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그랜드 랜도너스 1200K 후기

1200Km…..

잔차탄 이래로 가장 멀리 가장 길게탄 대회를 다녀왔다..

후기를 쓸려니 어디서 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

어짜피 시간대 순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사진도 별로 찍은 것이 없고..

말로만 쓸려니 웬지 밍밍하다..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야 몇년뒤에라도 다시 반추해 볼 수 있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거라 확신하고 써본다..

작년 싸이클 중고를 구입하고..

랜도너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눈에 들어온 1200키로를 달려야 한다는 사실..

생각이 거기에 이르니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 본다..

200, 300, 600, 400을 완주한 슈퍼랜도너만이 도전할 수 있는 경기

봄철을 몽땅 투자하여 마일리지 모두 채우고..

6.5~6.8일동안 3박4일간 한반도를 돌아보는 슈퍼 트라이앵글 랜도링에 도전한다..

2014.6.4일 수요일은 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운좋게 휴일이기도 해서..

투표하고 낮동안 준비하다 오후 5시경에 터미널로

잔차로 이동하여 광주가는 버스에 오른다..17시

광주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다되었다..

출발지인 운암MTB까지는 멀지않은 거리..

이미 샵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실 출발전부터 헤드셋 유격이 심하여 샵에 도착하면

헤드셋을 갈아 달라고 할 참이었는데 포기했다..

인근 3만원짜리 모텔에 여장을 풀고..

인근 남도식 푸짐한 소머리국밥에 맥주로 저녁식사후 잠자리에 들었다..

맥주를 먹었음에도 늦게까지 잠이오지 않아 11시반이 넘어서야 잤다..

첫째날.. 2014.6.5 (목) 450Km 라이딩

새벽 3시경에 일어나 짐을 꾸리고

운암MTB로 향했다.. 아직 오픈전..

인근 감자탕집에서 아침식사를 하려는데..

참가하시는 랜도너분들이 오신다..

서울메트로소속의 혼자오신 강한다리님(장남식님)을 만났다..

이웃형님처럼 생기신 인자한 표정..

MTB와 사이클에 오랜 인연을 두고 계신 분이었다..

식당에서 만난 인연은 랜도링내내 계속된다..

식사를 마치고 운암MTB에 도착하여

사장님한테 헤드셋교체를 하겠다고 말씀드린다..

출발 한시간전이다..

사장님이 바쁘신듯 하여 내가 직접 교체에 나섰는데..

막상 이것저것 잔차를 분해해 놓고 나니

달려있던 해드셋이 고착되어 빠지지 않는다..

밖에서는 벌써 출발하려고 채비가 한창..

얀회장님이 출발에 앞서 전달을 하고 계신다..

일단 얘길 듣고 다시 열심히 분해 수리..

헤드셋은 못갈고 그대로 유격만 없앤체 다시조립..

일행분들은 출발하시고..

바쁘게 조립을 겨우 마치고 20여분후에

나도 출발을 한다.. ㅠㅠ

출발을 다급하게 하다보니 GPS를 제대로 안보고 간것이 문제..

광주외곽을 지나 고개를 하나 넘으니..

장성에 도착한다..

장성을 지나 한참온뒤에..

내가 장성이 아닌 담양에 있어 함을 알았고..

길을 완전히 잘못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장성은 마지막 회귀할때 거치는 코스..

슈퍼 트라이앵글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버린 것이다..

늦게 출발한데다 길까지 거꾸로 들어서..

멘붕이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네이버맵을 찍어 보니 1차 CP인 남원까지 72키로가 가장 짧은거리..

몇번 생각하지도 않고 그대로 남원까지 가기로 한다..

원치않게 초반이 긴 오르막이 있는 병풍산고개를 넘어

원래 가야할길로 가기위해

30키로를 더 달려야 했다..

그사이 먼저 출발한 일행과는 하염없이 멀어지고..

일단 담양을 지나 순창을 거쳐 남원으로 향했다..

고개를 몇개 넘긴 했는데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아침나절 길이지만 차량통행량이 제법 많았다는 느낌..

밥먹은 기운으로 쉬지 않고 달려 남원에 도착..

벌써 누적거리가 100여키로다..

원래 남원에서도 오래 쉬지 않고..

간식거리와 파워에이드, 물만 보충하고 바로 출발한다…

합천으로 가는 길은 큰 고개가 두개 있다..

봉화산로, 황매산..

봉화산로 지역은 지리산으로 들어서는 입구..

고개를 넘어 지리산계곡길은 랜도링의 피로를 풀어준다..

차도 없이 지리산풍광이 장엄하게 펼쳐진 숲길이다..

이런곳을 오기위해 랜도링을 준비하고 설레었다..

폐로 흘러들어오는 싱그러운 지리산공기가 정신을 깨워준다..

폰에서는 카톡메시지로 연신 알샵분들의 응원메시지가 힘을 보태준다..

랠리내내 가민 라이브트랙을 켜놓고 다녔다..

내가 어디쯤 가는지 알샵분들은 잘 알고 계셨다..

아직 초반이라 업힐을 오르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지리산계곡을 지나 합천으로 넘어가는 황매산..

황매산터널로 오르는 길은

기어를 다털고 꾸역꾸역 천천히 오른다..

넘어가면 합천호..

길고 가파르지만 쭈욱 뻗은 도로를 시원스럽게 내려오면

합천호를 왼쪽에 끼고 오르락 내리락..

