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피디수첩을 보았습니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수해지역을
취재진이 직접 몇시간씩을 걸어들어가 촬영을 해왔더군요.
용평에서 불과 몇킬로 떨어진 진부가 피해가 가장 컸던 모양입니다.
건물이며 길이며 아주 익숙한 동네인데 쑥대밭이 따로 없네요.
저희들에게는 좀 불편했을 뿐인 1박2일이었지만
그분들께는 생사의 갈림길이었다는 걸 알고는
저의 불평이 너무 철없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윗마을에 사는 노모의 생사가 걱정이 되어
끊어진 산비탈을 몇시간씩 걸어들어가 개울을 건너던 아들.
이런 지역들은 현재 외부의 도움이 전혀 닿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원도지역에 복구봉사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번 알아보고 싶습니다.
조속히 그분들의 생활터전이 정상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침이 밝았다.
어제 깊은 밤 잠시 잦아들듯 하던 빗줄기는 다시 거세게 바뀌어있었고
가족들을 낮선 여관에 잠들게 한 두 가장 배준철, 손건석님은
밤새 시간마다 눈을 떠 빗줄기를 살핀 듯하다. 얼굴에 근심이 서려있다.
아침부터 모두 서둘러 용평을 탈출하기로 결정하고 짐을 꾸린다.
채널은 YTN 뉴스로 고정되어 있다.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었다.
산사태와 침수로 끊어진 국도는 더 늘어나고 있으며
고속도로도 밤새 복구하면 뚫리겠지 하는 기대와 달리 여전히 불통이었다.
평창과 진부, 장평 등 용평으로 향하는 모든 길은 완전히 싹뚝 끊겨있었다.
전기와 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버치힐 뿐인것 같았다.
호텔은 완전히 모든 객장을 폐쇄했다고 한다.
프런트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버치힐도 가급적 체크아웃을 해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전기는 공급되겠지만 단수가 될 가능성도 있단다.
창밖을 보니 일단 어제 체크인센터의 지붕까지 찼던 물은 빠져있고
흙탕물로 뒤범벅이된 도로가 드러나 있긴 하다.
출애굽을 하는 피난 행렬처럼 느릿느릿 차량들이 리조트를 빠져나가고 있긴 했다.
바퀴의 반쯤 흙탕물에 잠긴채로.
일단 차량이 통행이 되고 있는 듯해 일행은 상황도 살필 겸 밥을 먹으러 나가기로 한다.
만일을 대비해 그나마 차체가 높은 유진복 선생님의 SUV 차량에 일곱명이 모두 탑승.
전직원이 나와 물을 치우고 있는 리조트 내를 빠져나오며 보니
곳곳의 나무들과 담벼락이 폭탄을 맞은 듯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고
어제 길이 끊겼던 교량은 그나마 물이 빠져 통행이 되는 정도였다.
리조트로 들어오는 차량은 입구에서 아예 통제중이다.
어제, 오늘 뉴스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대원고속의 보라색 버스가 하천에 처박혀있다.
사고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고 있는 중이다.
빗속을 뚫고 어제 못간 남경식당에 도착하여 모두 꿩만두국으로 식사를 한 후
고속도로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톨게이트의 고속도로공사 사무실로 가기로 했다.
톨에 도착해보니 진입표시에 전부 빨간 엑스자가 표시되어 있고
직원 두분이 비를 맞고 서서 일일이 통제를 하고 있다.
방송에서는 12시쯤 한 개차로쯤은 개통해준다고 했었는데
직원에게 직접 물으니 오늘중으로 통행불가능이라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서울에 갈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니
일단 강릉방향은 진입이 허용되니까 강릉으로 가다가 동해고속을 타고 동해로
그리고 동해시에서 태백으로 국도를 타고 가서
31번 국도를 타고 태백-영월-제천 까지 가면 중앙고속도는 안전하단다.
일행은 서둘러 횡계시내에 들러 휴대폰 임시배터리세트며
이희영 선생님은 단수를 대비한 생수와 빵 등의 식료품을 구입하고
콘도로 돌아와 패킹해놓은 짐들을 두 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실었다.
