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달 일대기2

11. 세계를 향하여

극진(極眞)은 등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극진(極眞)의 역사이다.  – 최배달

최초의 제자와 친구를 잃은 슬픔속에 실전공수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 갈 즈음,
1952년의 해가 밝았다.
1952년은 최배달과 극진가라데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는데
크게 기여한 세계무도대전의 원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로써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 바람의 파이터라는 책에서는 세계무도대전이 1954년에
     시작되었다고 쓰고 있지만, 뒷쪽에서 오류가 발견되고 있어
     작가님의 연도 착각으로 보이며, 보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일본측 자료들과 영문판 자료들을 참조한 결과
1952년이 세계무도대전의 원년임을 밝히는 바이다.

1952년 벽두 와카마스라는 프로모터가 보내 온 한장의 전보는 최배달의 운명을 바꿔 놓았
는데, 실전가라데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 가고 있던 최배달은 와카마스를 통해 세계 강자들
의 존재를 재확인하게 되었고, 그의 몸속에 흐르는 파이터의 끓는 피는 접어 두었던 도복에
블랙벨트를 다시금 되살리게 한다.
세계무도순례를 결행하기로 결심한 최배달은 프로모터 와카마스의 안내로 일본 프로유도의
시조 엔도와 함께 하네다 공항을 떠나 L.A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화가 나오는데, 최배달은 철골쇠신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멀미에는
당해낼 수 없었던 것 같다.
세계무도여행 중에도 최배달은 이 멀미 때문에 곤란을 겪는 때가 많았다고 하니, 이런 것을
보면 인체란 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는 느낌이 든다.
멀미로 고생고생하며 마침내 세계무도대전의 첫번째 여행지 L.A에 도착하여 프로레슬링
오픈 이벤트로 송판과 벽돌격파를 선보였는데, 당시만 해도 동양무술에 문외한이었던
미국인들에게 그것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의 격파시범이 TV로 방영되자 곧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신기한 동양매직을 보기 위해서
연일 격파시범을 요청하는 초청장이 각지에서 날아들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각지에서 격파시범을 보이게 된 최배달은 아이오와주에서 있었던 격파시범
중 한때, 전미프로레슬링 챔피언이었던 다크 릴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극진가라데와 프로레
슬링 최초의 완전 무규칙 즉, 룰이없는 실전 이종격투기가 벌어진다.
키가 2미터에 육박하고 프로레슬링으로 단련된 다크 릴의 몸은 175센티에 불과한 최배달
에게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다크 릴은 시작소리와 함께 거대한 두팔을 활짝 펴고 저돌적으로 돌진해왔다.
최배달이 아무리 강철같이 단련된 몸을 가졌고, 극진가라데의 타격력을 가졌다고는 해도
저 거한에게 붙잡히게 된다면, 그의 장기인 타격기를 쓰기 힘들게 되고, 힘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어 자칫하면 일방적인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자주 접하고 있는 룰이 있는 이종격투기 경기였다면,
최배달은 다크 릴에게 엄청나게 고전하면서 겨우 이기거나 패배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전(實戰 :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아무
런 제한없이 살수를 전개할 수 있음)은 스포츠와는 다르다.
현재 이종격투기는 입식타격기(태권도, 극진가라데, 무에타이, 합
기도, 쿵후, 권투처럼 서서 타격을 통해 승부를 내는 격투방식)가
그라운드 파이팅(유도, 유술, 레슬링과 같이 접근전을 하여 상대를
쓰러뜨리고, 관절기, 조르기등을 통해 승부를 내는 격투방식)에게
잡혀서 쓰러지면 거의 이기기 힘든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격투방식에 차이도 있지만, 금지규칙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스포츠인 것이다.
그러나, 최배달과 다크 릴과 같이 아무런 금지규칙이 없는 실전이
라면 그라운드 파이팅을 하는 사람은 눈과, 낭심, 엘보우공격, 핑거
공격등에서 타격기가 강한 사람에게 약점을 가지게 된다.
즉, 그라운드 파이팅은 접근전이 생명인데, 접근전을 펼치기가 어려
워지고, 거리를 주면 타격기의 타격에 견디기 힘들어진다.
또한, 최배달은 이미 유도에도 고단자였기 때문에 그라운드 파이팅
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최배달은 처음에 다크 릴에 손에 붙잡혀 내동댕이 쳐 지지만 유도의 낙법을 구사하면서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고, 다시 자신을 붙잡으려 접근하는 다크 릴의 가슴쪽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손가락 두개를 이용한 이지관수로 다크 릴의 눈을 찌르는데, 무술을 해본 사람들은 거의 공감
하시겠지만, 상대에게 눈을 공격당하거나 상대의 손가락이 눈을 향해 날아오는 핑거잽을 당하
게 되면, 본능적으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젖히게 되는데, 이때, 인중, 명치, 낭심등 인체
삼대 급소는 모두 무방비 상태가 되게 된다.
다크 릴 역시 순간적으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몸을 뒤로 젖혔고,
그 바람에 하체의 최대급소인 낭심이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 순간을 놓칠 최배달이 아니었다.
찰라의 순간, 최배달의 무릎이 정확히 다크 릴의 낭심을 가격했고, 고통을 참지 못해 앞으로
숙여진 다크 릴의 목에 다시금 최배달의 정확한 킥이 꽂히게 되자 다크 릴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실신한 채 고목처럼 뒤로 넘어갔다.
극진가라데의 승리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제 2차 세계대전중 진주만 기습폭격으로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미국관중들은
자신들의 프로레슬러가 허망하게 쓰러지자
최배달을 향해 병을 던지고 야유를 퍼부으며 난동을 벌이게 되어 최배달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겨우 경기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최배달은 일본에서는 조센징으로 미국에서는 진주만 폭격의 원흉 일본인으로 그렇게 핍박
받고 있었다.