합천호 유람선선착장 근처에서 짜장곱배기 한그릇으로 점심을 먹는다..

물도 가득 보충하고..

허락도 없이 잔차를 식당안에 들여놨다가 주인장한테 혼난다..

혼나거나 말거나 내 잔차는 소중하니까 웃음으로 양해를 구한다..

지금까지 라이딩은 별로 감흥이 없다..

앞서가는 일행을 만나고 싶어 부지런히 달리지만..

합천CP에 도착하니 직전일행이 한시간전에 출발했다는 소식만 듣는다..(누적거리 2백키로)

아무래도 거리를 좁힐수가 없다..휴..

1200키로를 가야하는데 첫날 출발부터 이렇게 진을 뽑아서 걱정이 태산..

그런데 합천을 벗어나려 하는데..

앞에 두분의 랜도너가 가시는 모습이 보인다..

식사를 하고 늦게 출발하신 모양..

반갑게 따라가려 하는데 이분들이 무지 빠르시다..

뒷모습 잠깐보고 그다음부터 보이질 않는다..

내 속도의 한계를 절감한다..

무리해서 따라가려 하다가 내가 퍼질 것을 잘 알기에..

원래 페이스 대로 천천히 간다..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넘어서고..

경남 양산까지는 1백여키로.. 초반의 작은 고개하나를 넘고..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길로 접어드는 박진교를 건넌다..

작년 4대강 종주때 지나온 길..

이름도 정겨운 박진고개, 박진교..

낙동강을 건너서 본격적인 부산으로 향하는 종주자전거길과

도로를 번갈아 가면서 양산으로 향한다..

어느덧 해는 멀리 산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다시 나의 길을 어둠으로 인도한다..

양산 물문화센터로 가는 길은 도로가 아니다..

종주길은 나무로 된 길에 콘크리트 빨래판이 섞여 있다..

피곤하고 타이어 그립감이 좋지 않다..

지금까지 달려온 비단 아스팔트와는 다르게..

달릴수록 몸이 무겁고.. 체력은 바닥을 향해 달린다..

어둠에 지쳐갈때 쯤 양산 물문화회관 인증센터에서 self 인증을 한다..

이어 양산시내를 통과하여 경주로 향해야 하는데..

밥시간이 되어서 허기가 극에 달한다..

잔차 라이딩의 특징은 자신의 몸이 성능을 다했음에도

페달링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저녁을 먹기위해 잔차에서 내려보고서야

내가 바닥을 찍고 있음을 알게된다.. 어질어질 잔차 멀미도 더해진다..

시원한 냉면이 그립던차에 비빔국수집을 하나 발견하고

시원한 서리태콩국수 곱배기로 시켜 저녁을 먹는다..

곱배기를 다먹긴 했는데 입맛은 영 아니다…

먹는 것과 감정이 이율배반이다..

경주로 야간라이딩 길을 나선다..

양산을 벗어나자 빗방울도 본격적으로 내린다..

이미 3백키로가 넘은 상태..

밥먹을때 빼곤 거의 쉬지 않고 달렸다..

중간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강릉에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보신다..

이미 일주일전 강릉 어머니댁에 갈아입을 옷을 보냈다..

이번 여정때 어머니 댁에 들릴 예정이었다..

몸이 힘들어 그런지 어머니 목소리에 울컥한다..

경주로 가는 길은 계속 업힐이다..

착시인지 라이트빛에 비추인 길이 계속 오르막인지..

페달링은 수월하지만 오르막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비가오고 지루한 솔로잉에 몸과 맘이 모두 지쳐버렸다..

경주CP근처에 여관불이 화려하다..

들어가서 누울 것을 생각하니 절로 기운이 난다.

경주 CP에서 즉석우동 작은것으로 허기를 달랜다..

CP에 들어가기전 오늘 종일토록 쫓아간 일행이 한무리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관에서 쉬려고 한 맘이 바뀐다..

그대로 강구까지 가기로 한다..

경주를 벗어나려는데 문형기님이 거꾸로 오고 계시다..

근처 찜질방을 찾고 계신다고 한다..

나만큼이나 많이 지쳐 보이신다..

죄송하지만 나는 그냥 가려한다고 말씀드리고 헤어진다.

생각했던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강구로 가는 길도 착시 오르막이다..

긴 오르막보다 언덕이 많다..

준비해온 다이나모 라이팅시스템이나의 구세주다..

어두운 밤길을 훤히 밝혀주고 나를 위안해 준다..

달리다 보니 앞에서 세분을 랜도너를 만난다..

쉬고 계시는데 인사만 드리고 그대로 지나친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중이다..

오르막을 오르는데 길을 가로지르는 턱이 나타난다.

졸고 있던차에 이것이 벽으로 보였는지 화들짝 놀란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졸음을 쫓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벌판지대 멀리 모텔불빛이 보인다.

인근에 유일하게 하나 높이 솟아 있다..

랜도링 코스에서 조금 벗어나 모텔로 향하는데 새벽3시에 4만원을 달란다..

독과점 모텔이 간이 부엇나 보다.. 쌀쌀맞게 간다고 말하고 나와 버린다..

하지만 나오니 막막하다..

다시 졸린눈 가다듬고 조금가니 해안도로가에

온천모텔이 바로 있다..

반갑고 인심좋은 주인장덕에 2만원에 행복하게 첫날밤을 맞이한다.

둘째날..2014.6.6 (금, 현충일) 340Km라이딩

강구까지 남은 거리는 20키로 정도..

