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MTB 정기라이딩 가야산, 개심사순환(20061104)

- 라이딩맵(여기를 클릭시 고해상도 이미지 볼 수 있음.파란색라인이 라이딩한 코스. 출발을 기점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 위성사진 참조영역을 클릭하면 해당부분의 상세한 위성사진과 함께 설명을 참조할 수 있음)

- 고도분석

늘 라이딩하면 강원도를 떠올리곤 한다.

남쪽지방에도 괜찮은 코스가 많다. 그중 예전부터 생각해둔 서산 가야산 코스를 겨울이 오기전에 가보기로 한다. 일주일 내내 바쁜 생활속에 후기쓰기에도 빠듯한 시간.. 출발하루전 가야산라이딩 공지를 올린다.

하지만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그래서인지 선뜻 가려는 분들이 없다. 물론 비가 와도 망설이지 않는 분들이지만.. 겨울이 다가오고 맘이 움츠려 드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직은 라이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씨다.

회사 퇴근시간이 다되도록 참가하겠다는 분이 없다가 김수환님이 합류의사를 밝혔다. 곧이어 성주현도 참가하겠단다. 열혈 두명의 라이더와 더불어 3기반장이 이번 라이딩의 주인공이 된다.

밤새 천둥에 비가 내리는 듯 하다. 하지만.. 잠시뿐인 듯..
늦게까지 지도정리하고 코스파악하고.. 잔차도 한번 매만지고.. 부산을 떨다가 결국 12시반이 되어서야 잠이든다.
아침 5시20분경에 기상한다. 비가오는 날씨면 보통 아침이 개운치 못하고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개운하다.

일어나자 마자 전화로 김밥주문해 놓고.. 세수하려는데 주현에게 전화가 온다. 인근이란다. 하하.. 빨리도 왔다..^^

이것저것 챙겨서 아파트 정문으로 나가니 아직 주현이 길을 헤메고 있다. 사실 우리집 찾기가 쉽지 않다..^^ 안내를 하고 있자니 수환님도 도착하신다.

그렇게.. 출발한지 한시간여만에.. 해미IC에 도착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안산인근에서 잠시 밀리는 듯 하다.. 이내 길은 시원하게 뚤린다. 이렇게 빨리 도착하리라 상상하진 못했는데..

일단 아침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해장국집을 찾아 보는데.. 해미면에 들어서니 길가에 사람 찾아 보기가 어렵다. 날씨가 흐리고 을씨년 스런 아침이다. 규모가 작은 동네이다 보니 해장국집도 겨우 하나 눈에 띈다. 아침을 챙기고.. 해미읍성 주차장에다 잔차를 부린다.

오늘의 우연히 지원조로 참여한 3기반장이 세건각의 사진을 해미읍성을 배경으로 촬영해 준다. 수환님만 빼놓고 좌우의 라이더 자세가 영 불량스럽다. 왼쪽부터 성주현, 김수환님, 나 되겠다. 해미읍성 주차장에는 엇저녁 내린 빗물이 살짝 젖어 있다.

8시 40분에 출발한다. 출발후 우리가 왔던 45번 도로를 따라 해미IC쪽으로 진행한다. 넓찍한 신작로다.. 우측 갓길도 충분하고.. 약간의 완만한 아스팔트 로드를 오르면 우측으로 산수저수지가 아래로 펼쳐진다. 출발지로 부터 약 3.6Km진행하면 한서대학교로 좌회전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뒤에 오는 차를 잘 살펴 좌회전한다. 한서대학교 입구까지 오르면 왼쪽으로 뚝 떨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내려 가야한다.

갈림길에 들어서면 주위에 학교 자취촌이 많이 보이고 멀리 깊은실을 거쳐 가야산 능선까지 이어진 계곡이 보인다. 방향을 계곡쪽으로 잡고 좌회전하며 씩씩하게 오른다.

편도 오르막 아스팔트 포장로가 친절하게 나있다. 느긋하게 쉬엄쉬엄 페달을 굴려본다. 날씨는 구름이 옅게 끼인 날씨다. 비가 올 분위기는 아니다.. 멀리 가야산 레이다기지도 보이고.. 계속 이 상태라면 오늘 라이딩은 환상일 것이다.