12. God’s Hand

인간의 체력은 유한하지만, 정신력은 무한하다.
– 고이치 도헤이

데일랜드에서의 씁쓸한 승리의 기억을 뒤로하고
최배달은 또다른 대결을 위해 시카고로 향했다.
당시의 시카고는 마피아들의 세상이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스포츠건 격투기건 마피아들의 간섭과
통제를 받았다.
최배달이 시합을 갖기로 한 곳 역시 갬비노 패밀리라는 마
피아들의 관리구역이었고, 프로모터 와카마스는 시합의
성사를 위해 이들과 관련있는 유력인사의 파티에 최배달을
데리고 가게 되는데, 한 스트립댄서로 인해 갬비노 패밀리
의 2인자인 마란자노와 최배달이 충돌하는 돌발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충돌로 마린자노는 팔을 다치게 되고, 복수를 위해 시합
관계자에게 압력을 넣어 예정된 시합상대를 바꾸게 되는데
그 바뀐 상대는 인디언계의 현 북미레슬링 챔피언이면서
격투에 임하면 살기로 인해 두눈이 붉게 물든다고 하는
붉은 눈 레드아이였다.

레드아이는 2미터가 넘는 장신에 150킬로가 넘는 체중을
가진 거인으로 주특기인 헤드락(겨드랑이 밑으로 상대의
머리를 넣고 팔로 목을 감아 조르는 기술)으로 여러상대의
목을 부러뜨렸다는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더군다나 시합이 벌어지는 링은 쇠침이
그대로 붙어있는 철조망을 로프대신으로 쓰는 말그대로 지옥 같은 링에서 벌어지는
저승사자와의 목숨을 건 생사결전이었다.
최배달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역시 인간이었다.
레드아이의 악명은 공포와 스트레스였다.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빠졌고, 레드아이가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달려와 헤드락으로
목을 부러뜨리는 악몽이 계속 되었다.

※ 우리가 대련시에 처음으로 마주하는 적은 대련할 상대가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의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을 일차적으로 이기지 못하면 대련에서의 승리란 불가능하다.