아침일찍 달리는 해안도로가는 갓길사정이 좋지 않다..

무슨 산업도로를 연상시키듯이 덤프들이 미친듯이 달린다..

잔차를 지나쳐 갓길을 그대로 먹으며 보란 듯이 과시하는 것 같다.. 미친놈들..

덤프가 무슨 유세라고 남의 명줄까지 쉽게 위협하려 하는지..

아침 해안라이딩을 즐기는 동호회원분들도 많이 보이는데..

별로 좋은 코스 같지는 않다..

강구까지는 아무 감흥없이 와버렸다..

기사식당에서 짜디짠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안먹는게 더 낳았을 듯.. 입맛도 음식맛도 모두 최악이다..

강구CP에 도착하니 안비님 일행 두분을 만난다..

식당을 찾고 계신 듯 하였다..

30키로나 더 타고 일행을 쫒느라 맥빠졌다는 말씀드린다.

두분과의 길가의 인연은 마지막날까지 계속 이어진다..

모처럼만에 랜도너분을 제대로 만나 반갑기도 하고..

인사드리고 져지 뒷쪽에 행동식 잔뜩 구겨넣고 나먼저 길을 나선다..

강구를 지나자 해안가 언덕이 절벽이다..

아름다운 해안절경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조금 평평한 지역으로 내려오면 맛바람이 거세다..

해안선을 따라 절경을 따라 아이러니하게 힘을 쓸 수 없이 시원한 라이딩이다..

업힐과 맛바람의 가장큰 적은 욕심이다..

욕망은 나를 체력의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기도 하고..

잔잔한 여유는 어려움속에 희망과 빛을 보게 해주기도 한다..

강구에서 늦게 출발하신 랜도너 분들이

나를 추월해 간다.. 추월당하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고..

사람의 그림자곁에 라이딩을 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

가는길에 펑크가 났다.. 실펑크..

찾기보다 가는 것이 빠르다..

그사이 많은 랜도너 분들이 기를 북돋워주고 지나간다..

펑크를 때우면서도 절로 흥이 난다.

해안가 국도변과 새로난 도로가 헷갈려

울진근처에서 굉음속에서 큰터널을 두개나 지나가야 했다..

지날때는 끔찍하더니 이내 해안가가 나온다..

해안가 구도로쪽에서 올라오는 제이슨일행을 만난다..

어제 새벽출발때 헤어진 강한다리님도 뵙는다.. 반갑다..ㅎ

하루 반나절만의 만남..

시애틀 랜도너 세분과 제이슨님, 강한다리님, 곽상준님..

이때부터 한팀으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맛바람 해안가는 천천히 가고..

가파른 오르막은 마치 경쟁하듯 오른다..

내리막은 탄성에 제동을 걸지 않고 간다..

쉬지 않고 가는 것은 나와 같다..

오르막의 템포는 나보다 빠르고..

드래프팅덕에 평지는 쉬면서 간다..

사이클링 시작후 거의 처음 체험하는 제대로된 팩라이딩..

오르막 경쟁업힐이 부담되어서인지..

보기보단 여유롭지 않은 라이딩이었다..

제법 에너지가 소진되어 울진CP에 엉겹결에 도착한다.

그룹라이딩의 묘미는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필요 없고..

거리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것..

혼자 다니면 계속 GPS를 보고 남은 거리를 생각하고..

어디쯤이 어떤 업힐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을 해야 한다..

그런 계산을 그룹에 의지해 덜 수 있었다..

울진CP에 도착하니 얀회장님과 일행분들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편의점 주인장이 스탬프를 찍어주지 않아

회장님이 직접찍어주고 계셨다.. 편의점사장은 스탬프가 큰 위세인줄 아는 갑다…

편의점옆 식당에서 강한다리님, 제이슨일행분들과 식사를 했다..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물도 보충하고 몸은 편안한데 맘이 어딘지 불편하다..

혼자 다닐때 쉬지 않고 다닌지라 오랜시간 쉬는게 익숙지 않은 것..

시라소니 박성욱님 가족분이 마련해주신 달고 시원한 수박한조각도 맛볼 수 있었다..

먼 이곳까지 지원을 나오신 대단한 가족분이시다.. 고맙습니다..ㅎ

어찌 되었든 그동안 혼자 적적했던 차에..

그룹에 몰입키로 하고 다시 출발..

곽상준님이 시간을 체크하시더니 늦었다고 걱정이 많으시다..

따라만 다니다 보니 얼마나 가는지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 그룹에만 의존했다..

울진에서 묵호로 가는길도 만만치 않다.

계속되는 짧고 강한 업힐에다 내리막이다..

곳곳에 맛바람도 여전하고.. 평지와 업힐에서는 경쟁모드..

계속 따라나서긴 했는데 통 나의 리듬과 맞지 않는다..

오르막 구간이 나오면서 점점 댄싱도 힘들어지고 다리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평지에서는 뒤로 쳐지고.. 딴힐에서는 일행을 쉬이 따라잡기 어렵다.

주변의 풍광은 근사하나 눈에 점점 들어오지 않는다..

삼척근방부터는 길상태가 정말 나쁘다..

4차선 국도에 갓길이 인색하고.. 공사용 덤프들이 수시로 잔차들을 몰아 부친다..

생명에 위협을 느껴야 할 정도니..

우리나라에서 잔차의 운명을 결정짓는 도로의 저승사자는 덤프들이지 싶다..