군데군데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이 많으나 잘모르면 동네 주위분들이 친절히 일러주신다. 길을 모르면.. 아무나 붙잡고 가야산임도 가는길을 여쭤보시라.. 잠시 쉬어가는 보이는 사진의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올라야 한다..^^ 여기를 올라서면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한다.

일락사로 가기전 두개의 업힐을 해야 한다. 거리는 짧지만 빨래판 콘크리트에다 경사가 상당하다.. 대부분의 구간이 수리산 C코스 초입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경사를 자랑한다. 평소에 잔차체력을 갈고닦은 성주현의 땀이 바닥을 흥건히 적신다. 김수환님의 프리잔차는 앞이 번쩍 들릴 지경인지라.. 끌고 오르는게 더 수월하다. 구비를 몇개를 돌아도 업힐을 계속된다.

아침에 해장국먹고 소화시킬 겨를도 없이 업힐이 시작된지라.. 몸이 말이 아니다. 물론 나는 배가 불러야 업힐을 하는 특이체질인 관계로 상관없지만.. 수환님은 휴식타임이 필요하다. 그런데 바로 빡센업힐에 임해 속도 안좋고 먹은게 울컥이는 모양이다. 이로서 또하나의 마음속에 회자될 추억이 하나 생긴듯 싶은데.. 업힐 헤어핀을 하나씩 지날때마다 아랫세상은 내 시야아래로 점점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살짝 업힐이 가라앉고.. 두번째 정상으로 이어지는 가야산골짜기의 임도는 푸근하기 그지 없다. 사방이 모두 가을산으로 닫혀있는 병풍골을 지나고 있다. 완만하게 오르면 다시 완만하게 내려선다. 길은 사람이며 차량의 흔적이 많은 탓인지 잘 다져져 있다. 강원도의 우람하고 깊은 산과 달리 서산의 가야산은 우리의 마음과 더 닿아 나즈막하게 고개 숙이고 있는 듯 싶다.

군데군데.. 업힐이 있긴하지만 경사가 그다지 급하지 않다. 골짜기 능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잠시 쉬고 있자니.. 속이 말이아닌 수환님이 깊은 숨을 쉬고 잔차를 끌고 오른다. 아침을 조금 일찍 먹을 껄 그랬다. 먹고 바로 출발한 부작용이다.

두번째 업힐직전 쉬어간다. 남쪽의 산이 주는 여유로움이 모두들 잠시 쉬게한다. 날씨는 서늘하여 땀이 흐르다 이내 말라버린다. 겨울 문턱에 있어서인지 홑져지만으로는 쉬이 추워지기 시작한다. 더 있으면 한기가 느껴질 듯하여 다시 오르막 길을 재촉하여 나선다. 하지만 한여름의 더위는 오간데 없이 라이딩하기에 쾌청하고 더없이 수월하다. 같이 못 오신분들께 미안한 맘마져 든다.^^ 날씨가 어쩜 이리도 좋을까..ㅎㅎ

두번째 업힐정상부위다 사진에 보이는 구비를 돌아서면 서산의 시원스런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평야지역에 솟은 산은 라이더에게 충분히 많은 볼꺼리를 제공해 준다. 강원도의 산세가 병풍같이 깊고 울창하다면.. 서산에서 보는 주위의 광경은 넓디 장쾌한 시원함 그 자체다..

나무가 거의 없이 민둥산에서 바라보는 서산지역은 맑은날 온다면 멀리 서해바다까지 조망이 가능할 듯 싶다. 그래서 인지 이곳까지 덕산도립공원 지역인 것에 대해 누구도 이의가 없으리라. 조금의 노력으로만 올라서면 속세를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는 곳.. 가야산임도는 그런 소중한 기회를 선뜻 베풀어 주는 곳이다.

좌우로 펼쳐진 가야산 임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파노라마로 담는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고해상도 파노라마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왔으면 때약볕아래 라이딩을 했을 곳이다. 구름에 부드럽게 순화된 태양빛이 덥지도 춥지도 않다. 탁트인 가야산 능선을 달려도 기분이 한없이 증폭되는 것은 날씨와 더불어 우리의 한없이 가벼운 깃털같은 마음때문이다. 구불거리며 일락사로 내려가는 딴힐초입까지 돌아간다.