최배달은 경기장으로 가는 차안에서 마치 주문처럼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뇌였다.
“상대도 인간이다.
내가 상대를 두려워하는 만큼 상대도 내가 두렵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붇돋으며 도착한 철조망이 쳐진 링에서 마주한 레드아이는 말그
대로 거대한 철벽이었다.
2미터가 넘는 신장, 자신의 두배가 넘는 체중, 자동차를 뒤집어버리는 괴력
최배달은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링아나운서의 소개 멘트가 끝나고, 목숨이 걸린 공이 울렸다.
최배달과 레드아이 둘중의 하나가 쓰러지지 않는 한, 저 공은 다시 울리지 않으리라.
레드아이가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최배달은 급히 방어자세를 취하며 반격을 노렸다.
그러나, 극진가라데와 같은 입식타격기는 레슬링, 유술등과 같은 그라운드 파이팅
위주의 무술에 비해 링처럼 제한 된 공간에서는 아무래도 기술적 제약을 받기 마련
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철갑같은 근육과 맷집으로 보호되어 있어서 최배달의 특기
인 수도와 정권, 발차기등의 기술적 우위를 충분히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최배달의 정권과 수도치기는 마치 고무에 대고 치는 것처럼 튕겨나가 버렸고,
레드아이는 그 틈을 파고들어 특기인 헤드락을 걸어왔다.
강철같은 팔에 목이 감겨버린 최배달은 숨이 막혀 실신할 지경이었고, 코너로 몰리
면서 철조망에 쇠침들이 그 등을 찔러대자 하얀도복은 금새 붉게 물들었다.
레드아이의 힘과 체력, 맷집의 우세는 최배달의 극진가라데 기술들을 무력화시켜
버리면서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구석까지 몰려서 패배가 눈 앞에 보이던 절망적인 순간,
최배달의 눈에 자신의 목을 누르기 위해 무릎으로 짖이겨 들어오는 레드아이의 텅
비어있는 옆구리가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격파와 철사장 수련으로 단련 된 최배달의 정권이 포탄처럼 날아가
레드아이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최배달의 이 일격은 싸움소 라이텐구를 쓰러뜨릴 때, 사용되었던 발경이 실린 한방
이었으니, 순간 기세등등하던 레드아이가 멈칫하며 옆구리를 움켜쥐고,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미 엄청난 데미지를 받은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고, 두다리는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검귀 료마도 싸움소 라이텐구도 이 일격으로 황천으로 갔을 정도인데, 쓰러지지 않
고 버티고 있는 레드아이의 맷집은 정말 가공할 만 했다.
절망적인 시합에서 찾아온 단 한번의 기회를 최배달은 놓치지 않았다. 아니 놓칠 수
없었다. 이 공격이 실패하면 승산은 없었다.
레드아이가 휘청이며 링의 중앙쪽으로 뒷걸음질 치는 순간,
최배달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레드아이의 대퇴부를 발로 찍으며 공중으로 다시 솟아올라 회전하면서 머리를 향해
강력한 발차기를 꽂아넣었다.
레드아이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실신한 채, 그대로 코너까지 밀려나가며 철조망에
걸쳐졌고, 등과 팔이 쇠침에 찢어지며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경기장은 여성관객들이 지르는 비명과 함께 일순 정적속으로 빠져들었다.
곧이어 급히 의료진이 뛰어들어와 레드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이미 자랑이었던 붉은 눈이 풀린 채, 실신해 있었고 의료진은 응급처치를 위해
급히 들것을 동원 링밖으로 뛰었다. 동시에 경기의 끝을 알리는 공이 울렸다.
저승사자는 이렇게 최배달의 바로 앞까지 왔다가 물러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라커룸으로 돌아온 최배달은 현지 프로레슬러들에게
둘러싸였다. 이곳 시카고에서도 최배달은 진주만 폭격의 원흉 일본인으로 오해
되어 린치를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최배달을 취재하기 위해 시카고
트리뷴지의 기자들도 와있었지만, 그들
은 막무가내 였다.
이미 레드아이와의 대결에서 체력을 다
써버린 최배달이었지만 그들 앞에서
레드아이와 대결에서의 승리가 운이
나 속임수가 아닌 무도의 힘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맥주병의 병목만을 날려
버리는 고난이도의 수도격파로 목숨을
건 내기를 하게 되었다. 불운은 겹친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다섯병만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에게 팔을 다쳤던 마피아 마란자노까지
내기에 합세하면서 병의 수는 무려 열두개로 늘어나 버렸다.
열두개의 병목을 한번에 날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무도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고난이도의 격파에는 반드시 기의 작용이 있어야하며, 기의 작용이 병목을 향해
날으는 수도에 제대로 실리지 않으면, 병목과 함께 손가락도 날아가 버린다.