이곳 삼척 동해구간에서는 잔차는 개똥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가야 한다..

최악의 길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일까.. 일행분들도 제법 속도를 내고..

이미 대열은 선두조와 후미조가 엄청나게 간극이 생겼다..

묵호CP에 겨우겨우 도착하여 일행은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난 강릉 어머니댁에 가야 하는 지라

강한다리님께 아쉽게 작별을 전하고 먼저 홀로 출발한다..

헤어졌다 만나는 것이 랜도링의 묘미라고 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동해를 벗어난다.

강릉으로 가는 길에 망상, 옥계를 거친다..

망상은 해수욕장지역.. 차량 트레일러 오토캠핑장에 예전에 와 봤었다..

송림과 캠핑장이 잘 어우러져 여름 피서로 좋은 곳이다..

이곳으로 향하는 길은 일직선으로 쭈욱 뻣어 있다..

잔차는 탄력을 받아 한껏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 길 끝자락에 옥계가 있고..

옥계에서 다시 해안가로 나갈 수 있다..

해안가로 갈라지는 길은 GPS만 바라보고 가니 갑자기 우회전길이 없어진다.

결국 잔차를 메고 도로경계를 넘어 반대편 도로로 나가야 한다..

오늘 힘도 좋고 펄펄날라다니신 아스피린님에 앞에서 길을 잡아 주신다..

아스피린님은 처음 뵜을때 랜도너가 아닌 줄 알았다..

동해안 도로가를 여행하는 잔차 여행자로 착각했는데..

이분이 힘이 보통 좋은게 아니다.. 우리가 깔딱깔딱 넘는 고개를

페달링도 가볍게 휘리릭 오르면서 앞에서 한손 디카 촬영신공을 수시로 보여주셨다..

입에 거품을 보글거리던 우리는 그런 그 모습에 입이 쩌억 벌어질 수 밖에..ㅎㅎ

암튼 몸도 가볍고 힘도좋고 랜도링 일착을 따 놓으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평창에서 벌에 쏘여 결국 리타이어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나중에 들어야 했다..

아스피린님은 나와 체급이 다르다..

힘좋을때 앞으로 먼저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정동진을 향해 달린다..

옥계에서 정동진으로 향하는 길은 바닷가 해안도로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파도가 높은 날은 도로까지 바닷물이 밀려오고..

울통불통한 해안바윗길과 더불어 그 역동적인 동해안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도로 길이다…

하지만 끝에 정동진으로 넘기위해서는

20%가까이 되는 짧지만 강한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고갯길에서 내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정동진으로 넘어간다..

강릉까지는 멀지 않은길..

어둡지 않을 즈음에 강릉 어머니 댁에 도착한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저녁을 차려 주신다..

오늘 하루 맛바람과 해안도로에 녹초가 된지라..

밥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온다..

방에서 잠시 한시간여 눈을 붙인다.. 화들짝 깨어보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어지럽고 몹시 피곤하다..

어머니가 걱정스런 눈으로 보는데 자식의 이런모습을 보여드리는게 죄송스럽기만 하다..

주문진까지 몸푸는 느낌으로 도착하고서 어머니에게

문자를 드린다.. 잘먹고 잘자고 무사히 잘 가고 있다고.. 그리고 걱정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어머니는 다음날 진고개를 넘어갈때까지 아들 걱정에 잠을 못주무신다..

주문진을 지나면서 양양으로 가는 길은 국도를 벗어나 가끔씩 해안도로를 탄다..

늦은 시간이어서 국도변에는 차량이 없었지만..

초여름 심야의 해안가는 젊음의 열기로 북적이고 뜨거웠다..

곳곳에 술판이고 잠들지 않는 청춘들이다..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해안가 풍경은 사시사철 같은 모습니다..

바다는 그대로 인데 그런 바다앞에서 절망과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마음이 만들어낸 생과 사의 상념이 파도와 더불어 끝없이 넘실댄다..

나의 젊은 날과 지금의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몽환의 해안길이 펼쳐진다..

양양까지 큰 국도고개를 몇개 넘고 나니 갈 수 있었다..

강릉에서 잠시 눈을 붙인 덕인지 컨디션은 괜찮았다..

CP에 도착하여 여쭈니 마지막 랜도너분들이 최근에 다녀가셨단다..

잠잘 시간이라 양양에서 주무신 것 같은데..

연락해 볼 길이 없다.. 제이슨일행분들이 진고개 초입에서 1박계획이라고 했으니..

나도 최소 진고개 초입까지는 진행해야 내일 일행과 조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양에서 잠시쉬고 바로 진고개로 향한다..

진고개에서 컨디션 체크하고 바로 진부로 넘어갈까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주문진 근처에 도착하면서 기대는 허물어진 체력과 함께 다시금 무너진다..

주문진을 지나면서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연곡에 도착하여 진고개로 방향을 잡고나니 이제 자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를 맴돈다..

이미 새벽 3시가 넘은 상황..

소금강입구에 여관이 몇개 있었던 기억을 더듬어 졸음을 쫒으며 이를 악물고 간다..

하지만 소금강입구까지 갔어도 여관이나 여인숙 불빛은 없다..

간혹 팬션이 있긴 했지만 그와중에도 거금을 들여 무리해서 자긴 싫었고..

진고개 업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 근처에 낮선 팬션 평상에

쓰러져 누웠다.. 준비해간 알미늄포일 바람막이로 몸을 감싼다..

