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문화유산 답사여행은 순조롭지가 않았다.
금요일 경주로 출발하여 보문단지에서 하루 밤 유한 후
상쾌한 마음으로 경주의 아침을 맞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시내권 관광을 하기로 하고 보문단지에서 경주시내로 이동하는 내내
하늘이 어째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회사 업무용 네비게이터를 장착하고 온지라
전혀 알지 못하는 경주시내도 위풍당당하게 진입^^
무료주차장을 검색하니 바로 근처 안내를 해준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황성공원에 널럴하게 차를 세우고
경주역을 향하여 잔차타고 출발!!!
시내가 워낙 좁아 별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도를 준비했건만 동서남북 방향을 가늠못하니 이것도 쉽지 않았다.
한번의 엉뚱한 도로로 들어갔다 나오는 시행착오를 거쳐 경주역 도착.
역마당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박은후
펼치면 이따만해지는 관광지도를 하나 얻고서 대릉원방향으로 고고.
시내한복판에 자리한 대릉원은
예전에 봉분잔디깎기를 구경한 적이 있는 곳이다.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동그란 봉분을
한 열명쯤 되는 인원이 전기제초기를 여러개의 줄로 묶어서 함께 들고
위에서부터 사과깎듯이 동글동글 돌려가며 잔디를 깎아내는 광경이었는데
쬐그만 무덤 벌초하는 것만 보다가
옛날 임금님의 무덤 벌초는 스케일이 어마어마 하다고 신기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걸쭉한 콩국에 검은깨와 검은콩을 갈아넣은 뒤 꿀을 넣고
찹살도너츠를 새알심처럼 썰어넣은 따끈한 콩국 한사발을 아침으로 정했다.
말이 국이지 거의 죽같은 밀도인데
이게 나중에 한그릇을 비우니 엄청 배가 불러온다.
천마총의 내부가 공개되어있다길래 티켓팅을 하려고 했는데
자전거는 출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첫 번째 좌절 되겠다.
밖에는 자전거 보관대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눈에서 사라지는 순간 자전거를 분실로 치면 된다는 사실을
너무너무 잘알고 있는지라 선뜻 자전거를 떼놓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할 수없이 천마총은 패스한다. 아쉬워도 어쩌랴.
자주 보았던 첨성대도 나지막한 담 너머로 한번 힐끗 넘겨보고
월성으로 향한다.
예전 궁궐터라고 하는데 지금은 각종 전통놀이, 혹은 시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적들의 침입을 막기위해 인공수로를 팠다는데
그 수준이 도랑수준이라 조금은 실소를 자아낸다.
수령이 굉장히 오래되었을 법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상쾌하고
아직 채 지지않고 남아있는 벚꽃들이 눈내리듯 흩날리고 있다.
마치 야트막한 싱글을 즐기듯 월성 요리조리를 자전거 바퀴로 누볐다.
월성의 뒤로 보이는 경주국립박물관의 아늑한 정경들.
월성에서 내려와 바로 안압지로 향한다.
어디에서든 호수의 끝을 볼 수 없게 해서 규모를 짐작지 못하게 하려고
호수의 가장자리 라인을 굴곡을 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또 매표소에서 자전거는 못들어간다는 제지를 받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황룡사지 터로 가기 위해 기찻길을 지나는 순간
기찻길 옆 논들 가장자리로 뻥 뚫려있는 안압지 내부가 보였다.
자전거를 들고 ^^;;
논두렁 좁은 길로 한 이십미터 아슬아슬 걸어가니
바로 안압지 내부로 이어진다. 담벼락도 없다.
양심에 쪼끔 찔렸지만 안압지 산책로를 자전거를 끌며 걸었다.
끌며 걷는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았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은데도
정말 굴곡지게 만들어서 마치 엄청 넓어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 대신 자전거가 안압지에 왔다 갔다는 증명사진을 찍는다. ^^
다시 기찻길로 몰래 나오는 길에
기차가 지나간다는 딸랑딸랑 소리가 들린다.
혼비백산 자전거 다시 들고 논두렁안으로 뛰어들었다. ^^;;
뉴스에 날뻔 했다.
경주 안압지에 몰래 들어갔다 나오던 30대 여자가 기차에 치었습니다….라고 ㅜ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황룡사 절터로 향한다.
정말 황량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할 만큼 넓은 터에
이제는 주춧돌만 덩그라니 남은 황룡사터
예전 백제의 아비지가 9층 목탑을 지었다는,
이제는 박물관에서 모형으로나 볼 수 있는 황룡사의 위엄은 어떠했을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읽은 글 때문인지
황룡사 절터에서 한참동안을 서성이며 수백년전의 사람들을 추억한다.
그사이 바람은 더더욱 차가워지고 구름은 더 짙어졌으며
금새라도 빗방울을 후두둑하고 몰아올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지위에 바람막이 자켓도 입고 긴지퍼바지도 입었건만
점점 추위가 느껴지면서 손가락이 곱아간다.
황성공원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추위도 추위였지만
다음코스인 국립경주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는 자전거의 보관이 꼭 필요했다.