주인장이신 이선생님은 그냥 콘도에서 기다리시며 고속도로가 소통될 때까지 계시기로.
점심을 하면서 잠시 원주에 계신 두가족과 통화해보니
원주쪽은 숙소를 못구해서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모텔에 방이 없어 결국 한 개방은 직원숙소를 얻었다는데
에어컨에서 물이 새고, 화장실도 없는 방이라 아주 고생했다는.
결국 김소화반장님을 비롯한 그쪽 일행들은 차를 돌려 먼저 서울에 가있기로 하고
이쪽의 남편들은 먼길을 돌아서라도 뒤따라 갈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일단 기다리라고 하였다.
열두시에 용평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텅텅 비어 빗줄기만 요란한 고속도로를 밟아 강릉방면으로, 동해로 내달았다.
원주에서부터 횡계까지 통제중이니 길에는 횡계에서 진입한 우리외엔 거의 없었다.
태백방면으로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과거에는 석탄산지로 번영을 누렸을
장성, 사북 등의 이정표를 보며
꼬불꼬불한 31번 국도를 힘겹게 지나는 동안에도
모든 하천변은 금방이라도 범람할 듯 넘실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서울의 김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영월이 이미 동강의 범람으로 시내가 침수되어 국도가 통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최첨단 네비로 무장한 앞서가는 유진복 선생님의 차량이
태백에서 경북봉화로 우회도로를 단박에 잡아낸다.
몇주전 280랠리를 치렀던 현동지역으로 바로 연결되는 도로위였던 것이다.
다시 가게 되리라 생각 못했던 지역을 지나면서
그때와는 또 다른 주위 풍경에 감회가 새로워진다.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가 되는 지점까지 이르자 조금 안도가 되기 시작했다.
“재난지역”을 어쨌거나 벗어난 것이다.
서울로 향하고 있던 김소화반장님 일행에게도 산사태 여파가 닥쳤다.
라디오로 흘러나오는 뉴스에서
여주와 양지부근의 산사태로 고속도로가 덮쳐져 한쪽 차로 씩이 막혔단다.
그러다보니 또 인근에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고.
봉화에서 풍기방면으로 길을 잡고
280때 식사를 하셨다는 된장집에서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먹은 후
드디어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시간도 안걸릴 원주까지를 결국 5~6시간에 걸려 도착한 셈이지만
그나마 일행 아무도 상하지 않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정체가 심한 여주를 피해 문막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다시 이천에서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마지막으로 용인휴게소에서 합류해 커피 한잔씩을 나누고
조금은 험란했던 1박2일의 일정을 접었다.
함께해주신 모든 식구들과 무사히 돌아오신 세분께 고맙기만 한 여행이다.
정말로 모두 영화같은 여행을 하셨네요. ‘허리케인’ 같은 영화..
이젠 직접 만나서 무용담을 듣는 일만 남았네요~ ^^; 글치만, 앞으론 이런 여행 하지 마세요~~
용평 이후 처음으로 글 올립니다.
저로 인해 많은 분들이 맘 고생과 신 고생을 하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항상 올리던 후기이지만 요번 만큼은 생락하겠습니다.
참으로 쓰고 싶은 내용도 많았는데…
같이 계신던 분들의 염려와는 달리 와서 어부인한테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둘째 아이 방을 새롭게 만드느라 제 도움이 절실했던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온 몸으로 느낀 신선함이 그 지역 분들에게는 큰 절망과 상실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맘이 아픕니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행복의 날이 조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같이 고생해주신 이박사님, 배사부님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유선배 형수님께는 특별히 맛있는 저녁과 안주, 감사드립니다.
지친 여정 끝에 먹은 진수성찬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선배님, 오는 길에 졸지 않게 해 주신 강철 낭자, 돌와와서 같이 맥주하며 연휴를 마감해주신 형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방학이니 좋은 riding 계획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MBC피디수첩 보는 느낌..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는 듯 합니다. 꼼꼼하게 적어주신 글 세월지난 후에 읽으면 소중한 정보와 추억으로 남을겁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잊지 않을 며칠 이었습니다.
제가 일주일동안 게을러 오늘에서야 후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사진 없이 글만 끄적일려니 민망합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
정말 애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