제법 따듯했다.. 팬션 주인장 인기척을 피해 두시간여를 이곳저곳 자리를 옮기며 노숙을 한다..

셋째날, 6.7(토) 230Km라이딩

눈을 떠보니 주위는 밝아 있고..

몸은 좀전 잠들때와 같이 무겁기 그지 없다..

진고개를 오르기로 한다..

엇저녁 잠들기 전과 같은 피로누적상태..

진고개를 오르는데 기어를 다털고 지그재그로 공략한다..

중간에 석간수로 목도 축이고..

한시간여를 꾸준히 오르니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안개가 자욱.. 날씨도 추운지라.. 그대로 딴힐..

허기가 극에 달했는데 다행히 월정사와 진부로 갈라지는 삼거리 근처 아침식사를 하는 집이 있었다..

아침에 막국수 곱배기를 시켜 먹는다..

식사를 하러 방안에 들어가니 노숙뒤 포근한 방안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거지 몰골의 라이더가 이른 아침에 막국수 게걸스럽게 먹고..

몸안의 불완전함도 완전히 비우고..

다시 심기일전 몸을 가다듬어 길을 나선다..

식사탓인지 진부를 통과하면서 몸은 다시 돌아왔다..

속사재를 별 감흥없이 오르고 내려가는데..

얀회장님이 속사리쪽에서 거꾸로 오르고 계셨다..

속사재를 한껏 속도를 붙이고 정신없이 내려가는 길이어서 인사만 겨우 드리고 지나간다..

속사를 지나 장평에 도착하니

CP주인장께서 아까 얀회장님이 다녀가셨다고 하신다.

얀회장님은 랜도너 걱정에 근처를 끝없이 그림자처럼 맴돌고 계셨다..

랜도링도 힘들지만 지원차량을 끌고 4일내내 다니는 일도 보통이 아님을 안다..

장평CP주인장에게 제이슨 일행분들이 지나갔는지 여쭈니 못봤다고 하신다..

분명 나보다 먼저 진고개를 넘었을 것 같은데.. 이상하다..

장평을 벗어나 대화를 향해 달린다..

작은 고개들을 넘는데 어디가 어딘지도 관심이 없다..

날씨는 이미 더워져.. 해안가와 달리 내륙의 길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다만, 예전 산악자전거로 누비던 길이라 곳곳의 지명과

이정표 들이 익숙하고 반갑다..

여기는 예전 랠리때 지나간곳.. 여기는 우리가 잤던곳..

잔차생활 10여년동안 겪었던 새로운 금수강산 신천지를

랜도링을 하면서 다시 감탄하는 것이다… 고맙고 행복하다..

졸음이 밀려든다..

간밤의 노숙과 수면 부족이 원인..

길가의 안식처를 찾다가.. 정자를 하나발견..

잔차를 가지고 정자안으로 들어선다..

앞뒤 가리지 않고 준비해간 수면용 안대를 하고 그대로 취침.. 한시간 단잠을 잔다..

여름 정자 그늘아래서의 낮잠 한시간은 피로를 떨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다시 일어나 출발하니 몸이 가볍다..

사람의 몸은 참으로 신비하다..

평창에 도착하여 편의점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다..

인근 약국을 지나갈때 어제 보았던 아스피린님이 약사와 얘기를 하고 계셨다..

인사드리고 그냥 지나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벌에 쏘여서 약사와 상담중 이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여기서 포기하신 것 같다..

불굴의 체력과 정신이 말벌이라는 변수에 꺾였으니 그 참담함이 어쩌랴..

평창을 지나서 영월로 향하는 길..

한적한 국도변을 지난다.. 중간에 원동재라는 제법 긴 고개도 넘는다..

아침나절의 진고개와 달리 페달링도 가볍고 외롭지 않았다..

한낮의 더위가 작열하는 시간이었지만 속도로 인해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산악자전거와 달리 싸이클의 묘미는 이런데 있는 것 같다..

영월은 시내를 거치지 않고 외곽을 돌아 바로 단양으로 향하는 길로 넘어간다..

작년 태백-제천 투어때 지나간 도로길을 따라간다..

단양근처에 도착하니 남한강을 건너는 군간교와 만난다..

군간교에는 남한강의 장대한 풍광이 서려있다..

이곳부터 남한강을 따라 단양까지 가야 한다..

강변길은 낭만적일 것 같지만.. 차량과 함께 진행야 한다면..

조급해지고 짜증스런 길로 변한다..

갓길에 파편도 많고 단양이 멀게만 느껴진다..

말그대로 길과 합일에 들려고 해도 괴리만 점점 생겨난다..

단양으로 넘어가는 고수령고개를 오르는 길도 마찬가지..

차량의 소통이 많은 시간대에다 더위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고개를 넘으면 단양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가져본다..

내려가는 길도 차량정체가 심하고..

단양으로 건너가는 고수대교도 차량정체에 갓길이 없어 결국 인도로 건너야 했다..

단양CP에서 고단한 몸을 달래고 있는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 안비님 일행이 도착한다..

앞으로 넘어가야 하는 빗재(도락산)업힐 구간을 말씀하신다..

고도표에 쌍봉으로 삐쭉 그려져 있는 깔딱이다..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업힐에는 이미 무심해져 있는지라..ㅎ

가기전에 배를 충분히 채워야 한다는 것에 동감하고..

인사드리고 단양을 벗어나기전 짜장면집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짜장면한그릇을 채우고 도락산으로 향한다..