그렇다고 박물관 담벼락에 아무렇게나 자전거를 묶어둘 수도없다.
박물관을 별나게 좋아하는 나는
그안에서 맘편하게 몇시간을 보내려면 확실한 안전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다시 경주시내 라이딩을 거쳐 차에 잔차를 싣고
온 길을 되짚어 경주박물관으로 차를 몰아 간다.
캐리어까지 잘 잠갔건만 차 지붕위에 얹어둔 자전거가 영 맘이 쓰인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다가 두 번이나 되돌아와서 자전거를 쳐다본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단연히 튀는 복장 되겠다.
머리에 쓴 두건하며, 요상스럽게 생긴 스포츠선글라스
(일반 사람들은 이런 안경을 어디서 구경이나 해보았겠는가)
패드바지를 입어 엉덩이는 오리궁둥이보다 더 튀어나온데다가
거기에 덧입은 쫙 달라붙은 풀지퍼 쫄 추리닝이라니!!! ^^;;
불교유물, 생활유물, 전쟁유물, 궁중유물 등
보기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화려한 유물부터
정감이 느껴지는 소박한 도기들까지 다양한 유물들을 둘러본다.
무엇보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화려한 금장신구가 아니라
각종 그릇들과 다양한 모양의 기왓장들이다.
유명한 경주황남빵에 찍히는 얼굴 반쪽이 날아간 바로 그 문양의 기와.
박물관의 야외 전시장에는 불국사에 있는 모조석탑이 놓여있고
각종 궁터와 절터 등에서 발굴해온 다양한 모양의 석조유물들이 자리한다.
그리고 또 나의 심장고동을 빨라지게 하는 고선사터 삼층석탑.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내게 뭐라 말을 거는 듯하다.
아무 말없이 한참을 석탑 앞에서 턱을 고이고 서있어봤다.
돌덩이를 보고 이렇게 가슴이 뻐근할 수 있다니
맨마지막으로 박물관을 한바퀴 돌고나오는 동선의 끝자락,
박물관 입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제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
성덕대왕 신종 진품이 자리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비천상의 구름무늬와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같이 적혀져 있는 천자의 문자들.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 녹음된 타종소리를 방송한다.
쪼금 슬퍼진다.
스쿨개강사진을 올려드려야 하는데 제 카메라가 행불입니다.
샾에 두고 온건지, 산에 버리고 온건지 ㅜㅜ 다시 찾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찍어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기운빠집니다 ^^;;
개인적으로 역사를 매우 좋아하고 유적답사도 체계적으로 하진 못했지만 그또한 너무 좋아합니다.
작년엔 드뎌 아이들과 문화유산답사를 시도했었어요.똘망똘망한 눈으로 부족한 엄마의 설명을 듣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경주도 그 몇해전에 다녀왔습니다.성덕대왕신종을 보면 놀라워하던 애들이 기억납니다.이래저래 옛생각이 나네요.올 여름엔 현충사를 깃점으로 호국잔차기행을 해보면 어떨까 구상중이였는데 명성씨의 글을보니 그계획에 힘을 실어야겠단 결심이 섭니다.문화유산 답사 많이 하시고 소스좀 많이 챙겨주세요.부럽습니다.
준비된 후기..네요. 여행가실때 이미 후기를 생각하셨나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근데, 월성..에서 쟌차타면 재미있겠어요.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후기 잘 보았습니다….잔차실력 만큼이나…글솜씨도 좋으신것 같습니다.
만나뵙고 싶었는데…학교 첫날 뵈어서 반가왔습니다!
저는 언제쯤이나…그 체력을 따라갈수 있을까요?
6/3 경주 가족 여행 예정입니다. 자전거 두대 싣고 가야 겠습니다. 좋은 정보 고마와요.
덕분에 집안에 앉아서 경주구경 잘 했습니다.^^
잔차를 모르던 시절,
지난날 경주에는 출장으로 자주 다녔지만 갈때마다 술만 먹어 경주가 어케 생겼는지도 모릅니다.ㅡ.ㅜ
같이 탈 때 새로온 Hardtail Bike는 낭자것이었는데,
사진에 있는 것은 완전 남자 것이로구만요 ㅇㅇㅇㅇ.
역시 숨은 기질이 보입니다.
포항에 있을 때 경주가서 일반 자전거 타고 둘러 본 적 있는데…
옛 생각 납니다.
단월님은 유산답사에도 일가견이 있었구만요.. 군더더기 없이 적어주신 글에 푹 빠져 예전에 다녀온 경주가 눈앞에 아른 거립니다. 저는 아이들과 다니면서 사진을 무수히 많이 찍은 탓에 아직도 사진만 보면 어디서 뭘 했는지 생생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답사기행을 사진으로 꾸며보는 나만의 게으른 노하우죠..^^ 멀티미디어가 기억력이 박약한 저에게 준 축복이었슴다.^^
암튼 맘속에 울끈한 불덩어리 몇십개쯤은 가지고 사는 정열낭자에게 항상 삶에 대한 애정과 기쁨이 넘치나기 바랍니다. 언제나 식지말고 뜨겁게 사세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