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울트라300랠리 좌절기
남도지방에서 3회째 맞고 있는 울트라300랠리를 신청했다.
너무나도 먼 거리인지라 선뜻 맘이 가지 않다가
치기어린 맘으로 참가를 결정한다.
장은영님과 서정우님도 같이 가기로 하고..
출전하기로 하고 나서 보니 남은기간이 3주도 않된다.
연습기간이 절대 부족..
평일 자출거리와 시간을 늘려잡는다.
출근은 남태령넘어 퇴근은 잠실, 분당을 찍고 온다.
거리는 대략 80여키로..
그나마 비가오거나 하면 일주일에 세번정도 하면 다행..
주말라이딩도 계획했다가 연엽산라이딩 정도로 그쳤다.
불안하고 부족하고 맘졸이다가..
대회를 앞둔 주에는 비까지 이틀 연짝으로 와 그나마 자출도 못하고..
두번정도 자출트레이닝만 한상태로 대회준비를 마친다.
금요일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3시쯤 퇴근을 일찍하여
집에 들려 준비물 꼬박 챙긴다.
장은영님과 서정우님 파워젤에다 내 옷가지 집어 넣으니 배낭이 천근만근이다.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지고 안양 왕궁예식장앞 시외버스 터미널로 간다.
안양은 독특하게 시외버스 터미널은 없고 버스정류장만 있다.
광양행 18시 10분 직행버스표를 끊고..
근처 ATM기에서 비상금 찾아 챙기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안양MTB의 알파님께서 인사를 하신다.
이분도 300랠리에 참가하신다고 하는데 달랑 혼자시다..
원래는 세명이 신청했다가 두분은 사정이 있어 참가를 못하신단다.
반갑게 인사드리고 10분 연착된 버스에 잔차를 싣고 출발..
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한 시리얼과 바나나먹었는데 속이 영 안좋다.
왠지 부글거리는 느낌이다.
한숨더 자고 나니 금새 광양에 도착한다.
저녁 10시 20분경.. 출발한지 4시간여만에 깔끔하게 도착했다.
어깨가 빠질듯한 가방을 들춰메고 공설운동장을 찾는다.
본부석에서는 번호표 배부와 지원물품을 접수받는다.
봉투 3개를 주는데 3개의 지원포인트에서 내가 쓸 물건을 넣을 수 있다.
1포인트에는 나중에 가방에 지고갈 물건..
2포인트에는 중간을 넘어선 지점이라 갈아입을 옷과 비상식량을 맡긴다.
서정우님과 장은영님, 민경한님을 만났다.
장은영님은 잠시 잠을 청하러 가고..
서정우님과 광양읍내에서 저녁을 먹으러 나온다.
하지만 새벽녁이라 마땅히 먹을 곳을 찾기 어렵다.
편의점에서 해충방지 스프레이도 하나 사서 몸에 잔뜩뿌리고..
닭꼬치하는 집에서 꼬치하고 사이다 한잔씩 마시고 운동장으로 돌아온다.
장은영님은 텐트를 치고 자고 있었다.
옆에 같이 자자고 자리까지 마련해주시고..
서정우님과 나도 1시간 반여 잠을 청한다. 꿀같은 잠이었다.
방송소리가 들리고..
세시 출발이 다되어 깨어나
민경한님이 끓여주신 달작지근하고 따듯한 커피를 마시고..
그 정성과 온기에 감사드리며 출발지로 이동한다.
대략 3~4백여명이 넘어 보인다.
잠시 안내방송이 있고.. 우리는 기념촬영하고..
정각 3시에 출발한다.
새벽의 랠리 스타트는 여느 경기와 다르지 않다.
팽팽한 긴장감과 설레임이 함께한다.
무수히 많은 테일램프와 거친 호흡의 대열이 앞으로 길게 길게 이어진다.
초반 도로를 타고 긴 여정을 시작한다.
뒤에 서정우님을 따라오게 하고
첫번째 운곡리 사곡리의 낮은 고개를 넘어 구 봉화산 업힐을 시작한다.
초반부터 콘크리트 껄떡업힐이다.
힘을 아낄 요량으로 끈다. 중간에 잠시 타기도 하고..
하지만 끌고 오르는 게 더 많다.
오르는 다리에 힘이 왠지 부족함이 느껴진다.
근력연습을 많이 했음에도 초반에도 힘부족이 느껴질 정도면 장거리는 큰 문제다.