고도표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

그냥 넘으면 될 줄 알았는데..

점점 경사가 가파라 진다..

경치가 좋고 무난하다는 초반의 감탄과 달리..

광덕사입구 근처에서 경사가 13~14%를 넘어간다..컥..

댄싱으로 걸어도 다리에 한껏 부하가 걸려..

도저히 넘을 수 없다.. 이것만 넘을 것도 아닌지라 잔차에서 내린다..

1200을 시작하고 처음이자 마지막 끌바를 한다..

싸이클 클릿은 끌바에 취약하다.. 걸음걸이도 어기적 거리고..

하지만 급사면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끌고서야 정상에 도착한다..

오른만큼 가파른 내리막길을 손아귀가 아프게 브레이킹하고..

딴힐 끝에 도착한 방곡도예촌 매점에서 콜라한캔을 마신다..

주인장께서 이미 몇분이 지나가셨는데 감탄을 금치 못하셨다고..ㅎㅎ

오늘 많은 분들이 지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다신 문경방향으로 진행하니 아까보다는 짧은 깔딱업힐 벌재를 오른다..

벌재는 백두대간길이다.. 단양과 문경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높고 가파르다..

벌재에서 한참을 내려간다..

문경으로 가는 길에 소나기가 잠시 내린다..

빗끝은 짧았다.. 낮의 먼지를 머금었는지 흙냄새가 난다..

문경지역을 지날때 어둠이 가득 내렸다..

라이트에 의지하여 진행을 하는데 주위 사방이 암흑이다..

하늘과 땅도 구분되지 않고 앞에 보이는 길이 전부다..

가로등도 하나 없는 낮은 언덕과 마을을 끝도 없이 지난다..

밤새도록 달리라고 하면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드디어 낙동강을 건넜다..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로 들어서 뚝방을 따라 진행한다..

상주근방에 이르러야 가로등과 사람사는 것 같은 마을을 만난다..

어디쯤인지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위안을 가질 수 있다..

혼자 천여키로를 달려왔어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가 다르다..

암흑속의 끝없는 터널을 혼자 다니는 것 같은 막막함과 공포..

사물이 보임으로써 해석되는 세상이 얼마나 평화를 주는지 느껴본 자는 안다..

상주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더니..

어느새 상주에 와있다.. CP에서 확인하고

오래된 모텔에 자리를 잡니다.. 10시경인 것 같다..

모텔주인장이 외국인 일행이 와있다고 얘기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예약을 했다는 것을 잘못 들은 것이다..

근처 야식집에서 저녁과 막걸리 한잔을 하고..

11시반경에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한다..

카운터에 모닝콜을 새벽3시에 부탁하고 잤다..

네번째 마지막날.. 6.8(일) 270Km라이딩

잠을 자다 일어났다.. 몸이 가볍고 많이 잔 느낌..

계단에 북적이며 잔차 일행이 내려가는 클릿슈즈 똑딱이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싶어 시계를 찾아보니 새벽4시가 다되었다..

주인장이 모닝콜을 안해준 것..ㅠㅠ

부리나케 짐을 챙기고

10여분만에 길을 나선다..

아침도 안먹고 잠이 덜깬채 새벽길을 달린다..

3일내내 만나고 헤어졌던 안비님 일행을 만난다..

반가운 맘에 앞에서 끌어준다..

20여키로를 힘차게 달리는데 점점 힘이든다..ㅎ

앞에서 길을 잘못 리드하여 선두에서 다행히(?) 벗어난다..

안비님은 이번 랜도링에서 가민엣지를 떨어뜨려 박살이 났단다..

비싼 랜도링을 했다고 아쉬워 하신다..

힘이 좋고 꾸준하신 분이다..

파트너이신 다른 한분도 몸이 가볍고 길에 밝으신 분..

두분의 이상적인 조합이 1200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몇개의 업힐을 넘고나서 노근리 근처를 지난다..

사전 코스 리뷰때 노근리현장 바로 옆을 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굴다리에는 총탄자욱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아름다운 길 가운데 선명한 아픈길이다..

새벽의 그 노근리 현장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영동으로 넘어가기전 황간근처에

안비님 할머니댁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내가 없었으면 들렸다 가시려 했는데..

그냥 지나감에 많이 아쉬워 하신다..

왠지 불청객이 된 것 같은 심정..

충북 영동에 들어선다..

앞에서 안비님이 리드해 주시는데 점점 따라가기가 벅차다..

완만한 업힐에서 점점 뒤쳐지기 시작한다..

앞에서 잠시 쉬어 가겠다고 하신다..

두분은 아침을 먹고 출발했는데 나는 먹지 않아 허기가 진다..

영동근처에서 식사를 해볼 요량으로 두분쉬는 것을 뒤로 하고 먼저 간다.

길을 잘못들었으나 바로 잡아 영동역앞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번 랜도링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맛있는 아침백반이다..

뜨듯한 미역국에 반찬이 절로 입맛을 부른다..

아직 먹을 기력이 넘치는 걸로 봐서 몸이 쌩쌩한가보다..

편의점에서 행동식과 얼음생수 하나를 져지 뒷쪽에 듬뿍 챙긴다..

얼음생수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폭염속의 라이딩에 얼음생수는 천천히 녹으면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의 시원한 물을 제공해 준다..

어림잡아 한통을 사면 4시간 이상은 시원한 물을 먹을 수 있었다..