※ 혹시 이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중에 이런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전혀 무도도 모르고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나 동생이 어느날 실수로 병목을
    아무 생각없이 스치듯 쳤는데 병목만 칼로 자른 것처럼 날아가 버린 경우를 목격
    한 경우가 있으신지?
    예상외로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꽤 된다.
    필자도 십여년 전에 한번 본 적이 있다.
    이 경우는 무도적 힘도 기술도 아닌 말그대로 무의식의 상태에서 작용한 기의 일
    종으로 흔히들 손에 살기가 씌웠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다 없는 것이 아니다.
    기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주변에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살아있다.

  최배달은 호흡을 조절하고 기의 작용을 극대화 하기
위해 정신집중에 들어갔다.
어느 순간
그의 머리속에 날아가는 열두개의 병목이 보였고, 동시
에 힘찬 기합과 함께 그의 수도가 바람을 가르며 열두개
의 병목을 향해 날았다.
기가 실린 수도에 맞은 병목이 하나, 둘 날아가기 시작
했고, 마침내 열두번째 병목이 허공을 갈랐다.
성공이었다.
목을 잃은 열두개의 병앞에서 정적에 빠졌던 라커룸이
일순 환호와 박수로 떠나갈 듯 울렸다.
마피아도 프로레슬러들도 경탄만을 내지를 뿐이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의 입에서 한마디의 외침이 터져나
왔다.
“Oh! god hand”
누구도 이 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시카고 트리뷴지의 기자들은 그들의 기사 제목을 확실히 정했다.
“GOD HAND”
지금까지도 최배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별칭 God’s hand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던 것이다.

최배달 어록 <바람의 파이터>


무도가로서 한길을 걸어간 최배달은 전설 같은 일화를 남긴 최강의 파이터였지만 대중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언변가이기도 했다. 최배달 어록으로 남겨진 그의 말들은 지금 회자되어도 가슴을 울리는 말들로 채워져 있다. 최배달이 남긴 어록과 함께 그의 실제 육성을 들려드린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다”

이라크 파병 등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회자된 바 있는 이 말은 실전 공수라는 이름으로 극진 공수도를 창설한 최배달의 사상을 가장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말이다. 극진 공수도가 실전의 힘을 기르고자 하는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일본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접하면서 얻는 깨달음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최배달(양동근)의 스승이 되는 범수(정두홍)에게 오륜서를 받아 들며 직접 듣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승리에 우연이란 없다. 천일의 연습을 단이라 하고, 만일의 연습을 련이라 한다. 이 단련이 있고서야 만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요즈미 산으로 들어가 두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소나무를 발로 차 부러뜨리는 등의 수련을 감행한 최배달은 이 단련 위해 눈썹을 한쪽씩 번갈아 밀어버리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간혹 산에 오르던 사람들은 미친듯이 뒤고, 차고, 격파를 하는 그를 일컬어 ‘기요즈미산의 도깨비’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이 시기의 단련이 바로 최배달의 신화를 만든 기본이 되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적이 마지막 적이다. 싸움은 이번 한번뿐이라고 생각하라. 목숨을 건 싸움에서 이번엔 지지만 다음엔 이긴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에 지면 다음은 없다. 이미 그대는 적에게 죽었기 때문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미국 등 세계 전역을 돌며 격투 여행을 한 최배달이 싸움 전에 늘 되뇌었을 말이다. 극한의 두려움이 들었을 대결마다 늘 마지막 승부의 마음으로 펼친 그가 있었기에 세상은 그를 신화로 기억한다.

“적에게 너의 살을 주고, 적의 뼈를 부수며, 적에게 너의 뼈를 주고, 그 목숨을 취하라. 자신의 안전에 구애 받으면, 이길 수 없고, 진정한 사무라이가 될 수도 없다”

영화 속에서도 보여지지만 맨손과 검의 대결이 된 검귀 료마와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자신을 향해 날아 노는 검에 자신의 한쪽 어깨를 내어준 것이다. 그리고 어깨를 공격한 료마의 찰나의 빈틈을 이용 최배달은 료마의 명치에 정권을 날렸고 이 짧은 한 순간은 생사의 길을 가로지르게 된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끊임없는 단련과 진검승부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상대방의 칼이 1.5cm 앞까지 오는 것을 지켜보고 반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검의 동선을 보고 두 손바닥으로 료마의 검을 잡아낸 기술은 오륜서에 남겨진 미야모토 무사시의 말들이 최배달의 실전 전략에 토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 기술은 현재 극진가라데에서 수련되고 있다.