멀리 탁트인 민둥산의 원인은 뜻하지 않게 산불때문이었다. 불에 타버린 나무들이 검은 몸을 드러내며 썩지도 못하고 처량하게 서있다. 나무는 없고 잡풀만이 무성한 바위산이 되어 버린 것이다. 멀리 산정상부위까지 불이 번져 간 것인지.. 멀리까지 죽어버린 나무들의 군상이 황량하게 펼쳐져 있다.

그 재난의 덕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경치 좋다고 연신 감탄하며 달리고 있었으니.. 어서 빨리 울창한 숲으로 다시 돌아올 날을 기대해 본다. 업힐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고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신 김수환님의 표정이 밝다.

일락사까지 내려가는 길은 우리가 겪었던 여느 산길과 같다. 일락사로 내려가는 길은 동쪽사면을 타고 내려가는 길인지라 그늘진 숲길이다. 구불렁 대는 몇구비를 시원하게 내려서면 금새 일락사 로 오르는 갈림길과 만날 수 있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우측콘크리트 포장로를 오르면 막다른길이다. 왼쪽을 선택하여 포장로로 내려가면 다시 바로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우측으로 올라 일락사로 간다.

쓰러질듯 일락사간판이 위태롭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절인지 팻말이 사찰의 흥망성쇠를 간접적으로 암시해 주는 듯 하다.

그래서 인지 도착한 일락사 주차장은 작고 검소하다.. 왼쪽으로 일락사를 보고 가기 위해 다시 오른다. 사찰에 이르는 마지막은 인간의 마음을 겸손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가파른 업힐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일락사 에 들어서면 조그마한 대웅전 뜰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대웅전.. 쓰러질 듯 위태한 3층석탑이 하나 조화롭게 놓여 있다. 사찰의 적막함에 한눈에 매료된다. 일락사.. 따듯한 햇살아래 열락의 기쁨이 넘친다는 뜻인지.. 신라때 창건된 그 이름그대로 마음을 다스리기에 좋다.

조용한 사찰안에서는 염불소리가 흐르고.. 대웅전앞에 샘물을 받아 갈증을 달랜다. 산사의 기운에 치열했던 내세속의 삶이 잠시 맘속에 잠시 융해 되어 내린다.

이박사님을 대신하여 성주현이 준비해온 커피가 몸속에 따듯하게 들어온다. 3기반장은 미원커피라고 툴툴거렸지만 일락사 뜰에서 음미하는 커피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하 일품이었다.

일락사부터 시작되는 콘크리트 업힐은 샛고개까지 이어진다. 1.7Km의 가파른 업힐은 그동안 느긋했던 잔차투어링에 고난을 안겨준다. 하지만 우리가 업힐이 고난이라고 한지가 언제이던가? 점점 즐거워지는 업힐은 우리에게 절정의 기쁨을 안겨준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기쁨의 길이라 하고 싶다. 정상에서 우리가 지나온 길은 그 굽이치는 물결의 형상만큼이나 생경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토요일 오후 인근의 고등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나왔는지 가야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모두 하산길에 발걸음도 가볍게 우리가 오를 길을 내려오고 있다. 밝은 그들의 표정과 우리의 업힐에 일그러진 모습이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오르고 내리는 모두가 마음만은 어머니의 품속마냥 푸근하다. 이 땅이 우리의 가슴에 품고 있는 본능을 깨운다.

사진를 클릭하시면 고해상도 파노라마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샛고개에 올라서면 탁트인 또하나의 산야가 기다리고 있다. 일락사로 이어지는 멀리 지평이 또 다른 감회로 맘속에 들어온다. 끌고 타고 오른 길의 고통이 기쁨이 되는 순간이다. 김수환님..

터져라 가슴을 부여잡고 오르는 성주현의 마음에도 가야산은 깊이 각인되어 남을 것이다. 뒷쪽에 펼쳐진 세상은 잠시 그의 것이 되어준다. 늦가을의 가야산은 세사람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있었다.

