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하동 지리산 회남재
청학동 도인과 빨치산이 다니던 길목
국내에서 가장 깊고 넓다는 지리산은 높이가 2000m가 되지 않는 산이지만 그 품이 얼마나 넓은지 지금도 신비경이 어딘가 숨어 있고,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떠돈다. 이 지리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으로 꼽히는 이상향이 청학동(靑鶴洞)이다. 청학동은 푸른 학과 신선이 노닌다는 도교풍의 이상향으로 속세와 동떨어진 곳을 의미한다.
현실의 청학동(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역시 참으로 깊다. 지리산 남부능선의 삼신봉 아래 해발 800m 지점에 있으며, 섬진강 줄기인 횡천강의 최상류다. 여기서 계곡 입구 횡천까지는 장장 28㎞의 골짜기로, 교통이 불편하던 옛날에는 단절과 고립을 뜻했을 것이다. 청학동 도인도 자급자족에는 한계가 있어 생필품을 구하려면 마을로 내려와야 했는데, 횡천강 계곡길은 너무 멀어 화개장터나 들판이 넓은 악양으로 쉽게 갈 수 있는 회남재(750m)를 많이 넘어 다녔다.
회남재 남쪽의 악양 역시 지리산에서 특별한 곳이다. 들이 넓고 비옥해서 예부터 지리산 근방에서는 풍족한 땅으로 알려졌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소설의 무대였던 평사리에는 드라마 촬영을 위해 최참판댁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집들이 복원되어 있어 토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악양벌판과 청학동을 잇는 회남재는 6·25를 전후해서는 지리산에서 암약한 빨치산(파르티잔, 비정규 게릴라부대)들의 길목이기도 했다. 빨치산에게 이 회남재는 죽음의 공포가 어른거리지만 동시에 따뜻한 밥상도 아른거리는 치명적인 유혹이었고, 그들에게 끌려간 농민에게는 회한의 고개였으며, 빨치산을 잡기 위해 매복한 국군에게는 공포와 피로가 교차하는 전선이었다. 악양과 청학동, 이 매혹적인 지리산의 명소를 잇는 길목이라는 점만으로도 회남재는 다시금 현대판 ‘산사람’을 부르고 있다.
<;자전거 코스>;
악양에서 출발해 청학동에 들렀다 묵계리로 내려와 다시 회남재를 넘어 되돌아오는 코스다. 출발지는 ‘토지’의 무대이자 촬영지인 평사리 최참판댁 입구로 잡는다. 무료 주차장이 있고 복원된 세트장도 둘러볼 만하다. 여기서 2.5㎞ 가량 상류로 가면 악양면소재지가 나온다. 이후부터 경사가 점점 심해지면서 길은 형제봉(1115m) 동쪽 기슭을 파고들면서 회남재로 올라선다. 해발 550m 지점까지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으나 차량통행은 거의 없다.
아스팔트가 끝난 지점에서 2㎞ 남짓 가면 마침내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고갯마루에는 이정표와 빨치산 토벌을 위해 국군이 잠복했던 안내문이 서 있고 길은 두 갈래다. 왼쪽은 청학동, 오른쪽은 묵계리로 가며,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 길로 올라오게 된다.
회남재에서 숲길을 따라 6.4㎞ 가면 산을 벗어나 삼성궁 앞에 도착한다(삼성궁은 자전거 출입금지). 삼성궁을 지나 조금 내려오면 청학동 도인촌 입구다. 삼성궁에서 4㎞ 내려가면 묵계저수지가 있는 묵계리다. 회남재로 올라가는 길은 묵계초등학교 맞은편으로 우회전해서 계곡을 건너 시멘트길을 올라가다가 첫 번째 다리에서 좌회전해야 한다.