“무도의 본질은 싸워서 이기는 것뿐, 실전이 아닌 시합은 춤이나 체조에 불과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실전공수(實戰空手) 그것 뿐이다”

최배달의 ‘극진공수도’는 나를 수련하여 자신을 이기고 상대를 이기는 것, 최고의 강자가 되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수도에 입문한 이후 상대방을 가격하기 전에 공격을 멈추는 기존 공수도에 회의를 느낀 최배달은 자신의 실전공수를 입증하기 위해 니조 도장을 포함한 일본 내 수많은 고수들과의 대결을 선언하고 ‘도바라야시’ 즉 도장깨기를 시작한다. 이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무도를 입증해 보이는 유일한 길이였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차별 받는 자신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최배달이 수많은 실전을 향해 정진한 이유이다.


”자신이 강함을 추구한다면 강하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최배달은 무도를 숭상하는 나라 일본에서 자신만의 무도세계를 구축했으며 동시에 자신의 실전공수를 입증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함의 한계를 끊임 없이 넘어섰다. 싸움소와의 대결, 소뿔 자르기, 세계로 이어진 격투 여행은 그 신념의 실현이었다.

“무도의 궁극은 사랑이다”

최배달은 살인 쇼크와 무도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검귀 료마의 유족이 살고 있다는가나가와현 하코네산으로 두번째 입산을 감행했다. 영화에서는 료마의 가족 곁에서 평생 사죄할 것을 결심하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료마의 미망인과 그의 아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코네산에서 최배달은 료마 유족에 대한 참회와 무도의 본질, 무도의 필요성에 대한 정신적 수양을 쌓는다. 마침내 그를 적대시하던 유족과의 화해와 함께 최배달은 무도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쓰이는 것이아니라 사람을 살리데 쓰여져야 함을 깨닫는다. 최배달이 훗날 제자들에게 강조한 이 말은 이 하코네산 수련에서 완성된 것이다.

“고향 산천을 어찌 잊어요, 자기 어머니, 아버지를 어찌 잊어요, 내가 고향산천에 할말은 없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자존심이 있어요”

해방 후 어지러운 정국을 맞이한 조국은 그를 단지 싸움꾼이라고 치부했으며 소를 때려잡는 미치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가 만든 극진가라데가 태권도라며 원조를 운운했고, 일본에 협조한 변절자로 지목해 멸시를 보내기도 했다. 최배달은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에 귀화했다. 그렇지만 그의 일본 귀화는 자신을 외면한 조국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일본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던 그가 ‘일본의 위대한 영웅 10걸’에 선정되자 극진회를 후원하던 사토 전 일본총리가 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의 일본명 또한 오오야마 마쓰다츠는 한국명으로 최배달, 배달민족의 뜻이 담긴 이름이었다. 비록 그는 일본으로 귀화했지만 그것을 단순한 일본 국적 취득이라고 설명했으며, 극진가라데 수도인들에게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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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어록

“실전이 아닌 것은 인정받지 못하며 인정받지 못하면 신용을 얻을 수 없게 되고, 신용이 없어지면 존경 받을 수 없다”

“세상은 넓고 상수(上手)는 많다. 나 말고 모든 사람이 내 선생이다”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은 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돈을 뒤쫓지 말아라. 돈, 명예, 여자가 뒤쫓아오는 남자가 되어라”

“3D. 힘들다. 더럽다. 위험하다? 젊은 무렵, 내가 좋아했던 것 뿐이다”

“싸움에 임박해서 필사적이 되는 건 동물적 본능일 뿐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서는 누군들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랴. 문제는 기필코 이긴다는 신념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사물을 느낄 뿐이지만 기는 비어있어 무엇이든지 다 받아들이리니…”

“잔을 비운다는 것 가지고는 어림없다. 잔을 깨부숴라. 잔을 비운다고 하더라도 비어있는 ‘그대’가 있다면 그 잔은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비어있음’이 그대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