오래 얼린 생수는 그만큼 천천히 녹는다고 하는데 맞는 얘기같다..

더위에 취약한 나에게는 편의점마다 즐길 수 있었던 더없는 동반자였다..

여름 라이딩하실 분들께 져지 포켓을 활용한 얼음생수 강추한다..

안비님 일행 덕분에 상주에서 금산까지 진행하는 길이 수월했다.

역시 혼자가면 지루하고.. 같이가면 행복한 것이 맞다..

때로는 솔로잉이 필요하기 하나 장거리 라이딩에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금산 근처에서 앞에가는 두분을 다시 만난다..

금산 CP는 없어졌다.. CP를 한참 찾다가 없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없어진 자리에서 두분과 나는 서로 인증샷을 찍어준다..

아까 배고팠던 나와 달리 두분은 지금 허기가 오는 모양이다..

내가 먼저 출발하고 두분은 뜨듯한 국물을 찾아 떠난다..

이후 두분을 뵙지 못했다.. 금산부터 완전한 홀로 라이딩이다..

무주근처를 평이하게 지난다..

기억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앞만 보고 달린 것..

운장산 지역 언덕을 몇개 넘고 나니..

봉암리에서 화심리로 넘어가는 고개 내리막을 시원스럽게 달릴 수 있었다..

4차선 국도 내리막이 시원스럽긴 한데.. 일제히 고도를 낮추는 경사면에다..

노면상태가 안좋고.. 차량의 소통이 많아 내려가면서도..

부담스러웠다.. 한참을 내려서니 화심에서 좌회전하여..

작은 언덕 몇개를 넘고나니 상관면..

이곳부터는 요기거리를 찾아 나섰지만 선뜻 들어설 식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때마지 중국집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콩국수 곱배기를 시켜 후딱 비운다..

암튼 식욕이 부단히 남아 있는 걸로 봐서는 몸은 정상인듯..

전주 밑자락에 자리한 상관면에 도착하니 완연히 전라도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칠보를 향해 달리게 되고..

고개가 몇개나 남았는지 헤아릴 수 있었다..

왜목치라는 고개를 넘어 구이면을 지나 엄재를 넘으면

산외면을 지나 칠보면에 도착할 수 있다..

고개마루를 오를 때마다 몸에 고통이 번지고 극복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정작에 길에 대한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무심결에 오르고 내려간 것 같다..

전라도 지역은 다녀본 곳이 거의 없어 어디가 어딘지도 알 수 없다..

단지 전주 아래를 지나고 칠보를 가야 하고 내장산을 넘어 장성에 도착하면

목적지인 광주로 갈 수 있다는 정도만 안다..

칠보에 도착하여 주유소를 찾는데 시내를 가로질러야 찾을 수 있었다..

메모할 필기도구가 없어 사진을 찍는다..

작은 구멍가게 앞에 개구리 참외가 먹음직 스러워 들어갔다..

어르신 분들이 TV앞에 둘러 앉아 2002년 월드컵 경기 하이라이트를 시청하고 계셨다..

얼굴에 주름이 굵으신 어르신께서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오늘 중으로 잔차로 광주로 가야 한다고 하니 놀라신 표정..ㅎㅎ

주인 할머님께 참외좀 다듬어 달라고 하니 입으로 베어먹기 좋게 머리를 따주신다..

한곁에 앉아서 추억의 월드컵 감상하며 먹는 참외가 꿀맛이다..

랜도러스 내내 가장 먹고픈 과일중에 참외가 1순위, 그담이 포도였다..ㅎ

정겨운 구수한 칠보의 구멍가게에서 어르신들과 얘기하며 여독을 잠시 달랠 수 있었다..

칠보를 벗어나 내장산으로 향한다..

내장산으로 접어들기전 피오고개를 넘어야 한다..

근처에서 긴 오르막이긴 하지만..

얼마남지 않은 광주때문인지 스스로 한박자 두박자 댄싱노래를 부르며 올라간다..

정신이 그려주는 음악의 리듬에 몰입하니..

몸의 고통이 반감되는 듯 하다..

길가에 노란 들국화가 소담스럽고 아련하다..

내장산에 들어선다..

처음와 보는 말로만 듣던 공원지역..

울창한 산림지역에 들어서는데 얀회장님이 내려오신다..

아마 내장산 정상지역에서 잔차를 타고 선수분들을 응원하러 가시는 게다..

나에게 앞에 홍여사님과 무세이온님이 5분거리에 있다고 힘내라고 하신다..ㅎㅎ

얀회장님의 얼굴이 홍조띈 모습으로 아이처럼 들떠 게시다..

목적지에서 기다리는 응원단의 심정이신 듯..

랜도링 내내 맘속으로 모든 선수들의 무사완주를 끊임없이 염원했으리라..

내장산 초입에서 콜라한캔에 핫식스를 하나 먹는다..

아까부터 점점 졸음이 몰려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는 몸을 점점 잠식하고 있었다..

내장산은 완만한 구비의 업힐이 계속 이어진다..

시원한 숲그늘 오르막은 힘들지 않고 오히려 힘을 보태어 준다..

고도를 높여갈 수록 지나온 구절양장길이 눈앞에 장관으로 펼쳐진다..

오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내장산..

라이딩의 대미답게 기쁨이 한가득이다..

오히려 금새 올라간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내장산에서 고도를 올리고 나면 고원분지를 따라 한껏 속도를 낼 수 있다..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몰라도 페달링에 한껏 기운이 실린다..