샛고개부터 신나게 핸들바를 쥐어짜고 한껏 브레이킹을 하며 내려간다. 어떻게 해도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길들이 딴힐하는 우리에게 부담이 없다. 급하지 않은 딴힐이 선명했던 업힐의 기억과 함께 즐거움을 안겨준다. 내려서다 보면 용현계곡과 황목저수지(개심사)넘어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오르면 황목저수지로 내려가 바로 해미로 빠질 수 있는 길이고.. 또는 개심사로 가는 능선의 등산로와 만날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용현계곡을 거쳐 보원사지까지 다녀와야 하는 관계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용현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우리가 늘 그리던 낙엽과 멀리 펼쳐진 길의 조망이 뚜렷하게 어우러진 이상적인 라이딩코스다. 부드럽게 이어진 길이 물결치듯이 아름답다. 노란 은행잎에 임도를 노랗게 색칠해 놓은 듯 뿌려져 있는 길에 무거운 체중의 주현이 나비처럼 가뿐하게 날아 넘어간다. 부드러운 클래식의 한소절이 연상되는 코스다..^^

임도 바리케이트를 나오면 바로 용현자연휴양림지구다..

휴양림지구에 들어서면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남연군묘로 갈 수 있다. 우리는 반대인 왼쪽길로 보원사지로 간다. 우리가 진행하는 길에는 용현자연휴양림매표소와 주차장이 바로 보인다. 철이 지나서인지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다. 사진의 성주현이 가는 쪽은 아니니 혼동하지 마시길..

용현휴양림매표소를 지나 1.7Km정도 가면 왼쪽으로 보원사지가 보인다. 보물 제104호인 보원사지 5층석탑과 함께 금년 3월부터 새롭게 발굴이 한창인지라 여기저기 발굴의 흔적이 가득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한장의 사진에서 우리가 개심사로 가기위한 싱글길 진입로가 보원사지 저쪽 건너편으로 보인다. 나중에 이코스를 가실 라이더분들은 꼬옥 명심해서 보원사지를 가로질러 멀리 보이는 등산로 입구를 오르시길 부탁드린다. 이어 우리가 체험하게될 곤란함을 다시 겪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보원사지로 건너가는 개천을 지나야 한다. 잔차를 개천건너편에 세우고.. 보원사지에 오른다.

석탑만 남아 있는 천년고찰의 흔적을 쓸쓸히 지켜보며 땅속에서 오랜세월을 조용히 잠들어 있던 사찰 지주석들의 모습이 발굴로 땅으로 드러나 있다. 잠들어 있었던 세상을 깨우는 작업이다. 을씨년스런 가을날에 고요하고 황량한 보원사지를 다녀간다.

보원사지에서 1Km여를 더 내려가면 역사책에 자주 나오곤 하던 서산마애삼존불상이 있다. 삼존불상으로 입구에 이르면 그동안 계곡길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그 이름만으로도 삼존불상의 명성이 자자한지라 이곳만큼은 지나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관심탓이리라.. 잔차를 들고 올라야 하는 바위계단을 반쯤오르다 옆에 눞여놓고 삼존불로 향한다. 평상시 같으면 메고 올랐을 길이지만 라이딩에 요령을 피운다. 늘 유쾌한 모습의 김수환님의 포즈가 다소 어색하다.ㅎㅎ

불이문.. 서로 다르지 않다는 뜻의 문이다.. 어떤 의미인지.. 곰곰히 되씹고 지나면 삼존불에 이른다.

위에 보이는 삼존불앞에는 석굴암마냥 석불을 지키는 건축물이 세워져 있고.. 오르는 길또한 층층이 돌을 쌓아 올려서 만들었다.

