕길만 무진장 넘습니다.
부산이 원래 반은 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침내 도착한 태종대 관리사무소 입구에서
“자전거는 안됩니데이”라는 제지를 받고야 말았습니다.
헉, 이럴수가 있습니까.
밖에다 두고 입장하랍니다.
이 자전거는 졸라 비싸서 절대 안된다. 그럼 도난 당하는지 봐줄수 있느냐…
기타등등의 사유를 대가면서 들여보내 달라고 빌었죠.
마침내 관리인 아저씨가 그럼 끌고만 다닌다고 약속을 하라며 들여보내 주더군요.
서울말씨 쓰는 아가씨가 안되보였나봅니다.
(헬멧으로, 고글로 다 가렸는데 아줌마로는 안보였겠지요. ㅋㅋㅋ)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자기가 문책을 당하니 절대 타면 안된답니다.
아….여기서 마음 착한 명성이 결심했습니다.
그래….들여보내주는 고마운 아저씨를 생각해서라도 자전거를 타지 말자.
그래도 끌고 들어가게 해준게 어딥니까.
나중에라도 절대로 태종대에 자전거만 타고는 오시지들 마십셔.
저야 혼자니 애걸이라도 해서 끌고 들어갔지만
떼로 왔다가는 자전거 맡겨놓을 데도 없어서 그냥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괜히 밖에 열쇠로 묶어둔대도 소용없는거 너무 잘 알지 않습니까.
자전거를 타면서 부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다 도둑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ㅡㅡ;
여기서부터 명성이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그냥 걸어올라가기도 힘든 콘크리트 바닥을 잔차신발로 걸어올라가려니 고역입니다.
결국 신발은 벗어서 배낭에 달았습니다.
맨발로 사뿐사뿐(발바닥이 시커매져가면서 ^^;;) 태종대 순환로를 걸어올라가기 시작합니다.
2개차선중에 중간중간 1차선은 주차장으로 사용됩니다.
자전거를 탄다고 해도 전혀 사고가 날만한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자동차는 허용되면서 친환경적인 자전거는 출입을 통제한다는
이런 아이러니가 그저 많이 서글플 따름입니다.
전체적인 거리가 약 3킬로에서 4킬로정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남산과 형태는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남산에서는 서울의 도심지를 조망할 수 있다고 하면
태종대에서는 탁트인 수평선과 멀리 섬군락들을 볼 수 있습니다.
발끝아래 펼쳐진 절벽과 푸른 파도, 그리고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들.
장관은 장관이네요.
이 좋은 길을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자전거를 끌었습니다.
역시 제가 고지식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ㅡㅡ;;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잔차 끌기가 쉽지 않더군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ㅋㅋ
자전거를 끌고 돈 김에 태종대에서 한 시간반쯤을 보냈더군요.
시간은 이미 여섯시를 지나고 있었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태양.
7부팬츠의 쌀쌀함에 얼른 귀가를 서둘러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합니다.
고글이 어두워져서 벗어서 헬멧에 꽂고
부산역이라는 이정표만 보고 부랴부랴 내달리는데
아뿔싸….ㅡㅡ;;
이정표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하는 표지인지라
그대로 고가도로, 혹은 터널로 저를 안내합니다.
왔던 길을 기억할리 만무죠. 제가 얼마나 길치인데요.
두번을 그렇게 돌아나와 어찌어찌 서면 복잡한 로터리까지 도착해서
이번엔 죽어라고 자동차사이를 비집고 좌회전에 성공했습니다. 헥헥헥.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차이지만
대중들의 인식은 그렇지 못하니 그에 대한 대처를 잘해야 한다….는 평상시 제 생각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였던 거 같습니다.
무서운 길에서 잔차 탈때는 늘 조심, 조심.
그래도 좌회전 신호 받을 때 뒤에서 안빵빵거려준 운전자분이 넘 고맙더라구요.
저와 앞차와의 사이에 승용차 세대분 정도는 거리가 벌어졌었는데.
다음에 경주에 다녀온 후기를 올려드리겠습니다.
날씨가 따뜻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너무 춥고 힘들었답니다. ^^;;
모두들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고생 많이 하셨네요. 그렇게 부산 길 익혀가는 거겠죠. 나중에 서울에서 내려간 촌사람들 안내를 잘 하실 것 같습니다. 자전거로 말이죠. ^^;
남산 다운힐에 소진한터라 일요일 답사 곤란? 요게 매치가 잘 안되내요^^ 역쉬 낭자님은 달라도 뭔다 다릅니다 ㅎㅎ
경주에 남산이라고 있답니다.^^
제가 포석정에서 출발하는 남산길을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바닥이 넘 험해서 팔다리가 막 후달렸거든요.
흐흐~
역쉬 대단해…^^
강원도에서 닦은 솜씨가 어딜가겠슴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