러너스 하이가 늦게 폭발한 것인지..

긴 내리막을 한참 내려오고 마지막 얕은 고개를 넘고나면..

장성이다… 출발때 반대로 돌아 만났던 그 장성..

이곳을 4일만에 다시 보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

출발때의 그 좌절감이 이젠 기쁨으로 바뀐 것 같다..

장성 시내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빠져 나오고..

못재를 넘어야 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터널을 지나가야 했다..

다시 역주행할 수 없어 그대로 못재터널로 들어간다..

다행히 내리막길이어서 광주로 수월히 진입한다..

랠리 출발때 힘이 펄펄하여 정신없이 진행했던 구간이

마지막 피니쉬땐 왜그리도 길고 멀게만 느껴지는 지..

시내로 들어서도 운암MTB까지 한참을 가야 했다..ㅎ

길을 잘못들었는지 연신 GPS도 살펴야 했고..

피니쉬인 운암MTB에는 샵 사모님과 운영진 한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낮에 한분이 일착으로 들어오시고 다음이 나라고 한다..

내가 예상시간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하고 계셨다고 하신다..ㅎ

홍여사님과 무세이온님은 중간에 쉬었다 오시는 모양이다..

막상 내가 먼저 들어온 것이 잘 믿기지 않는다..

나머지 선수분들은 내장산 지역을 통과하고 계시고

저녁 10시경이 도착예정이라고 하신다..

내일 회사 출근만 아니면 기다렸다 얼굴이라도 뵙고 가고픈 심정인데..

아쉽게 운영진 분께 인사만 드리고 바로 광주터미널에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녁도 못먹고 간단히 도너츠와 커피만 챙겨서 버스안에서 해결한다..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12시가 안되어 3반장이 터미널에 마중을 나온다..

집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월요일 새벽 1시가 다되어 잠을 청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출근하고 회사에서는 시체놀이를 해야 했다..

신장이 문제가 있는지 온몸이 퉁퉁붇고 근무내내 정신이 몽롱하다..

말을 하는데 자꾸 정신과 따로논다..

엉덩이와 발과 다리가 비명을 지른다..

결국 화요일 휴가를 내야 했다..

화요일 내내 소변량이 엄청났다..

3Kg정도의 수분이 빠져나갔는지 몸무게는 출발전보다 줄어있었다.

수요일 정도에야 정신을 차리고 정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디서 부터 헤아려야 할 지..

1200키로의 감흥보다 집에 부리나케 와야 했던 조급함이 아쉽기만 하다..

피니쉬에서 30명의 선수분들과 얘기하고 싶고..

엇갈린 길에 대해 여쭙고 고락을 나누고 싶었다..

마지막날은 달린 거리만 기억날뿐 아름다운 길의 흔적을 기억해 내기 어려웠다..

그랜드 랜도너스 배번표.. 달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라이딩내내 왠지 모르게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셜리 페이서를 랜도링 셋팅으로 바꾸었다.. 전체적인 라이딩 셋팅 모습..

핸들바 페니어에 고도표며 구간거리표를 붙여놓고 어디쯤에 어떤 고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음.

구간별 예상시간, 구간별 거리, CP명, 클로징 타임 등.. 작은 준비였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

혼자 놀기의 진수 셀프 동영상도 찍었다.. 시작하는 날과 종료일만 찍었다..

다음글에는 그랜드 랜도링 준비물을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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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생
2004년부터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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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6/24 00:27

    참 신기하지요?
    그래도 기억이 나고 은근히 생각이 나는 것이 말이지요.
    무지 힘들었어도 또 생각이 나고 뭔가 모르는 그리움이 몰려오고…

    정말 많이 걱정했었습니다. 3일차에는 집에 전화도 넣었어요. ㅎㅎ
    그런데 완주하셨다는 소식 듣고 가슴 속에서 뭉클했습니다.

    배사부님… 나의 영원한 사부님~
    배사부님의 도전에 힘찬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그런데 미국은 좀… ㅎㅎㅎ ^^;,,,

    7월 초에 지난 번에 이야기 나누었던
    춘천 – 속초 행 같이 가시지요.
    더 더워지면 체력 소모가 너무 커져요. ^^
    길 안내, 찍사는 제가 하겠습니다.
    마음 편히 즐기실 수 있도록 나대지도 않고
    배사부님 페이스에 맞춰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 2014/06/24 05:33

    숨가쁘게 후기를 읽어내려갔네요.
    아 1200~~
    3박4일 동안 우리나라를 동서남북으로 누비고 다니셨네요. 한발한발 페달링으로 지나가신 그 길 나중에 기억이 많이 남으시겠네요.
    몇번의 자신의 한계를 넘으시고 이룩하신 완주. 정말 축하드립니다^^

  • 2014/06/24 10:35

    축하드립니다.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저 먼 거리를 달려낼 수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무사히 마치셔서 다행입니다. 사실 은근 걱정이 되더군요. 도로는 필시 덩치 큰 차량들이 다닐텐데..
    제가 사이클링이 별로 내키지 않는 이유죠. 별 문제 없이 잘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별에서 온 그대, 아자~~

  • 2014/06/24 11:26

    극한의 고통과
    외로움은 나와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도닦는 기분으로
    후기를 읽어내려갔습니다
    멋지시고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 드립니다
    인생의 역경들도 랜도너스처럼 불굴의 정신으로
    이겨내실거라 생각합니당
    영원한 싸부님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