소박한 삼존불의 규모와 인자함에 놀라며.. 우리가 늘 그려왔던 엄청난 위용과 규모가 아님에 또다시 놀란다. 하지만 옛날 선조분들이 어느날 혼자 산길을 가다 이 삼존불을 만나게 된다면 경건한 전율과 함께 삼존불의 깊고 그윽한 미소에 이내 빠져 들지 않았을 런지... 한참을 보고 있으면 그 투박하지 않은 삼존불의 너그러운 웃음이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삼존불에서 내려와 용현계곡물이 바닥까지 말라버린 늦가을 유원지 근처 평상에서 우린 점심을 먹는다. 점심전 개심사로 넘어가기 위해 갈림길을 찾아보지만 순탄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상에는 근처 삼존불 근처 어딘가로 넘어가는 명확한 표시가 있었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밥을 먹고.. 정신을 가다듬고.. 삼존불로 가는 입구에 있는 식당주인에게 물어보니 이곳을 지나 로드를 30분여를 달리면 개심사 입구로 돌아 갈 수 있다고 한다. 어림잡아 10키로는 되는 듯 싶은데.. 재미없는 로드인지라 그길은 포기하기로 하고..

다시 물어보니 온길을 거슬러 가면 우리가 지나왔던 용현계곡와 황목저수지 삼거리에서 황목쪽으로 올라가 개심사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그길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이다..ㅋㅋ

일단 우리는 보원사지까지 다시 내려가 보기로 한다. 보원사지에 이르기전 삼거리가 눈에 띄는데 성주현이 아까 이정표지도에 이곳 삼거리에서 개심사로 이르는 등산로가 시작된다고 한다. 어떻할까 망설이다. 일단 삼마치에서 고난을 겪어본 수환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현이 일컫는 곳으로 묻지마 산행을 시작한다. 우리의 목표는 개심사로 가는 능선길에 접어드는 것..
보원사지에서 바라본 삼거리전경.. 왼쪽 전봇대가 있는 길로 우리는 진입한다.

가다보면 사거리가 나온다. 가운데길로 갔다가 살림집이라 빽한다.. 다시 오른쪽으로 가보니 이번에도 막다른 두갈래길.. 두갈래길 모두 막다른 곳... 하지만 막다른 곳중 왼쪽 갈림길입구 근처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자그만한 등산로의 흔적이 눈에 띄는데 그것이 위로 쭈욱 이어져 우리를 유혹한다. 가진 밑천은 GPS기계하나.. 일단 무조껀 흔적을 따라 등산로를 오르는데.. (사실 아래 사진의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해서 아까 보원사지 등산로입구를 올라야 정상적인 등산로이다...명심하시길.. 정상적인 코스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기본 라이딩지도와 함께 확대 위성사진을 반드시 같이 참조할 것을 강력 권장한다.. )

사진을 클릭하면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끌고서도 겨우 오를 정도의 등산로를 세사람이 낑낑대며 오른다. 물길인지 등산로인지 길은 그나마 뚜렷하다.. 별로 혼동의 여지 없이 열심히 오른다. GPS를 보면 능선이 점점 다가가고 있다. 아직은 희망적이다..^^ 나에게만 그런가? 뒷쪽을 보니 두사람이 표정이 애처롭다. 그 와중에 성주현이 의연하게 한마디.. "형님.. 너무 즐거워요!!" 어쩌다 보니 주현이는 산짐승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조금 오르니 임도수준의 넓은 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에 사람이 다닌 흔적은 없는듯하다. 하지만 잔차를 타고 오를 수 있을 정도의 길이 계속 위로 이어지고... 잔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난 타고 오르지만.. 끌고 오른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마냥 타고 오른 수는 없고.. 나무들 사이로 멀리 능선임을 알리는 하늘이 보인다. 기쁜맘에 팀원들에게 능선이 가까워 왔음을 알리고.. 필사적으로 진행한다. 사실 저번 삼마치에서의 묻지마 보다는 훨씬 양호한 길이었다. 어떻게 가도 장애물이 거의 없는 수월한 산길이었다. 능선에 이르니 철조망이 조밀하게 쳐져 있는 목장이 나타난다. 엄청난 규모의 농장이었다. 철조망 반대편의 우리는 목장길을 거쳐야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음을 직감하고.. 배낭을 벗고 좁을 철조망에 몸을 구겨넣어 목장으로 넘어간다. 세사람과 잔차와 배낭이 목장으로 들어선다.
목장에 이르니 다시한번 광활한 초지와 서산의 정경이 한눈에 우리를 반긴다. 없는길을 만들어 넘어온 특공라이더에게는 선물이 따로 있겠는가?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곳이 유명한 서산목장이었다. 여의도면적의 4배인 340만평의 규모가 가히 어마어마 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농협 가축계량 사업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고 한우가 이곳에서 사육된다고 한다. 온다는 비는 온데간데 없이 광활한 초지에 탁트인 전망이 우리의 고난을 말끔히 씻어 내리고 있었다.