이제 가파른 오르막을 4.3㎞ 오르면 다시 회남재 정상이다. 평사리까지는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면 된다. 총거리는 40㎞지만 높은 고개를 올라야 해서 5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맛집>;
* 삼대할매재첩진국 : 재첩요리로 유명하다. 하동읍 입구 하동병원옆. ☎(055)883-6374
* 성남식당 : 지리산에서 나는 산채 비빔밥이 일품. 청학동 도인촌 입구. ☎(055)882-8757
* 악양막걸리 : 악양면사무소 옆에 양조장이 있으며, 전통방식으로 걸러내 맛이 깊다. 악양 일대의 가게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88올림픽고속도로 남원IC에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 구례를 거쳐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면으로 가면 악양이 나온다. 남원IC에서 52㎞ 거리.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나와 역시 19번 국도를 따라 25㎞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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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완도 상황봉
상록수림 울창한 거대한 수목원 길
완도는 땅끝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 있어 사실상 진짜 땅끝이다. 완도대교가 놓이면서 완도 역시 육지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면적 50.2㎢로 작은 섬이지만 완도가 주는 이미지는 강렬하다. 9세기 동아시아 바다를 장악했던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던 곳이고, 실제 가보면 작은 섬치고는 매우 높은 상황봉(644m)의 대단한 기세가 그런 인상을 각인시키는 것 같다.
상황봉은 전국의 섬에 솟은 산 중에서 제주도 한라산(1950m), 울릉도 성인봉(984m), 남해도 망운산(786m) 다음으로 높으면서 섬은 가장 작으니 섬 전체가 상황봉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름마저 상황(上皇)이니 황제보다 격이 높다.
상황봉은 국내최대의 난대림 집단자생지로 육지와는 판이한 식생을 보여준다. 사시사철 짙은 초록의 상록수림이 빽빽한 밀림을 이뤄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한다. 상황봉 북사면에는 2050헥타르(약 615만평)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완도수목원이 조성되어 있다. 완도수목원 울타리뿐 아니라 산 전체가 차라리 하나의 수목원이다.
난대림 상록수림은 길이 아닌 곳은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하고, 수목원 내 관리용 임도는 거미줄처럼 나 있다. 수목원을 벗어나서도 임도가 많이 나 있어서 한겨울에도 푸른 숲길을 달릴 수 있다. 곳곳에 조망이 탁 트인 전망대에서는 다도해를 내려다보고,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상록수림 사이를 달리노라면 자전거도 몸도 상록수의 그 푸른빛에 물들어가는 것만 같다.
<;코스 가이드>;
상황봉의 임도는 정상을 중심으로 네 갈래가 방사상으로 나 있어 순환코스로 잡기가 어렵다. 여기서는 접근이 쉬운 완도 공설운동장을 출발점으로 잡는다.
77번 국도를 따라 화홍포 쪽으로 시내를 벗어나 4㎞ 가면 완도해양경찰서 앞에서 특이한 자갈해변인 구계등 길이 갈라진다. 잠시 구계등 해변을 돌아보고 화흥리에 들어서면 지그재그를 그리며 상황봉을 오르는 임도가 뚜렷하다. 화흥초등학교 옆길로 들어서면 잠시 후 산길이 시작된다.
상황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수목원으로 내려간 다음 신학리에서 도로를 따라 우회전, ‘해신’ 세트장에서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앞서 지났던 상황봉 옆길로 합류해 2㎞ 가면 두 번째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앞서 왔던 화흥리로 내려가고, 좌회전하면 청해진 유적지 근처의 대야리로 하산한다. 대야리를 거쳐 청해진유적지를 본 다음 완도읍으로 가면 코스 일주가 끝난다. 코스길이는 50㎞ 정도지만 업힐이 많아 7시간은 잡아야 한다.
<;맛집>;
일억조 식당 : 완도의 특산인 전복 요리와 낙지 연포탕으로 유명하다. 완도수협 뒤. ☎(061)552-1457
<;찾아가는 길>;
완도는 전남에서도 남쪽으로 치우쳐 있는 먼 곳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서해안고속도로는 목포IC에서 나와 2번 국도와 3번 국도를 타고 해남을 거쳐 완도로 들어가면 된다. 호남고속도로는 광산IC에서 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 영암, 해남을 거쳐 진입한다. 남부지방에서는 남해안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나와 목포 방면 2번 국도를 타고 계속 가다 강진에서 완도로 빠지면 된다. 목포에서 1시간30분, 광주에서 2시간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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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포항 호미곶
호랑이 꼬리로 향하는 기묘한 적막강산
곶(串)은 바다로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형의 말단부를 말하며, 갑(岬)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케이프(cape)라고 하며, 대개는 반도의 끝부분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동해의 호미곶(장기곶)이 특히 두드러진다. 예전에는 한반도를 토끼 형태로 보고 ‘토끼꼬리’로 불러왔으나 ‘토끼꼬리’는 일제가 한반도를 유약한 토끼에 비유한 데서 비롯된 멸칭이다.