뒤에서 타고 올라오는 이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길을 비켜달라는 것이다. 자만인지 여유인지 모르겠지만 쉭쉭 잘도 오른다.
1차 언덕위에 올라 잠시 쉬었다 간다. 출발한지 50분여가 된 것 같다.
첫번째 짧은 휴식 임도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서정우님께 조심하라고 알려주고 내려서니 얼마 가지 않아 좌측으로 깔딱업힐이 또 나온다.
이번에는 비포장 너덜지대다.. 물길이며 자갈이 많고 가파르기 까지 하여 탈 수가 없다.
긴 끌바행렬이 끝도 없다.
구 봉화산 정상 첫번째 체크포인트를 찍고
콘크리트 포장로를 고속을 딴힐한다.
이내 긴 도로길이 이어진다.
한참을 한적한 길에 딴힐을 거듭하다 보면 큰도로가 나오고
진행요원이 주욱 늘어서 있다. 성황지역인듯 싶다.
우측의 샛길을 따라 고개를 하나 넘고..
조금 내려서면 다시 임도길이 기다리고 있다.
두번째 휴식을 취하고.. 파워젤을 하나 꺼내든다.
서정우님 모습도 쌩쌩..
나는 왠지 기운이 점점더 가라앉는 느낌이다. 뭔가 이상하다..
처재골에서 옥곡으로 넘어가는 임도를 지난다.
도로보다는 임도가 더 반갑다.
맨땅의 질감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본능인가?
왼쪽 우리가 지나가야할 옥곡면을 아래로 내려다 보며 임도길을 지나서 내려간다.
임도가 끝날 즈음에 두번째 체크포인트..
옥곡면 도로길을 따라 가면 우측으로 드디어 국사봉 업힐초입이 나타난다.
곳곳에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임을 알리는 팻말이 많다.
조금 타고 오르다 끌바가 시작된다.
국사봉은 어찌 올랐는지 표현하기 어렵다.
땅바닥만 보고 끌었던 탓이다.. 가방의 무게도 무겁게 느껴지고..
완만한 지역이 그리울 정도로 밀고 끌고 오른다.
속에서 부글거리는 정도를 넘어 신호가 온다.
서정우님한테 휴지를 간신히 빌려 산중에서 일을 치른다.
그 쾌감은 대단했지만 이것이 시작이었다.
몸이 가벼워 진 것 같아 다시 길을 나서서
결국 국사봉 정상에 도달..
서정우님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정경을 담는다.. 랠리 참가자 모두 들뜬 분위기..
정상도 잠시.. 다시 내려서서 진행하자니 그대로 싱글길이다.
내가 앞으로의 길을 임도로 착각하고 있었다..
싱글길은 예상보다 길어 무려 8키로여를 가야했다..
중간에 세번째 체크포인트에서 서정우님 같은 직장다니시는 분께서 주신
미숫가루와 꿀을 섞은 행동식이 천상의 맛이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행동식의 궁극인듯 싶다.
감사드리고 먼저 가시라 말씀드린다.
서정우님도 싱글길은 첨인지라 끌바도 힘들고 가파른 싱글도 내려서기 힘들다.
가파른 길에서 가벼운 슬립도 하고 좌충우돌 그자체다..ㅎ
수없이 끌바 멜바하고 몸의 체력이 쪽 빠질 즈음에 싱글을 빠져 나온다.
서정우님은 쥐까지 잡아야 했다는..
설사가 끝나지 않아 나는 두번째로 풀숲으로 들어갔다..휴
드디어 옥룡으로 내려서는 긴 포장로 내리막을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딴힐에 브레이크 과열될까 우려가 되어 브레이크를 아끼며(?) 내려간다.
뒤에 따라오는 서정우님이 내심 걱정된다.
겨우 도로로 나와 드디어 한재 업힐을 시작한다.
완만한 도로길을 따라 가는데 페달에 영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정도에서 체력이 소진될 정도는 아닌 듯 싶은데.. 잦은 설사로 인한 휴유증이지 싶다.
멀리 작은 구멍가게에 쉬고 계신 서정우님 동료분이 보인다.
라면을 먹고 가란다. 구멍가게가 라면대목이다..
뜨듯한 국물에 라면을 먹는데 영 땡기지 않는다. 식욕이 체력인데 말이 아니다.
이온음료와 라면을 먹고 다시 마음 다지고 출발한다.
한재 정상까지는 길고긴 오르막.. 고도차이로 보면 대관령 업힐을 능가한다.