대관령 삼양목장이 따로 있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여기서 간접체험을 충분히 하고 있다. 피가 점점 뜨거워져 주체할 수 없는 주현은 이미 초지넘어 쌩하니 달려가고..

소똥이 지천으로 깔린 목장길을 따라 흥겹게 가다보면 새로운 경치가 우리를 언덕하나 넘을 때마다 기다린다. 가면 갈수록 새로운 풍광에 흠뻑 젖는다. 사실 이곳부터는 목장포장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해미로 가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개심사로 가야하기에 다시 철책을 따라 계속 진행하는데...

넓은 목장을 작은 사진기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파노라마를 찍어본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고해상도 파노라마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목장길따라.. 산길거닐며.. 노래의 한구절을 떠올리며 열심히 철책을 따라 오르면.. 철조망이 한줄 실로 바뀌어 있는 비공식 도로 입구에 이른다. 이곳부터는 목장과 철책을 벗어나 사유지가 아닌 다시 개심사로 가는 능선길로 이어진다. 타고 오를 수도 있는 길이니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천천히 오른다. 중간중간에 등산객이 흔적으로 남겨놓은 산악회 리본이 반갑기만 하다.

드디어 우리가 찾던 개심사로 가는 능선길과 만난다. 힘들었지만 마치 새로운 벗을 만난 느낌이었다. 이곳부터는 예전 선배라이더분 들의 후기에서 접하고 그토록 우리가 찾아온 개심사로 가는 능선 비단길과 감격적으로 만나게 된다. 보물을 찾은 느낌이었다.

나무들이 켜켜이 하늘을 가리고 있는 낙엽진 능선길은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먼저간 주현에게 천천히 가라고 소리질러 보지만 이미 한참 기분이 들떠 있는 지라 어디쯤 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숲터널에서 잠시 다시 평화를 찾는 수환님.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GPS로 개심사가 오른쪽 근방에 있음이 보인다. 개심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유심히 찾아본다. 우리가 능선길과 만났던 지점에서 1.1Km 정도 진행하면 우측으로 희미한 산행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잘 보고가야지 개심사로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무심결에 지난다면 그대로 황락저수지로 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갈림길지역.. 우측 나무사이로 내려가야 한다. 먼저간 주현을 소리쳐 다시 불러들이고.. 다행히 멀리 지나치진 않았다..

드디어.. 개심사로 내려가는 싱글길에 접어들어 처음에는 완만하게 내려간다.. 그러다.. 점점 경사도를 더해간다. 전형적인 싱글길이다. 바위를 몇개를 넘기도 하고.. 코너각과 뱅킹이 깊은 길도 있다. 드러난 나무뿌리에.. 포크의 리바운드를 너무 빨리 해놓으니 앞샥이 통통튄다. 리바운드를 조절할 즈음에 돌덩어리가 깊고 불규칙한 급사면에 도달한다.. 순간 잔차를 집어던지고.. 옆으로 다이빙.. 가까스로 안전하게 착지하고.. 뒤따라 오는 수환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대로 돌진할 기세..

길을 확보해 드려야 하는 지라.. 잔차를 들고 옆으로 비껴선다.. 그런데.. 어엇.. 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이미 수환님이 핸들바 너머로 공중부양중이었고.. 한쪽으로 몸이 접히면서 쿠욱 쳐박힌다. 아이코.. 큰일 났다 싶어.. 위로 뛰어 올라가 상태를 보니 다행히 헬멧과 배낭으로 착지하여 얼굴만 살짝 긁혔다.. 잠시 쉼호흡.. 무릎은 까지고.. 어쨋든 이만하길 다행.. 예전 사고경험덕분에 의도적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떨어졌다고 한다. 헬멧이 돌에 눌려 쿡 찍혔다.. 큰일날뻔 했다.. 잠시 모두 맘을 가라 앉히고 간다.