여기에 대한 반발로 한반도를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형세로 보면서 ‘토끼꼬리’가 호랑이꼬리(虎尾)로 바뀌었다. 호미곶이 튀어나오면서 생겨난 영일만은 포항이란 천혜의 공업항을 낳았고 포항에는 포항제철이란 세계적 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니 호랑이 꼬리의 기세가 과연 대단하다.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장기반도는 지형이 특이하다. 해발 200m 내외의 낮은 산들이 넓게 펼쳐져 상당히 복잡한 산간지대를 이룬다. 산은 낮은데 골짜기는 좁아서 사람이 살기 어려워 산길은 한적하기 짝이 없다. 임도와 일반도로가 뒤섞여 있는 16㎞의 산길은 거의 능선길인데 숲이 우거져 아주 가끔 바다 풍경을 보여줄 뿐, 내내 강원도의 큰 산을 달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낮은 산에서 이렇게 깊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산을 벗어나기까지 민가는 단 한 채도 볼 수 없고 인적도 드물다. 임도 차단기가 열려 있어 자동차가 지나는 경우가 있으나 일반인이 이 길을 올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인구 50만의 포항이 바로 지척에 있고, 호미곶이란 유명한 관광지를 끼고 있는 이 작은 반도의 내륙이 텅 비었다는 사실은 좀체 이해가 어렵다. 이 길의 끝에서 마침내 한반도의 특별한 땅끝인 호미곶을 만난다.
<;코스 가이드>;
코스의 출발지는 구룡포에서 포항시내로 넘어가는 31번 국도에서 조금 들어간 산 속이라 찾기가 어렵다. 포항쪽에서 진입한다면 공항삼거리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구룡포 방면으로 5.5km 들어가서 상정리로 나와 1km 들어가면 오른쪽 산 속에 작은 공단이 나온다. 공단입구에는 ‘대현기공’ 간판이 붙어 있으며, 공단 맞은편으로 시작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출발점이다. 산길 입구에 ‘호미곶’ 표지판이 붙어 있고 공터가 있어 주차하기에 편하다.
코스의 최고고도는 200m를 넘지 않아 금방 능선에 올라서고, 주위로는 산과 숲만 보이는 깊은 산 속 분위기가 이어진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호미곶’ 방향만 따르면 된다.
10km 가량 들어가면 산꼭대기의 작은 초지에 젖소들이 방목되고 있는 목장(초원목장)도 볼 수 있다. 축사는 호미곶 방면으로 산을 조금 내려간 대보리에 있으며, 축사를 지나면 곧 들판이 펼쳐지고 호미곶으로 이어진 929번 지방도와 만난다.
도로로에서 좌회전해서 2km 가량 해안을 따라가면 호미곶해맞이공원이 반겨준다. 깊은 산속에서 나와 갑자기 만나는 거창한 바다와 세련된 공원이 이채롭다.
돌아오는 길은 929번 지방도를 따라 구룡포 방면으로 남하하면 된다. 포장도로지만 바다가 가깝고 오르내림이 적당해서 여유롭다. 호미곶에서 구룡포항까지는 약 14km. 구룡포를 지나 라곡서원을 거쳐 다시 31번 국도를 타고 포항쪽으로 1.8km 가다 상정 방면으로 빠져 숲길을 1.5km 가면 출발지다. 코스 총연장 37㎞, 4시간 소요.
<;맛집>;
구룡포 함흥식당 : 구룡포항 시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복어요리 전문집이다. 북한에서 월남한 이후 2대 58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국과 찜, 회가 있으며 음식이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고 값도 저렴하다. ☎(054)276-2348
<;찾아가는 길>;
기장반도의 초입인 구룡포로 가려면 일단 포항을 거쳐야 한다. 대구포항간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전국 어디서나 5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포항시내에 들어선 후에는 31번 국도를 따라 포항제철(포스코), 포항공항, 도구해수욕장을 차례로 지나간다. 포항시내에서 구룡포까지 18km. 코스의 초입이나 구룡포항에 주차하고 원점회귀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