완만한 초반 도로를 꾸역꾸역 오르는데 자꾸 다리에 힘이 빠져간다.
왜이럴까 이런적이 없었는데? 스스로 의문이 들 정도다..
결국 오르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한참을 쉬었다.
영문도 모르는 서정우님이 초롱하고 까만 눈을 껌뻑이며 바라본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듯 싶다.
랠리 도우미를 자청한 내가 정작 비실대고 있으니 의아할 것이다..ㅎ
쉬었다 출발해도 도무지 나아질 생각이 없고..
오르다 연거푸 화장실을 찾아야 했다.
내 속도에 맞추지 말고 서정우님 속도로 진행하라고 먼저 보낸다.
뒤에서 천천히 타다가 끌다가 한재를 오른다.
정말 징한 업힐이다. 하지만 정상컨디션이라면 문제되지 않을 길..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콘크리트와 임도길이 기다리고 있고..
너덜을 겨우 넘어서면 비포장 한재 정상이 나온다…휴
잠시 쉬지도 않고 그대로 내려간다.
앞서가는 두분이 있는데 이분들이 딴힐에서 속도를 제법낸다.
크고 작은 자갈이 우르르 쏫아지는 한재 딴힐 초입은
너덜을 싫어하는 분들에겐 반갑지 않은 길이다.
길을 가리지 않는지라 그냥 내리 달린다.
올라올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커다른 도로로 바뀌고
거꾸로 오르면 끔찍스런 쭉 뻗은 도로를 화개방향으로 신나게 내려간다.
서정우님과는 화개장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화개장터입구에서 전화를 하니 반대 랠리진행방향으로 진행했단다.
다시 거슬러 와 화개장터에서 올갱이해장국을 시켜먹는다.
그와중에서 화장실 신세를 두번이나 지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인근 약국을 찾았지만 화개에는 약국이 없다..ㅠㅠ
작은 의원이 2층에 있어 들어가니
어르신 분들이 가득이다..ㅠㅠ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그냥 나오려는데..
인심좋으신 할머님께서 먼저하라고 호의를 베풀어 주신다.
상거지 같은 내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던 모양이다..ㅎ
주사맞고 짜먹는 액과 알약을 먹었다.
섬진강을 옆에둔 화개장터의 식당임에도
올갱이 해장국은 어찌도 맛이 없던지 살기위해 먹었다..ㅠㅠ
다시 출발을 하는데 기운도 없고 자신이 없다.
서정우님한테 혼자 랠리를 진행하라고 말했다.
둘이가면 좋겠지만 나때문에 완주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서정우님이 멀리 앞서간다.
뒤에서 천천히 진행하여 따라간다.
이미 서정우님은 보이지 않고..
도로를 지나 지리산 형제봉 업힐을 시작한다.
지리산 형제봉 업힐일대는 다원이 가득이다.
해가 가득한 계곡일대에 차재배 단지가 많다.
마음이 편한때 왔다면 여유있고 한가로운 정경에 푹 빠졌겠지만..
페달하나 굴리는 것도 힘든 내게는 그림의 떡..
조금 경사가 더하자 끌바를 시작해야 했다..
결국 오르다 다시 풀숲으로 뛰어 들어가 일을 치른다.
병원도 소용없음을 최종 확인 한 후..
길가의 콘크리트 바닥 나무그늘에서 누워잔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ㅎ
형제봉 업힐 중간즈음에서 포기하고 내려와
택시를 타고 민경한님과 합류한다.
화개에서 광양까지 택시비만 6만원이 나왔다..ㅠㅠ
그런데 서정우님이 형제봉 딴힐중 올라오는 차를 피하다
다쳤다고 전화가 왔다..
그길로 민경한님이 운전하여
서정우님을 다시 화개에서 픽업해 온다.
픽업하는 과정에서 장은영님을 뵙고도 인사도 못하고..
광양공설운동장 구급대원에서 서정우님 소독에 드레싱을 한다.
옷이 모두 찟어질 정도였으니 상처범위가 제법 크다.
나와 서정우님은 광양터미널에서 막차편으로 서울로 복귀한다.
내일까지 남아 장은영님 완주를 지켜봐야 하는데..
지금 내상태가 아주 메롱인지라 엄두가 안난다.
버스가 4시간만에 안양에 데려다 주었다.
장은영님도 내가 출발한후 결국 포기했다고 하는데 아쉽니다.
출발전 물섭취가 이런결과를 가져다 줄것은 전혀 예상못했다.
아쉽고 통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