싱글길도 갈림길이 많다. 개심사까지 가는 길은 계속 오른쪽 갈림길을 선택하면 된다. 싱글 내리막을 끌며 타며 얼마 가지 않아 개심사에 도착한다. 개심사는 마치 마음의 고향같다. 나즈막하고 조밀하게 산중에 놓여 있는 사찰이 마치 푸근한 정원을 연상케 한다. 앞 텃밭에서는 배추며 농작물이 탐스럽게 자라있고.. 돌을 얼키고 설켜 만든 창고며.. 마치 우리집 앞마당의 감나무인듯 붉고 탐스런 감이 주렁거리며 가을을 예찬하고 있다.

거기에다.. 개심사 대웅전에 들어서면 옆건물의 기둥이며 나무들의 모양새가 독특하다.. 그 나무의 물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인양.. 커다랗게 굴곡지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

개심사의 여유로움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종각을 떠받들고 있는 나무기둥들에도 서려있다. 그 우아한 자연스러움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자연을 하나도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사찰의 모든 것이 겸허히 마음을 열고 있다. 그 개심사의 정경을 지켜보고 있자면 저절로 나 또한 마음이 쉬이 열릴 것 같다.

개심사 앞마당에 샘물을 먹고나니 이곳이 우리에겐 천국이었다. 두사람의 웃음에는 열락의 기쁨이 서려있고... "개심사에 도착하니 그곳이 천국이더라".. 그말이 절로 나올 듯 싶다..

기나긴 여정끝에 개심사에 이르니 오늘의 여정은 앞으로 내리막만 남아 있었다. 개심사입구 주차장까지 내려가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신창제(저수지)를 지난다. 구불구불 서산목장을 가운데 있는 신창저수지를 끼고 내려서면 바로 서해안고속도로 고가를 지나게 되고.. 이어지는 647번 국도와 만나는 사거리에 이른다.

해미쪽으로 뱡향을 잡고 계속 가면 우리가 회귀점에 도달할 수 있다. 마지막 왼쪽으로 가야산자락을 바라보며 로드를 타고 간다. 그 어떤 로드라이딩보다도 여유롭게 페달링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앞에서 빵빵 경적소리가 난다. 자세히 보내 우리집 차가 아닌가? 아침에 3기반장이 해미에서 우리를 라이딩보내고 홀로 관광하다 삼존석불쪽으로 가고 있던차에 우리를 만난 것이다. 거참.. 묘한 우연이다..

해미에 도착하기도 전에 뜻하지 않게 라이딩을 마치게 되는데.. 구세주가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인지? 생각보다 일찍 라이딩을 끝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껏 여유롭다. 게다가 오늘 지나온길은 사연이 가득한 길이라 기쁨이 배가 된 듯 하다. 날씨는 아직까지 빗방울 한점도 없다.
만리포 해수욕장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부지런히 차를 몰고 간다. 서해안 끝자락에 자리잡은 만리포에는 떨어지는 낙조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쌀쌀했지만 떨어지는 낙조에 바닷물빛이 아름다워 똑딱이카메라를 들이대 봤다. 의외의 일몰사진이 인상적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1월의 첫번째 토요라이딩이 저물어 간다.

조개구이에 칼국수를 원없이 즐기고 풍요로왔던 가야산라이딩을 모두 마쳤습니다. 돌아오는 서해안고속도로는 안산근처를 제외하곤 모두가 정체없이 순탄했습니다. 편안한 일요일 되셨는지요? 가야산라이딩은 묻지마코스에서 다소 헤메이긴 했지만 최근 어떤 라이딩보다도 값진 라이딩었습니다. 물론 지도에 표시한 정상코스로 왔어도 재미있었겠지만요.. 게다가 하늘마져 우리를 도와준 적당히 서늘하고 따듯한 날씨였습니다. 나중에 라이딩하실분들은 꼭 보원사지옆에 나있는 등산로를 이용하여 개심사로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수환님의 부상은 어떠신지요? 궁금합니다.

다음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잔차타기가 어려울 듯 싶습니다. 겨울이 오기전에 다시한번 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할텐데요.. 기다려 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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